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담임교사 이경원입니다.
코로나19로 삼시세끼 다 차려주어야 하는 아이와 방콕, 집콕 생활은 어떠신지요? 실은 저희 가정 두 아이도 원격수업이라 아이 바라보는 부모님 마음이 대략 짐작 갑니다^^. 늦잠에 뒹굴뒹굴, 핸드폰만 잡고 만사 다 귀찮아하는 아이 보며 마음 수련 중이진 않으신지요? 저도 전신사리 만드는 중입니다(ㅜ.ㅜ).
오늘 아침 웬일로 일찍 일어난 큰애한테 물어봤네요. ‘학교 안가니 어때?’ 6월까지는 학교가고 싶다고 떼쓰던 아이가 이젠 좋다고 하네요. ‘뭐가 제일 좋아?’ 물으니 잠을 실컷 잘 수 있어 좋다네요. 그래 그 좋은 것 누릴 수 있을 때 누려라 하고 마음먹었네요. 저 또한 매일 아침 헐레벌떡 정신없고 피곤한 출근길에 바람이 있다면 늦잠이었거든요. 누릴 수 있을 때 누려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에 열심히 수업 듣고, 스스로 과제하고, 적당히 운동도 하는 고품격 기대(?)에 상처받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출근하며 우리반 녀석들 출석미션 체크하고, 매일 같이 늦잠 자는 3-4명 일일이 전화 걸고 깨우는 성가심에도 ‘그러려니~~’합니다.
오늘 2020년 진급사정회가 있었습니다. 이젠 모두 2학년으로 진급. 9월 1일 온라인으로 만나 모레 방학도 온라인으로 하게 되었네요. 참 야속한 코로나19입니다. 겨울이면 눈싸움하며 스트레스 팍팍 풀며 이별을 했는데....이건 뭔지? 당최 종잡을 수 없어 마음이 혼란스럽네요. 밖에는 눈치 없이 흰 눈이 내리니 마음이 더 그렇네요.
요즘 아이들 1년간 생활기록을 정리하느라 마음부담이 매우 큽니다. 설렘 가득 갖고 담임 교사로 2학기를 열었는데, 아이들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네요. 본다한들 마스크 넘어 본 모습이 다라 인연이 닿긴 한 건지 마음이 어수선합니다.
처음 9월 1일 첫 소식을 전할 때 아이와의 인연이 복이 되길 희망하고,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지요. 제게는 큰 복과도 같은 2반 아이들이었습니다. 지금도 한 명 한 명 떠올리면 왠지 모를 웃음과 미소가 지어지구요. 그래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이들한테 저란 존재가 그러하지 못해 미안함이 큽니다. 그래서 어제 온라인 학급활동 시간 미안함을 전했네요.
교무실은 아이들 놀이터가 되고, 교실에서 친구처럼 웃고 떠드는 관계가 되길 꿈꾸었는데, 교무실은 조심해야할 공간, 교실 속 담임은 이방인으로 존재하며 눈치를 주었던 것 같아요.
어떤 아이는 자유를, 어떤 아이는 구체적인 안내를, 어떤 아이는 진로상담을 절실히 원하고 있음을 12월 중순이 되어서야 조금 알 수 있었네요. 죄송합니다. 많이 게으르고 부족했습니다.
문득 문득 떠오르는 대화와 만남의 기억 속에 아이의 진짜 바람과 고민이 스쳐지나갑니다. 그땐 왜 몰랐는지...부끄러운 기억들입니다. 그냥 밝게 보이고, 아무 고민 없어 보이지만 아이는 그렇게 자신만의 삶의 무게를 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살뜰히 챙기지 못한 미안함이 그래서 더욱 크게 느껴지는 연말입니다. 온라인 수업으로 따뜻한 방안에서 세상 편하게 수업 듣고 생활하는 아이 모습이 베짱이 같이 보이겠지만, 자신 삶에 대한 걱정은 누구보다도 크게, 그리고 말 못할 고민으로 품고 버티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곁에만 있어줘도 소중한 존재. 큰 병 없이 무탈하게 성장해 준 아이. 가끔 아이 넉살에 미소가 절로 생기는 선물 같은 아이. 그 작은 삶에 품은 고민과 힘겨움 대신해줄 수 없기에 더욱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알면서도 전하지 못한 어리석음에 더 미안하구요. 소중한 아이와 따뜻한 연말연시가 되시길 두 손 모아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아이의 가장 큰 고통은 버림받는 고통이라네요. 내가 부족해 부모님이 실망하실까봐 그 실망으로 나를 마음에서 버릴까봐 받는 고통이 가장 큰 고통이라 합니다. 스스로 그런 생각하지 않게 많이많이 표현해주세요. 눈 오면 어깨동무 한번, 해 뜨면 하이파이브 한번, 달 보며 별보며 포옹한 번. 지금도 충분히 괜찮고,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해주셔요.
2020년 참 감사했습니다. 선물 같은 아이와 인연을 만들어 주셔서...
이른 새해 인사 올립니다. 2021년 더 큰 여유와 웃음과 건강이 함께 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