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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원 Aug 11. 2019

독백-부적응의 기록

방학이 되면 하려 했던 것이 있었다.

  

첫째, 1학기 동안 도움을 주셨던 분들에게 감사글 적어 보내기. - 여전히 미룸 ㅜ.ㅜ

둘째, 늘 벽처럼 존재하는 영어울렁증 극복을 위해 영어공부. - 거금 11만원을 썼으나 시작으로만 끝남 ㅜ.ㅜ

셋째, 과학서적 1권, 인문서적 1권 읽기. - 너무 어려운 책을 골랐나@@@@@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앞서 마음의 짐 덜어보기(1학기 밀린 마음과 생각 정리 글 적어보기) - 가장 우선시된 일


모든 것이 밀렸다.


그때그때의 감동, 버거움, 생각과 고민을 정리해 보곤 했다.

그리고 2019년 새로 전입한 평창고 1학기는 정리해야 되는 일들이 많았다. - 감동, 힘겨움, 웃음, 갑갑함, 고마움, 미안함, 반성, 포기.......


그런데 정리를 하지 못했다. 생각 속에서 생각 속에서 손끝으로 나오지 못하고 참 모질라게, 어리석게 머물러 있었고, 미루고 미루고만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정리를 해야 된다 정리를 해야 된다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름방학, 아니 길게는 이벤트(기록을 남기고 싶었던 일. 감정)가 생긴 날부터 지금까지 그 짓눌림에 머물러 있다.

때론 잊고, 다른 것에 집중도 해보았는데 여전한 버거움. 그 버거움 원인을 찾고 그 버거움을 안기 위해 더더욱 정리가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개학을 하루 앞둔 일요일 오후. 도서관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이렇게 노트북을 열고 닫기도 여러 날  여러 번..... 이번엔 정리가 되려나????


개학날을 기다렸던 과거 나의 모습이 그립게 떠오른다. - 내일이 개학 인대 뭐 하고 있는 건지.... 참.


https://brunch.co.kr/@red7469/2


방학이면 연수를 듣거나, 다른 경험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하며 새로운 영감을 받는다. 그리고 다음 학기 아이들과 함께 할 것들을 생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즐거움에 흠뻑 빠져든다. 지극히 감정적이고 단순한 나는 그 영감을 실천할 상상에 개학을 설렘 있게 기다리곤 했다.


'당신의 마음은 괜찮은가요?' 누군가 질문했다면,

 '아니요 안 괜찮아요!'  그렇게 맞이한 이번 방학이지만, 수년간 못했던 취미생활도 해보며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2427883660609190&id=100001627394794),

일주일간 빡센(?) 합숙 연수도 들으며, 아이들과 즐겁게 놀거리(?) 영감을 얻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

5일부터 9일까지 4박 5일간의 합숙연수(기업가정신)


역시. 보고, 듣고, 만나고, 체험하는 경험은 좋은 자극이 된다. 여러 생각들이 불쑥불쑥 떠오른다. - 수업 주제, 동아리 활동, 프로젝트, 머무르는 교육....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떠오른 생각이 상상으로 그리고 상상 넘어 설렘이 충만해야 되는데, 생각이 들어오고 '해볼까?, 해보면 좋겠다'라는 마음에 잠시 머물다 어느 순간 사라진다. 영혼이 없다. 버거움의 이어짐.


어쩌면 시작부터...

3월 말. 고3 선배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며 1, 2학년 학생 3명이 찾아온다.  특이한(?) 선생님에 대한 호기심이었을까? 왜 나일까? 알지도 못하는 선생님이 인터뷰 대상이 된 건? 궁금증이 많았지만 정해진 질문과 녹음, 꼼꼼히 과정을 기록하는 전문성에 하고픈 마음을 일방적으로 전했던 기억이다. 아이들은 낯선 교사, 무엇보다 인터뷰와 과정에 대한 적잖은 불평에도 참 잘한다. 그리고 정갈하게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여 게시를 한다. 덕분에 몇몇 분들에게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는 쑥스러움도 받아본다.  

3월 1,2학년 신문부 학생과의 인터뷰


6월. 3학년 학생이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찾아온다.

새로 전입 온 학교. 수업으로 가장 많이 접한 3학년 아이. 주고받을 이야기가 많으리라 생각되어 인터뷰가 반갑고, 고마웠다. 그래서 물어봤다. 왜 나인지?  교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는 고민(부적응)이 겉으로 드러나는 나에게 궁금증이 생겼나 보다.  아이는 3년간 학교의 경험을 인터뷰 과정에 넣으며 이런저런 학교 이야기, 그리고 고민으로 대화를 나눠가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역시 솔직한 대화를 가감 없이 정리하여 학급에 게시한다. 덕분에 몇몇 학생들에게 '쌤 재밌어요-부적응 교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6월 교사를 꿈꾸는 학생과의 인터뷰

게시된 글 덕에 극 소수(2명의 교사와 2명의 학생)에 지나가듯 건네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의 적응(?)을 느껴본다. 게시된 글을 사진에 담아 읽어본다. 부적응의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


그리고 힌트 하나. 놀지 못해서 그런가? - 글쎄~~

2박 3일 아이들과 체험학습, 운동장의 뛰노는 아이들, 야간 동아리 활동, 학교 행사를 진행하는 아이를 보면서도 나오지 못한 나의 놀감정을 보면...


조금 먼 과거에 빠져본다.

그리고 힌트 둘. 조급함.

여러 소문, 익숙한 군 단위 거점 농어촌학교, 희망하는 규모의 학교, 아는 지인들 그래서 기대와 희망, 설렘이 컸던 학교. 하고픈 것의 기회를 찾고, 기다리며 실천했던 다른 학교와 다르게 되리라 믿고 성급하게 다가갔던 조급함 때문은 아닐는지...  -   콕 콕 찌르는 걸 보니 이건 맞는 듯 ㅜ.ㅜ

2015년 출판한 책 중 일부 - '곁에 머물기'


섣불리 판단하고 조급하게 다가가며 기대했던 기억들이 하나 둘 마음을 건드린다. 여러 면에서 조급했던 것 같다.


하지만, 또렷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버거움의 원인이 보일 듯하면서도 이거다라는 확실함이 없다.


"너무 큰 기대, 성급한 판단, 조급한 실천, 그리고 예상과 다른 환경, 그리고 나이 들어감."

장거리 운행 중 아내가 차분한 목소리로 건넨다. 여러 가지 많은 것이 함께 얽혀 지금의 힘듦이 있는 것 같다며...


무거운 마음에 개학날 수업 준비를 해둔다. 수업자료를 만들고, 아이들 단톡방에 건넨다. 개학 부담감이 약간 줄어든다. - 버거움에 대한 도피인가??/


마음. 생각. 버거움의 원인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방학이 져문다.

정리되지 않는 버거움을 안고 도서관을 나와 정선을 크게 돌아본다. 물소리, 저무는 해가 만드는 풍경, 선선한 바람이 참 좋다. 좋은 곳에 살고 있다,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개학 전날 버거움에 대한 밀린 숙제를 하고 집으로 오는 길


생각이 많아 뇌가 상할 수 있다는 진단으로 난생처음 보약을 먹게 되었다. 몸이 상해 처음으로 먹게 된 보약과 함께 2학기를 시작한다. 여전한 버거움을 안고...


그리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 번 해보야겠다는 호기 어린 미션을 던져보며 마음의 보약을 넣어본다. 약간 기운이 돈다.


하루살이 생계형 교사로 살아가겠지만, 감정이 머무는 곳에 함께하며 기록하는 건강한 마음을 기대해본다.


영혼이 함께하는 2학기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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