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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bootsbookclub Nov 02. 2021

일기 쓰기의 변주

백번의 힐링다이어리

2021년 블로그 일기를 쓴 지 4년이 지났다. 매일 쓰지는 않았지만, 일기 카테고리로만 봐도 700편이 넘는다. 살아오면서 4년을 꾸준히 한 일이 잘 없는데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나의 일기글은 심심하고 따분한 일상의 날씨 묘사와 같은 유치 하면서도 (초등학교 시절 일기 분량을 늘려보려고 꼼수를 쓴 날씨 자세히 쓰기?) 대책 없는 무엇이었다. 그런 걸 왜 쓰기 시작한 거야? 3학년 큰 아들의 일기 쓰기를 돕는다는 취지로 엄마도 일기 쓰는 콘셉트이었을 거다. 게다가 새롭게 시작한 작은 일이, 진짜 일이 되게 만들어보려고 기록하겠다며 열정을 쏟은 것이다. 억지스럽지만, 그게 최선이었다.


학생 시절에 결혼하고, 돈도 없이 아이를 여럿 낳아서 책 한 권 마음 편히 살 여유가 없는 내가, 그런 삼십 대 중반의 내가 너무 싫었다. 일하자고 애들을 버려둘 수는 없으니 아이들 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머리가 이상했던 걸까? 수학 과외를 하다가 수제잼을 만들어 팔고, 천연염색 가방을 만들어 팔다가 그림책테라피 일을 시작했다. 운영해오던 빨강장화 공간 주변의 시끄러운 버스 소음 때문에 그림책테라피를 하기는 힘들어서 그냥 인문학 북클럽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건물주에게 억지로 떠밀려 나와서 새로운 공간을 찾았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영끌 해서 대출받고, 전시공간을 오픈했다. 그리고 나는 지난 4년의 일들을 일기에 모두 담았다.


혼자 쓰는 일기는 혼자 걷는 여행과도 같다. 때론 한적하고 조용해서 쉼이 있지만 가끔은 메마른 사막을 걷는 것처럼 춥고, 공포스럽다. (사막에 가본 적 없는데,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다. 가서 못 돌아오는 상상도 여러 번 했다.) 일기 쓰기를 한 지 3년쯤 지나면서 일기 모임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힐링 다이어리 30 일쓰기 모임의 첫 시작이다. 힐링 다이어리 1기에 함께 모였던 사람들이 다시 2기에도 함께 해주셨다. 1기를 시작할 때, 나는 일기 모임을 100기까지 꾸려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어쩌면 다시는 혼자 쓰는 일기를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2021년 11월 16번째 일기 쓰기 팀을 꾸리려 하고 있다. 외롭지 않게 함께 쓰는 일기. 기수는 바뀌지만 멤버는 많이 달라지지 않는다. 함께 삶을 나누었던 시간만큼 우리는 가까워지고, 헤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백 번째 일기팀이 꾸려지는 그날이 너무나 궁금해진다. 우리 모두는 어떤 모습일까.


#힐링다이어리#일기쓰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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