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녕 Nov 02. 2019

상간녀 응징 , 어디까지 해 봤니?

내 정녕 고소를 당할지라도  창의적으로 명예를 훼손시켜주마

뭘 해야 상간녀에 대한 분노가 잊힐까?


야구방망이를 들고 온 상간녀의 남편이 우리 집 거실에서 상간녀를 야구방망이로 때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남편을 철석같이 믿었기에 상간녀 남편의 오해 거나 의처증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 여자를 내 몸으로 안으며 그 남편을 말렸다. 시간이 흘러 남편의 끊임없는 거짓말에 직접 그녀에게 물었다. 그렇게 진실을 알게 된 후 상간녀 뺨이라도 한 대 때리지 못하고 미친년이라고 욕한 번 해 주지 못한 게 한이 되었다. 고등어를 먹고 하루 종일 생목이 오르듯이 분노의 비린 맛이 트럼처럼 올라왔다.


전남편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로 이사를 와 택시운전을 하며 시댁의 농사를 거들고 있는 상황에, 그녀는 여전히 피아노 학원을 하며 살고 있으니 더 분노가 가시질 않았다. 외도를 알게 되어도, 조용히 나만 알게 되는 것과 온 동네가 다 내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어,세상 불쌍한 여자로 굴러 떨어지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헬'일 것이다. 그런 차원 높은 '헬'에 무릎 나온 잠옷에  둘째가 우유 먹고 토한, 냄새나는 티셔츠를 입고 서있었다.


남편의 상간녀, 그녀는 전혀 상간녀답지 않았다. 나보다 나이도 많고 키도 작고 덜 예쁘고 심지어 가슴도 작았다. 이건 그 당시 내 분석이니 상당히 유치해도 어 수 없다. 배신당한 와이프의 편파적 분석이니. 내 맘에 남은 장면 하나가 떠 올랐다.


 상간녀의 남편과 전남편 동창 모임을 한 달에 한 번씩 했는데 그 집에서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당시 <행복이 가득한 집>이라는 잡지를 보며 서정희 씨의 인테리어 스타일을 흉내 내느라 바빴다. 커튼과 식탁보, 목욕탕의 휴지, 타월도 잡지책처럼 세팅했다. 부엌도 잡지처럼 연출하려면 싱크대에 나와 있는 게 없어야 한다. 무심한 듯 시크한 나무 도마만 남겨두고  음식이 들어 있는 냄비따위는 설거지와 동시에 싱크대 안으로 들어가 줘야한다. 동네 아줌마들이 놀러를 오면 이 집엔 밥도 안 해 먹냐고 할 지경이었다.

 

그랬는데.. 그렇게 예쁘게 새댁 노릇을 하고 있는데....


잡지책에 나오는 <행복이 가득한 것 같은> 우리 집이 내 자랑이었는데, 그 상간녀의 집엔 식탁보가 뒤집혀 덮여 있었다. 바느질 솔기가 떡하니 밖으로 나와 있었다. 내가 그걸 눈썰미 좋게 발견해서 얘기하니 그녀가 "그러네요. 일주일 전에 친정엄마가 세탁해서  덮었는데 아직도 그걸 몰랐네요. 호호호"   부러웠다. 나도 식탁보가 뒤집혔는지 모르고 싶었다.


피아노를 치며, 학원을 하고 심지어 친정도 같은 동네. 그녀는 자기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그녀의 빨간 프라이드나를 태우고 바닷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사준 적도 있었다. 직업이 있고  바쁜 그녀가 부러웠던 순간을 생각하니 더 화가 났다. 뭔가 복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


1. 새벽에 전화해서 아무 말 않고 끊기.


 새벽까지 바느질을 했으니 화장실을 갔다가 번호 한 번 누르고 툭 끊기. 발신자 번호표시가 없던 시절이니 가능.


2. 상간녀 주변 동네 사람들에게 소문내기


전화번호부를 뒤져 그녀의 피아노 학원 근처 상가, 옆동네 피아노 학원에 직접 쓴 상간녀 응징 편지 보내기.


3. 상간녀 시댁 동네에 소문내기


시댁 동네 시골 집성촌이라 전화번호부에 같은 동네 같은 성씨들을 찾아냄. 심지어 전화번호 뒷자리가 그녀의 집 번호와 같은 걸 발견. 분명 시댁일 거임. 온 시골 동네 큰집 작은집에 내 친필 상간녀 호소문을 보냄.


상당히 명예훼손적이었다. 근데 훼손 좀 당해줘야 하지 않나? 벌금을 낼 각오를 하고 시작했다. 피아노 학원 근처로 편지를 보낸 후 전남편에게로 연락이 왔다. 전남편은 화들짝 놀라 나를 닦달했다. 자기가 그 보상을 살면서 할 테니 그만하라고. 전남편이 보상할 부분이 있고 그 상간녀가 할 보상이 따로 있는 것 아닌가? 나는 내가 고소를 당해 벌금이 나오면 그 벌금은 남편 니 몫이라고 단단히 말해 두었다.


상간녀의 동네에 보내는 편지는 당시 억울하고 분한 심정을 쓰고, 어린아이 둘 딸린 그녀의 발칙함을 공격했다. 시댁 동네에 쓴 편지는 내 작가정신을 좀 발휘했다. 왜냐하면 시댁 동네이니 그 남편을 너무 피해자로 만들고 와이프를 요물로 만드는 것보다 그 남편도 무능한 쪼다로 만들고 바람난 며느리를 사악하게 그려 줘야 분노가 탱천 해서 모든 핍박이 제대로 그녀에게 갈 것이라는 산에서였다.


당시 '아나바다'운동이 있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환경운동 구호였다.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썼다.


남편 ㅇㅇ아빠는 아내를 어찌나 '아끼는지' 독수공방 하게 만들고, 그래서 친구와 '나눠 쓰게' 되었다, 남편 친구와 '바꿔 쓰는' 그 아내의 알뜰 정신이란 칭송받아야 하고, 이제 그녀의 불륜이 온 동네 시끌벅적하게 알려졌지만 '다시 쓰는' 남편 ㅇㅇ아빠의 숭고한 '아나바다'정신.... 뭐 이런 내용이었다. 내가 써 놓고도 그 자극적이고 천박함에 놀라고 감탄하고.


몇 주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명예훼손으로 그 남자가 나를 고소 한 것이다.

아~ 길다. 다음 편에 계속...

상간녀, 그 남편.. 호칭이 번거로워 그들의 이름, 피아노 학원까지 깔까도 싶었지만 '다음' 포탈에 또 걸릴까 겁이 나서 참는다.

Bee-yourself . 복수도 예술적인 다녕 그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