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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Jan 30. 2018

CSR 광고는 좋은 광고일까? 나쁜 광고일까?

- 트레바리 나초 <냉정한 이타주의자> 책을 읽고

  난 광고를 전공했고, 대학 생활 포함해서 약 8년여동안 '광고'라는 분야와 함께해왔다. 광고 스터디, 국제 광고인 과정, 수 많은 전공 과목까지. 광고 관련해서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해왔다고 자부하기에 나중에 인생의 키워드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광고'를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광고'라는 업을 정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부족하지만, 브랜드의 이름으로 아이디어를 훨씬 현실적으로 이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잘 안 알려져 있는 브랜드를 알리는 것, 일하는 여성들을 응원하는 것, 사람들이 기부에 동참하게 하는 것. 기존에 멈춰있던 사람들의 인식을 좋은 아이디어는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난 '광고'가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전에 일하던 광고회사 면접에서 대표님으로부터 '너가 생각하는 좋은 광고란 무엇이니?'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얼떨결에 받은 질문에 나는 주섬주섬 기억에서 떠오른 '화장품회사' 앱을 예로 들었다. 화장을 못하는 시각장애인의 화장을 도와주는 앱이었는데, 한 대기업 광고회사에서 사회공헌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것을 만들고, 세계 광고제에서 상을 받았었다. 당시 크리에이티브한 광고에 빠져있었던 나는 이를 보며, 나는 '시각 장애인도 화장을 하고 싶어하는구나..' 라는 새로운 시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보이스 미러 - 소망 화장품 / 2014년 한국 광고 대상 온라인 부문 대상으로 선정 됐다>


  하지만, 대표님은 '막상 그런 앱이 있더라도 사람들이 쓸까? 그런 앱은 현실적으로 비효율적인 것이 아닐까?' 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셨다. 사실 이것도 맞는 말이었다. 앱을 만드는데 몇천만원이 들 것이고, 이를 운영하는 데에도 현실적인 플랜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앱스토어에 쳐본 바로는 앱은 출시되고 운영이 안되는 듯 하였고, UI/UX도 매우 불편하게 되어 있었다.  어떤 의견이 맞는 것일까? 이 질문은 면접 이후 2년 내내 풀지못한 숙제로 남겨져 있었다. 


  이번에 트레바리 <나초> 책이었던 <냉정한 이타주의자>를 읽다가 가슴에 묵혀둔 질문을 떠올렸다. <냉정한 이타주의자>에서 작가는 기부 단체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태도를 보이며 단순히 동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최대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선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동기만으로 '만족감'에 취해서 행동을 했다가는 도리어 비효율적인 결과를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한 일화인 '플레이 펌프'가 있다. 우물 사업을 하던 한 광고 기획자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내었는데,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동안 자연스럽게 물탱크에 물이 저장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물탱크에는 광고판이 붙여져 부가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아주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전국적으로 플레이 펌프가 설치되었고 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 아이디어에 탄복하며 투자를 하였다. 

아이들이 놀이기구로 놀면, 물탱크에 물이 저장되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놀이기구는 흉물이 되어 비난을 받았다. 재미없는 놀이기구였고, 아이들이 하루종일 놀지 않으니 물을 퍼기 위한 수단으로 변모해버린 것이다. 더구나, 플레이 펌프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황무지이기 때문에 광고가 들어올리 전무하였다. 

  이 플레이 펌프의 예는 [결과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인해 실패했다. 플레이 펌프를 시착하기 전에 끊임없이 프로토타이핑을 거쳤다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이디어 자체를 의심하고 이를 적정한지 평가했었다면 아프리카 아이들도 놀고, 물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광고 기획자의 단순한 아이디어를 그저 '실행'만 했던 이유로 플레이펌프는 고통스런 노동 기구로 변모했다. 

  사실 이러한 광고는 조금만 찾아보면, 칸 광고제 수상 현황을 보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칸 광고제에서 상을 탄 수 많은 제품과 애플리케이션들이 있다. 하지만, 이 중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몇이나 될까? 

2015 칸 광고제 금상 수상작 -  삼성의 '룩앳미' / 이미지 출처: 삼성 뉴스룸

  2015년 칸 광고제에서 금상을 수상했던 삼성의 '룩앳미' 같은 경우도 사이트는 남아있지만, 2016년 이후로 호환 기종 업데이트가 끊겨 있었다. 삼성의 기술에 더해 자폐 관련 연구진들이 모여서 만든 앱이었지만, 아쉽게도 지속적인 운영을 하고 있진 않았다. 이 광고를 본 사람들은 이로 인해 자폐 아이들의 상태가 개선되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을까? <냉정한 이타주의자> 작가라면 진정한 사회 공헌을 원한다면 차라리 이 것을 만들 돈으로 아이들에게 기부를 하는게 났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명하자면 CSR 광고는 본연의 목적이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짧은 프로젝트성으로 운영되는 광고가 오래도록 이어지는 아이디어를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오히려 이 광고를 보고 소외 계층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이들에게 동정을 느껴 행동으로 직접 나서게 했을지도. 브랜드를 알리고, 자폐 아동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효율적인 접점을 고민한 최상의 결과가 이 것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단순히 광고 기획자들에게 이를 비난하기엔 어렵다. 

  결국, 좋은 광고, 나쁜 광고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광고 자체 보다 광고 기획자와 브랜드 담당자의 끊임없는 광고 운영을 위한 생각과 고민이라 생각한다. 그 때 면접 당시에는 어버버하며 말을 못했지만, 지금은 아이디어 뿐만 아니라 이를 얼마나 발전시키고 현실로 옮기는 것이 중요한지 알기에 조금 더 또렷히 말할 수 있다. 

  '광고'를 하고 싶고, 그 중 CSR 광고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이라면, <냉정한 이타주의자>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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