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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bootsbookclub Sep 24. 2021

가을이라는 계절

빨강장화 뉴스레터 3호

한 달에 한번 쓰는 뉴스레터, 벌써 3호가 나왔습니다. 한 달 사이에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을까요? 그럴 일 없을 것 같아 걱정했었습니다. 과연 대부분의 걱정은 부질없습니다. 한 달 동안 온갖 일들이 있었습니다. 계획한 일도 진행되었고, 살짝 불안했던 일들은 차분히 마무리가 되었고, 전혀 예상치 않게 일어난 일들도 있었습니다. 많은 것들을 책임지면서,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사건사고가 생기고, 상황들을 해결해 나가고, 가끔은 일을 해치운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8월은 길 위의 인문학 수업으로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9월 1일로 책모임 파트가 끝나고 글쓰기 수업이 시작되었지요. 저는 글을 꾸준히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함께 동참해서 써 나가고 있습니다. 시간은 있지만, 그렇다고 글이 막 써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썼고, 고치고 또 읽어보고 고치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아까 말했던 사건사고는 해결해야 했습니다. 누가 보면, 형사반장쯤 되는 줄 알겠네요.


뉴스레터에는 간단하게 책모임 이야기, 전시 상황과 계획, 한글축제 일기 쓰기, 사각사각책방 필사전시회 소개, 그리고 지역 보육원에 나눔 했던 상황보고를 실었습니다. 생각보다 한 달 동안 꽤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요? 특별히 보육원 나눔을 했던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합니다. 제가 부탁드린 분들을 통해 하루 만에 60만 원이 넘게 모금이 되었으니까요. 저는 한 20만 원 정도 예상했었는데, 너무 놀랐습니다. 보육원에 간식을 보내는 마을활동을 꾸준히 하면 좋겠다는 이웃들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가을은 정말, 풍요의 계절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종종 일어납니다. 명절에 저는 가족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가족들도 만나러 갔습니다. 이제 저는 남편의 가족을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정말 사실이었고, 저는 이미 몇년 전에  착각을 벗어났습니다. 다행이지요. 그래서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명절을 지내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상황에 맞게 대처를 했습니다. 불편해지기 전에 적당한 거리를 둡니다. 많은 가족들이, 가족이라는 굴레 아래에서 명절에 형식적으로 만나서 결국 싸우고 헤어집니다. (뉴스에 종종 나오고, 온갖 실화가 난무합니다.) 그것 또한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억압'입니다. 차라리 자주 못만나는 가족들이 더 애틋함을 느끼며 그리워합니다. 가족들 사이에도 적절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이번 가을, 저는 여러 관계를 마음속에서 정리를 했습니다. 무례한 사람들, 무심한 사람들,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  한결같은 사람들, 이젠 미움이라는 애씀도 내어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 다시 돌아보니 고마웠던 사람들,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람,  사람 마음속으로 정리를 했습니다. 가을이라   있는 일들 이었습니다.  힘차게 달려 나가기 전에  스스로를 점검해보았습니다. 모든 관계 정리가 단절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 마음속에서 관계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잡다한 일을 짊어지고 달리려는 저에게, 짐을 내려놓으라고 엄중히 말했습니다. "기승전-자기 "하던 사고를 과감히 버리고, 상황을  살펴보고 적절히 판단하기를 조언했습니다.  타인에게 조언을 구했던 나에게, 이런 시도는  의미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나이가 40이 되어서야 스스로 잘하고 있었음을, 자신만의 목소리를 정립했음을 알아차리고 일기에 기록을 했습니다. 저도 만 나이 40이 되어가면서, 나의 행동과 판단에 책임을 질 나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탓하고, 남을 탓하고, 자신을 탓하는 것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결정하고, 책임을 지기로 했습니다.


40이라는 나이는 가을과 같은 계절입니다.

여러분에게 가을은 어떤 계절인가요?


"가을은 익어가는 계절.

쭉정이와 알갱이를 가려내는

엄정한 생의 계절"

-박노해 <걷는 독서>


빨강장화 뉴스레터 3호

 https://workable-may-6ba.notion.site/vol-3-017c040952e74cd7bb1ff4be6e1221a8

#빨강장화북클럽#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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