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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Feb 04. 2018

'일'에 대한 간지러움

퇴사 전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난 3개월 전에 광고 회사를 관뒀다. 인턴 포함해서는 2년 7개월, 정직원으로는 딱 3년 차가 되는 날이었다. 앓던 이가 빠진 듯, 평소에 거슬리고 아파왔던 사마귀를 떼 버린 듯 후련하고 후회의 감정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그만두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내 뇌를 그림으로 그렸다면 10%의 용량은 '퇴사'에 할당되어 있었을 것이다. 퇴사를 직접적으로 실행시키기 직전에 2-3번 그만둔다고 말한 적도 있다. 퇴사 예정일 전날에 번복해서 한동안 별명에 '번복'을 붙여 친한 동료들에게 우스개로 놀림을 받기도 하였다. 

  내 '퇴사'에 확실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실행한 것이지만, 내 이전 행동처럼 늘 회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하루 하루 퇴사를 입에 달고다니던 이라면,  혹시 일에 대한 '간지러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 


  

 며칠 전에 만났던 친구는 제약회사 영업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사무 보조업으로 이직을 한 친구였다.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스트레스 없고 정시 퇴근이 보장되는 직장이었는데 여기서도 또 다른 스트레스가 존재하고 있었다. 

"더 편해지긴 했지만, 이동 시간이나 출근 시간 생각하면, 정말 회사 괜히 왔나 라는 생각 든다.. "

   더 높은 연봉을 받지만, 일에 대한 불만은 해소되지 않는다. 한 쪽 스트레스가 해결되면 또 다른 쪽에서 스트레스가 스물스물 기어오른다. 난 정말 '만족할 수 있을만한 일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론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있는 환상적인 일'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연봉이 만족스러우면 일하는 시간과 보수적인 관계가 부담스럽다. 연봉이 불만족스러워도 나름 자유롭다는 것과 내 적성에 맞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연봉, 복지와 일에 대한 자유도가 서로 어느 정도 반비례 관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내 이전 회사는 비록 작은 회사였지만 적은 인원들의 유니크함과 디지털 혁신을 노리는 회사였다. 대기업의 1/100에도 안되는 규모였지만 많은 업무 역량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난 늘 이 장점과 반대로 적은 연봉과 비체계적인 구조, 분위기 등을 참을 수 없었고 늘 퇴사를 이야기 하였다. 어찌 보면 난 첫 회사를 행복하지 않게 다닌 셈이다. 

  지금 생각할 때 이 일에 대한 감정을 잠시 '간지러움'이라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2-3년 차에는 본인은 업무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늘 새로운 케이스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나가 끝나면 다음 것은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또 새로운 것 같이 느껴질 시기다. (나 같은 경우는 이 같은 시기를 겪으며 회사 구조에 대한 스트레스가 감정적으로 크게 느껴진 것이긴 하지만... ) 이 간지러움을 견디고 털갈이를 해야만 비로소 사회인으로서 역량을 가지고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회사에 무뎌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새로운 고민과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나로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한 선택을 최선으로 생각하고 그 선택에서 나오는 부차적인 대가는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것이 지날 때 세상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실무적인 역량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업무 스트레스로 과도하게 나를 갉아먹진 말자. 일은 나를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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