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장화 북클럽 공간 이전 비하인드
브런치 글을 쓰려면 큰 마음을 먹고, 자리에 앉아야한다. 엉덩이 붙이고 앉을 시간이 부족한 나에게, 앉더라도 '글쓰기'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만다. 연락해야 하는 사람, 챙겨야 하는 가족, 미처 처리못한 일들이 산적해 있기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4년을 한 공간에서 전쟁치르듯 버텨냈다. 내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나가달라는 건물주의 말에 미련없이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했다.( 이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풀자면 또 몇 페이지가 나올터라, 그냥 조그만 동네에서 일어난 젠트리피케이션이라 기록 하겠다. 한마디로 나는 쫓겨난 셈이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있던 공간도 닫는 판인데 무엇을 얻기위해 더 확장해서 공간을 이전한 것일까? 공간의 목적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것 같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공간에서 일하고, 배려하고, 성장하고 싶었다. 함께 운영하고 책임지게 되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일까? 하지만 아직은 나의 역량이 충분치 않았고, 불안해하던 사람들은 나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 공간의 운영과 책임은 오롯이 내 몫임을 깨달았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 중에 하나는 이런 일에 미련을 갖지 않는 것이다. 미련없이 아쉬웠던 것과 결별하고 다시 고개를 들고 앞으로 나가는 법을 알고 있다. 감정적으로 엮이지 않고 내가 잘할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이번에도 공간을 준비하면서 고민과 감정을 가지치기 했다. 모두를 만족시킬수 없고, 나는 그럴 능력도 없었다. 오롯이 나 혼자서 공간을 알아보고, 인테리어를 진행하고, 난생처음 사업자로 대출도 받았다. 그리고 2021년 7월2일 공간이전을 했다. 자 이제 힘든시간은 끝났나?
사람들은 이전을 축하한다고 했다. 나는 사실 중간에 진행사항을 상사에게 보고하듯 책모임 멤버들과 인스타 인친들에게 공유했는데 그분들은 늘 내게 부럽다며, 축하한다고 말했다. (속으로 '나는 당신들이 부러워요.' 라고 말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고생을 안하고도 이곳에 올 수있으니까요. ) 나는 축하받을 처지는 아니었다. '이전'을 기점으로 '고생' 시작이니까. 할 일이 더 늘어났고, 돈도 더 많이 벌어야 한다. 넓은 공간으로 옮긴다는 건 그런 의미이다. 물론 그분들도 그걸 알고 있다. 온갖 선물과 돈 봉투로 그 마음을 표현했다.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의미였다. 감사한 일이다. 나는 늘 빚지고 사는 기분이다. 늘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빨강장화. 이 공간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나는 이 곳이 지역 여성들의 연대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책모임도 하고 미술작품 전시도 할 것이다. 사유하고,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여성 지역 공동체의 거점.
이전한 뒤 일주일이 지났다. 미술작품 전시를 시작으로 이전 기념 오픈식을 했다. 그리고 정확한 타이밍에 코로나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도 시작되었다.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행사를 치뤄내었고, 몸살이 났다. 스스로에게 보상으로 며칠을 푹 쉬었다. 그리고 공간에 필요한 것들을 채우고, 필요없는 것들을 치우면서 또 한 주를 보냈다. 집에서도 나의 손길은 필요했다. 그렇게 며칠을 나, 가족, 공간을 모두 돌보는 작업으로 채웠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내가 가져야 할 방향성은 공간을 운영하는 나를 비롯해 사용하는 모든 멤버들 쪽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북클럽과 공간을 이용해 주시는 분들께 '레드멈버십'을 드리고 혜택을 선물하기로 정했다. 다행히 대부분 흔쾌히 멤버십을 신청하셨고, 고민하다가 뒤늦게 신청하신 분들도 있었다. 그 혜택은 무엇일까? 이제부터 나는 그 사람들애게 줄 "혜택"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일 할 예정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의 혼을 돌보아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과 훈련'이었다. 나는 나 자신도 그런 방식으로 혼을 보살필 것이고, 이번 생에서 레드멤버십 사람들과 책과 예술작품으로 제대로 엮어내고 싶다. 우리는 인연으로 엮였고, 운명공동체가 될 것이다.
고민끝에 한 편의 글이 완성되어 간다.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일주일에 한번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를 읽어주고 있다. 자신의 일기도 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남의 일기에 관심이나 있을까? 나도 안다. 제대로 듣는 사람들이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읽어 주는 나는 제대로 그 일기를 읽고 있다는 것이다. 6개월 이상 라이브방송을 한 덕분에 적응이 되었고, 유튜브도 할 수 있을것 같다. 나의 이런 경험을 브런치 글을 통해서도 조금씩 알리고 싶다. 사람은 능력이 없어서 새로운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시도하지 않기에 못하는 것이고, 좀 더 잘하고 싶다면 여러번 시도하면 된다. 지루해 보이는 이 과정을 실시간 라이브로 보는 것 보다는 글로 요약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에 이 공간에 꾸준히 써보려 한다. 서두에 밝혔듯이, 나는 쓸 시간이 없는 인간이다. 애도 키워야하고, 책모임도 해야하고, 빨강장화 공간에 살아가는 초록이들도 신경써야한다. 그 외에도 할일이 많다. (이건 차차 소개하겠다.)
하지만 쓰고, 여기에 기록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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