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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Feb 05. 2020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 이혼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 이혼

이혼한 얘기가 뭐 자랑이라고 그렇게 줄창 써 대는지 모르겠다며 욕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혹은 그 정도 고생한 걸 가지고, 무슨 전쟁이라고 겪은 양 썰을 푸냐고 한심해 할 수도 있다. 밭 매다가 애 낳고 다음 날부터 새참 했다는 얘기에 비하면 호사스러운 게 맞다.  집안이 망해서 반지하에서 살다가 건물주가 되었다는 성공담에 비하면 부러워할 대목도 없다.


자랑스러울 것도 없지만 부끄러울 것도 없어서 솔직하게 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기 싫어 이혼을 했다고 얘기했더니,  듣는 사람이 당황하는 걸 경험했다. 나더러 부끄러운 줄 알라는 신호 같았다. 나는 어른이고 비교적 씩씩하니 그 따위 동정이나 편견은 가볍게 이긴다. 하지만 갓 이혼한 젊은 엄마나  아이들은 어떻게 대처를 할지 걱정이 되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솔직한 글에 이웃님들이 당황을 했다. 맛집 얘기나 여행 얘기를 하는 플랫폼에 뜬금없이 진지한 이혼과 재혼 얘기를 써 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조회수가 많지는 않아도 꾸준히 누군가에게 읽힌다. 가끔은 긴 사연의 비밀 댓글이 달린다. 이혼을 하려는데 어떻게 용기를 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연이 많다.


브런치에 글을 쓴 후부터는 비밀 댓글이 더 많아졌다. 위안이 되고 힘이 났다는 고백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글까지 다양했다. 댓글이나 쪽지로 사연을 주고받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받은 사연에 대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쪽지로 의견을 주고받자니 내 의견이 오해가 되어 질까 염려가 되었다. 또한 비슷한 사연을 가진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며칠 전에 쪽지가 왔어요. 몸도 약하고 용기가 없는데 더 늦기 전에 어학연수를 가고 싶다는 사연이었어요. 갈 나라와 도시를 정하는 과정이나 유학원을 고르는 과정이 궁금하고 그곳에 가서의 생활이 많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이었어요. 또한 다녀와서 나이는 들고 돈이 없는 상태도 무서울 것이라 짐작이 되었어요.


우선, 유학원은 인터넷에 많아요. 비교적 큰 회사이면 리뷰도 많고 역사도 길어 안전할 거예요. 가야 할 도시에 이미 인터넷 카페도 있으니 미리 가입하셔서 질문을 하면 속을 염려는 없어요.


가고 싶은 도시를 고를 때도 한국인 커뮤니티를 보면 알 수 있어요. 각자의 성향에 따라 한국인이 많은 곳이 나을지 한국인이 적은 곳이 나을지 선택하면 될 것 같아요. 저는 그때 겁이 많아서 한국인이 많은 곳을 선택했어요. 밴쿠버가 제 그릇에 맞는 도시였던 것 같아요.


공부를 하면서는 힘든 것보다는 행복했어요. 이혼을 하기 전 각종 공황 증세가 있었어요. 그 신체적 증세가 공황이었다는 건 최근에 알았어요.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세나 눈가에 벌레가 보이는 증세, 얼굴에 거미줄이 붙은 것 같은 느낌... 이런 증세들이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싹 없어졌어요.


어쩌면 우울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느라 없던 병이 생길 수도 있어요.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면 내 몸 관리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면역력이 더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요.


우울한 상태에 오래 노출이 되면 우울도 습관이 되는 것 같아요. 불안이 오랫동안 함께하니 편안한 상태가 되면 내 몫이 아니라는 불편함이 오더라고요. 남편에게 비난을 오래 받다 보면 내가 진짜 모자란 줄 알게 되더군요. 그래서 누군가 칭찬을 해 주면 뭔가 속셈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갖게 됩니다.


그러다 저는 사이비에 홀랑 빠지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게 되었어요. 너무 긴 불행 속의 삶은 또 다른 불행을 선택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 같아요.


이혼 자체는 쉬워요. 성장하는 이혼을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혼을 하기 전에 마음으로 '나는 이미 이혼을 했다' 생각해 보세요. 그럼 나는 뭘 할까요? 운동을 하고 보험을 넣고 일을 할 것입니다. 책도 읽게 될 것이고 공부도 하겠죠. 그런 일을 남편이 순순히 월급을 줄 때 하는 거예요. 이혼을 했다고 마음을 먹으니 남편에게 밥을 '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먹을' 밥에 남편의 밥 한 그릇을 더 퍼 준다는 마음이 되더라고요.


남편이 억지소리로 시비를 걸어와도 속으로 웃게 돼요. 나는 곧 그 얼굴에 이혼 소장을 던질 것이니까요. 그런 상상을 하며 즐겁게 이혼 준비를 하길 바라봅니다.


내 꿈과 소망을 사랑합니다. 그것들이 열매를 맺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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