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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Feb 21. 2018

"자네는 뭐가 하고 싶나?"

광고인이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오늘 대학원 입학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교수님들과 처음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돌아가면서 신입생들이 자기 소개를 하였는데, 가장 긴장했던 질문이 바로 "관심사"에 대한 것이었다.

  광고 회사를 처음 지원할 때 가장 대답을 고민했던 질문은 "왜 광고를 하고 싶은가?" 였다. 막연하게 광고를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단순히 TV 광고만 온 것은 아닌지, 연예인을 보고 싶어 온 것이 아닌지. 광고 기획자로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로망과 멀기 때문에 광고 회사에서 꼭 물어보는 질문 1호는 '왜 광고를 하고 싶은지'이다. 

  광고 회사를 다니고 한 템포를 쉬면서 생각해보니, '광고'에서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광고는 브랜드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솔루션 역할 같은 것을 하는 것이고, 브랜드의 상황이 매우 다르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개발자, 디자이너와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라도 관심이 많아야 한다. 나는 회사에서 알아주는 '프로 알쓸신잡러' 였고, 이는 종종 개발자, 디자이너들과 이야기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어딘가에 깊이 고민하는 분야는 없었고 커뮤니티와 인스타그램을 뒤지며 다른 사람의 취향을 찾는 것 이 내 취미가 되었다. 

  내가 다니게 된 대학원은 융합 공학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을 연구해야 한다. 모든 대학원이 그러겠지만, 여기는 더더욱 취향이 중요하고, 대학원 졸업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 로드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다들 '음악' , '전시', '미술' 등 각각의 취향과 관심사가 있더라. 나도 무언가 취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난 생각해보니 이것 저것이 다 좋다. 미술도, 전시도, 음악도. 그런데 좋아하는 전시를 굳이 찾아가서 본 적도 없고, 음악도 매번 클로바가 틀어주는 최신 노래만 듣고 있다. 이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과감하게 연구 항목으로 선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생각없이 대학원을 온 것은 아니다..)

  다만, '광고'에 있어서 나에게 있는 장점은 '어떤 분야이든 큰 난관 없이 뛰어들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소위 똥배짱 이 생긴다는 것인데, 이렇게 다방면으로 알지 못했으면 내가 어떻게 광고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들어올 수 있을까 싶다. 뷰티 광고를 많이 찍어봤기에 화장품 광고, 화장품 브랜드만 엄청나게 판 적도 있다. 브랜드 캠페인 사이트를 개발한다고 알지도 못하는 HTML 코드를 열심히 들여다 본적도 있다. 광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구글 애널리틱스를 열심히 분석해본 적도 있다. 어떤 것도 해봤던 위치가 '광고 기획자'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연구해나갈 여지가 생긴다. 

  언젠가 광고가 잠시 실증났을 때, 어떤 분야로 전환해야 할지 모른다고 걱정하지 말자.

  광고인이라면 어떤 분야든 취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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