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교정

by 이경원

"와우~!"

지난 화요일(17일) 점심시간에 밴드동아리 학생들의 깜짝 버스킹이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면 맘껏 뛰놀고 싶을 텐데도, 음악실에서 연일 '꿍딱꿍딱', 방과 후는 물론 늦은 시간까지 남아 무언가를 열심히 맞추더니 바로 이 멋진 무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나 봅니다.

저는 아이들 이런 모습이 참 좋습니다.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 연습하고 뽐내는 모습. 그 과정에서 마음대로 되지 않아 아쉬움도 삼켜보고 무대에 서서 성취감도 느껴보는 순간이 아이들을 훌쩍 자라게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때로는 요란하게 준비한 공연에 친구들도 박수와 환호성으로 답하네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기특함에 미소 짓는 선생님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제겐 참 행복한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어보시는 날에 자녀에게 슬쩍 물어봐 주세요. "화요일에 밴드공연했었다며? 요즘은 어떤 노래를 불러?, 누구 연주가 좋았어?" 아이가 학교에서 즐거웠던 기억을 나눠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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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속도로 피는 꽃

바쁘게 흘러가는 교사의 3월. 여전히 쌀쌀한 아침 공기에 마음도 몸도 겨울에 머물러 있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어~ 산수유꽃이 피었네" 하시는 말씀에 그제야 '아~ 봄이구나' 했습니다.

새 학년, 새 학기. 아직은 낯설고 어색할 수도 있는 이 시기에 상담사 선생님께서는 벌써 사부작사부작 봄을 준비하고 계셨네요. 학교 곳곳에 핑크빛 'Wee 해피데이' 홍보물을 붙이시고 아이들의 소원을 달아줄 예쁜 벚나무를 만들고 계셨더라고요.

23일(월)부터 27일(금)까지 자신의 소원이나 학교에 바라는 점을 꽃 모양 포스트잇에 적어 벚나무에 붙이면 달콤한 간식도 주는 이벤트입니다. 혹시 부모님들도 소원이나 아이를 위한 응원메시지가 있으시면 제게 편하게 문자 주세요. 제가 대신 정성껏 적어 벚나무에 달아두겠습니다. 부모님 소원으로 받은 간식은 제가 잘 간직하고 있다가 제 사무실을 찾는 아이들에게 나눠줄게요. ^^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는 봄기운에 이끌려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뛰는 아이, 바닥에 눕는 아이, 옹기종기 모여 웃고 떠드는 아이들로 교정이 참 요란하고 활기찹니다. 봄의 마력이겠지요.

꽃을 보면 종종 아이들 삶을 생각합니다.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산수유꽃처럼 빠르게 재능을 뽐내는 아이도 있고, 한여름 뜨거움을 받아내는 해바라기처럼 굵직한 아이도, 늦게 피지만 오랜 시간 자태를 뽐내는 백일홍처럼 각자의 시간에 맞춰 인생의 꽃을 피워가겠지요. 혹여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도 긴 겨울을 이겨내며 자신만의 단단한 심지를 만들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괜히 어른의 욕심으로 아이들의 개화 시기를 보채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주면 아이들은 자기 속도대로 참 예쁘게 자신만의 꽃을 피워낼 텐데 말이죠.

일상의 바쁨은 학부모님들도 비슷하리라 생각돼요. 그래서 학부모님들의 삶에도 봄꽃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벼운 봄나들이도 다녀오시고, 부모님들만의 여유로운 봄시간도 꼭 가져보세요. 저도 지난 토요일 30년 지기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를 달리며 나만의 시간을 가졌더랍니다. 자녀 걱정에 쉬이 학부모님만의 시간이 망설여지더라도 반나절의 시간만이라도 만들어보시길 권해요. 의외로 어른의 빈자리 아이들이 잘 채웁니다. 아이들도 어른이 잠시 비워준 자리 고민하며 자신만의 역할을 잘해나갈 거예요.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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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

지난번 편지에서 아이들 배움을 위해 깊이 고민하시던 선생님의 장문 편지 기억하시지요? 고민을 나누어주신 선생님 배려로 저는 교감이 아닌 '학생 1'이 되어 1학년 아이들과 나란히 수업을 들었습니다.

