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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원 Oct 25. 2017

손 꼬옥

가을타는 교사 - 감정 롤러코스트

  아내 출장으로 아이 둘과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정시퇴근으로 집에 놀러(?) 온 아빠가 신기한 듯 엄마하고 있을 때 하지 않던 여러 부탁(게임, TV, 핸드폰 등^^)을 하네요.

 

  퇴근 전부터  '저녁은 어떻게 하지?,  내일 아침과 도시락은???'.  반찬 아이디어 하나 떠오르면 배시시 미소지으며 즐겁다가... 그럼 아침은??...또 막막.. 아빠 마음은 번잡하기만 한데 말입니다.


  어찌어찌 저녁을 치르고 씻기고, 주방 정리를 하고 잠시 쇼파에 기대어 봅니다. 문득 눈을 뜨니 한 놈은TV 만화에, 한 놈은 핸드폰 게임에 빠져있네요. 시계를 보니 한 시간 가량 지났으니 잠시 존 듯합니다. ㅠ.ㅠ


  잘 시간이라 하니 큰 아이가 아빠방에서 자면 안되냐며 방을 바꿔서 자보고 싶다고 하네요. 작은 놈도 신나서 그러자고 합니다. 그래서 자고픈 곳에서 먼저 자라고 하고 큰 아이가 부탁한 옥수수 물을 끓이고, 내일 아침 준비를 해 놓고 잠시  TV 삼매경에 빠져봅니다. 늦은 시간 아이 이불을 덮어 주다가 그 옆에 누워 손을 꼬옥 잡아 보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쫒김없이 잡아보는 아이 손. 낯선감정, 적당한 단어를 찾기 힘든 묘한 기분. 그렇지만 무엇인가 가슴에 꽉 차오는 시간이었습니다.


  문득, 왜 이런 시간도 없이 살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 깨기 전에 출근하고 어둑해진 저녁 퇴근하면 아이들도 학교와 학원을 돌아 비슷한 시간에 집에서 마주합니다. 지친 하루에 바삐 차린 식사를 여유없이 마치고 정리하고 씻고 잠자리에 드는 일상.  참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밀려오는 허탈함에 멍~~한 하루,  아이도 낯설면 안되는 아빠의 느낌이 그리워 방을 바꿔 자자고 한 건 아닌지...여러 생각이 오가는 하루였습니다.


  요즘 학생들의 흡연문제로 학교가 조용하질 않네요. 또한, 무단결석과 지각, 잦은 외출과 일탈, 낯선 행동들이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교사 마음과 생각을 참 많이 흩뜨려놓네요.  화가 치밀다가도 나름 지들도 힘들어서 그러겠지, 징계를 내려야지 하다가도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이유가 있겠지, 신경질이 나다가도 나는 바른 교사인가 자책도 하며 번잡한 마음으로 감정변화가 롤러코스트를 탑니다.


  그러다가 혹 이녀석들...  누군가가 따뜻한 손 꼬옥 잡아주길 바래서 이러는 건 아닌가???  

  그러다가 또 이 녀석들... 너무 관대하게 편하게만 해줘서 그런것 아닌가????   또, 롤러코스트  ㅠ.ㅠ


  "고등학생".  이른 시간 등교와 밤늦은 시간까지의 공부, 또 학원, 주말도 입시와 진로라는 막연한 스트레스에 홀로 던져진 아이.  그 삶에서 따뜻한 손 꼬옥 잡아주는 부모, 어른을 간절히 바라는 건 아닐까. 낯선 가정, 낯선 부모가 아닌 따뜻한 집, 여유로운 부모의 시선을 바라는 건(우리 집 아이들이 그런것처럼) 아닐까....


  요즘 가을 경치가 한창입니다. 1년 중 그리 길지 않은 파랗고 울긋불긋한 화창한 가을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지나칠 참 예쁜 시기이지요. 화, 신경질, 못미더움, 여타 안좋은 생각들 잠시 가을에 묻어 보내시고, 이번 주말 아이 손 꼬옥 잡고 가을길 한 번 걸어 보시면 어떨지요?


 가을 밤하늘은 유난히 예쁩니다. 아이와 어깨 기대고 앉아 미래이야기 진로이야기가 아닌 어릴적 아빠이야기, 엄마이야기, 어릴적 아빠고민, 엄마고민 들려 주시면 어떨지요?

 

  어떻게 하는것이 아이에게 바른 안내인지, 부모의 역할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처음이니까요

  그래서 조울증 환자마냥 세계 최고의 감정기복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는 요즘, 고민의 답도 제가 찾기 보단 지들 문제 아이에게 풀어 보게 던져보면 어떨까?  답도 아이가 더 잘알지 않을까? 핑계 삼아봅니다.

 

  볕 좋은 가을.  아이 손 꼬옥 잡고 함께 걸어보고, 따뜻하게 어깨 기대어 밤 하늘 별보고, 세상 가장 큰 축복 같았던 갓난 아이시절처럼 같은 이불 속에서 꿈을 꾸는 시간을 가져보는건 어떨까요?


 학교 선생님께서 찍어 주신 가을 우리학교 풍경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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