정해진 교과수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토의·토론 수업을 진행하는 수업에서 '학생 1'의 자리에서 본 아이들 모습은 가지각색이었습니다. 깊은 생각에 잠긴 아이, 멀리서 조망하는 아이, 끊임없이 적고 그리는 아이, 쉴 새 없이 말을 뱉으며 해결하려는 아이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에 부딪히는 모습도 감동이었고 그렇게 나열된 개인의 생각과 의견을 모아 모둠의 생각으로 엮어내고 다시 학급 전체의 지혜로 확장해 나가는 선생님의 촘촘한 지도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치열한 시간 속에서 어디선가 "아~~~~ 알 것 같다!"라며 환해지던 아이 표정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쉬는 종이 울린 뒤에도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는 아이들을 마주한 시간, 교과서에 있는 진도만 나가기도 어려운데 쉽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으며 아이들을 챙기시는 선생님을 뵈니 비록 후배 교사이시지만 존경심이 마음 꽉 차게 들더라고요. 앞으로도 종종 '학생 1'로 참여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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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선생님들의 수고

학교에는 참 많은 일들이 쉴 새 없이 일어납니다. 본격적인 방과 후 수업도 시작되었습니다. 밴드, 농구, 배드민턴, 프로그래밍, 베이킹, 보드게임 등등 아직 열리지 않은 교실 문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기다리는 아이들과 가벼운 스몰토크를 나누었는데 그 표정들이 얼마나 설레 보이던지요^^.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할 때 뿜어져 나오는 그 긍정에너지는 곁에 있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듭니다. 참 1학년들은 생활기록부에 들어갈 증명사진도 찍었습니다.

제가 전해드리는 소식들은 저의 좁은 시선에 담긴 평창중학교 교육과정의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입니다. 부지런히 돌아다녀도 미처 다 보지 못하는 더 많은 곳에서 아이들은 매 순간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성장 뒤에는 평창중학교 교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많은 고민과 수고가 있습니다. 3월 내내 늦은 밤까지 야근하며 협의하고 기획하며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상담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들이지요.

부끄럽지만 우리 집 두 아이. 저녁 반찬이 마음에 안 든다고 투덜대고 TV 리모컨을 움켜쥐고 허물 벗든 겉옷을 던져놓는 다 큰 아이를 집에서 지도하기도 참 벅찬데 하물며 각기 다른 20~30명의 아이들이 모인 교실을 이끄시는 선생님들은 정말 '슈퍼맨' 능력자들이십니다.

제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선생님들의 시선이 아이들에게 머물 수 있는 학교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버스킹을 하는 아이들을 사진에 담으시며 미소 짓는 선생님의 시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수업을 준비하는 열정, 쉬는 시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마음 등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수업에 온전히 에너지를 쏟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일 년에 3만여 건이 넘는 공문 처리와 각종 지침 이행 등 벅찬 행정 업무들로 인해 선생님들의 에너지가 분산되는 현실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참 무겁고 지치게 됩니다.


학부모님. 우리 평창중학교 선생님들 곁에서 믿음과 지지로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 주셔요.

모든 것을 살피려 노력해도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 보시기에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을 수도 서운하실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우리 집 아이 지도하기도 힘든데 선생님도 고생이 참 많으시구나" 생각하시고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신다면 선생님들께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혹여 서운하거나 마음 불편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제게 연락 주셔요.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학부모님들의 귀한 의견과 고민은 제가 듣고 지혜를 모아 함께 노력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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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저마다의 속도대로 건강한 꽃을 피워낼 수 있도록 각 가정에 평안과 따뜻한 대화가 오가기를 두 손 모아 희망해 봅니다.

평창중학교 교감 이경원 드림



관심 YES! 간섭 NO! 가성비 지도법

사춘기 아이들 마음속 가장 큰 화두는 '관심'입니다. 간섭은 싫어하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관심을 받기 위해 때로는 못난 행동을 하기도 하지요. 최고의 처방은 '못난 행동은 못 본 척 무시하고, 잘난 행동은 오버해서 크게 칭찬하기'입니다. 저 역시 밥을 차려놨는데 아들 녀석이 핸드폰만 보고 있어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꾹 참고 모른 척했습니다. 아이가 폰을 보이며 말을 걸어도 "안 보이네" 하고 넘겼지요. 조금 뒤 스스로 밥을 먹으며 하루 계획을 이야기하길래, "와우~ 멋진데! 그럼 4시까지 실컷 놀고 숙제하면 되겠네!"라고 크게 칭찬해 주었습니다. 아이는 기분 좋게 씻고 운동하러 나갔답니다.

관심받고 싶어 하면서도 서툰 우리 아이들. 마음에 안 들더라도 크게 심호흡하시며 모른 척 넘어가 주는 지혜를 발휘해 보세요. ^^


※ 3월 25일(수) 15:00. 학교 설명회 및 학부모총회가 있습니다. 많이 찾아주셔요

2026년 학교중점 교육활동 설명도 들으시고 무엇보다 담임선생님과 아이 상담도 하시는 시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어른들 시선 속에서 자란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학교와 가정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면 아이가 혼란스러워해요. 아이의 성장을 중심에 두고 담임선생님과 아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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