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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끄적 Sep 06. 2023

꿈이 없는 나, 불행한 건가요?

Q. 넌 좋아하는 게 뭐야?

A: 요리, 미술, 영화. 패션 등등?

Q: 그러면 넌 하고싶은 일이 뭔데?

A : 음 모르겠네...

Q: 꿈이나 목표는 있어?

A : 딱히..


꿈이 없는 난 불행한 삶을 사는건가?




난 왜 꿈이 없을까


21세기, 현재의 세상은 정말 빠르고 다양하게 돌아간다. 옛날과 다르게 누구나 원한다면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 인터넷을 활용하면 누구나 방대한 데이터를 직접 만질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이 정보의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점차 다르게 진화해 왔다. 크고 강한 물고기가 먹이사슬을 군림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빠른 물고기가 먹이를 낚아채는 시절이 온 것이다. 이는 공평하게 주어진 정보 속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바로 여기서 발생하는 딜레마에 빠져버렸다.

너무 많은 정보들은 오히려 '선택의 역설'을 제공한다. 마치 20가지가 넘는 김밥천국의 메뉴 속에서 결정이 느려지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많은 정보들은 확실한 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교보재이겠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선택을 하기 어려워했고 그 무엇에도 내 100%를 쏟지 못하는 그런 인간이었다.

책, 텔레비전, 유튜브 등 각종 매체에서 쏟아지는 시각적 향연들은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하지 못한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파도였다. 이것도 멋져 보이고, 저것도 재밌어 보이고 각 파도들에 휩쓸려 도착한 곳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내 손에는 미완성의 히어로들이 그려진 종이를 꾸깃꾸깃 쥐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얕은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눈빛과 의지는 강렬하지 않았고 확신이 없었다. 확신이 있었더라면 미대를 포기하라던 부모님에게 나의 진심을 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저 그만큼의 열정과 용기가 없었나 보다. 그렇게 자신의 진로를 일찍이 정했던 이들을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흐르고 요리와 미술과 패션을 좋아했던 아이는 이상하게도 호텔경영학과라는 곳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는 호텔 조리학과인 줄 알았나 보다.




이런 나를 좋아하기로 마음먹었다.


뭐 나쁘지 않았다. 이걸 꿈이라고 생각해도 좋다고 마음먹기도 했으니 말이다. 훌륭한 호텔리어가 되어 고객들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찝찝하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내 꿈을 향한 모든 경험은 이런 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것이 내 문제인 것 같았다. 하나를 시작하면 너무나도 먼 미래를 같이 생각해버리곤 했다. 아직 닿지도 않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현재를 즐기지 못한 것이다. 얕은 꿈의 수심에서 심연의 공포를 찾아버린 멍청한 다이버랄까.


늦었지만 얕은 꿈속에서 그나마 반짝이던 것들을 건져냈다. 요리조리 오리고 붙여서 나만의 조개껍데기를 완성시켰다. 작고 소중한 조개껍데기를 들고 이제 더는 불안해하지 않고 현재를 즐겨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UX 기획자를 직업으로 삼았다. 나이 28살에 늦깎이 신입으로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직업에 흥미를 느꼈고 책을 읽고 글도 쓰며 꽤나 건설적인 업으로 삼고 있다. 물론 주위에 깊은 꿈을 이루고 빠르게 제 위치를 잡아간 사람들이 부럽기는 하다. 어쩌겠는가, 그것이 인간인데. 지금은 다양한 것을 도전하며 사는 나의 삶을 좋아하기로 했다. 실패한 꿈의 부산물들을 다시 취미로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펼쳐 못 다 그린 히어로들을 그리고 있다. 오늘은 그 그림에 배경을 칠할 생각이다. 새로운 취미를 찾았으니깐.


도전을 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느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얕은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얕은 꿈에서 다양한 것들은 경험했고 그 경험들은 넓은 견문을 필요로 하는 현재 UX적 업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한 어떤 방면으로든 내가 힘들 때 나에게 큰 위로의 역할을 한 것이 얕은 꿈이었다.




나처럼 얕은 꿈을 가지고 흔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인생의 바닷속에서 얕은 수면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면 깊어지기 마련이다.

또 깊지 않으면 어떠한가? 얕은 꿈을 가지고 인생을 넓게 살아가면 그만이다.

인생의 기준은 자신이며 남에게 휘둘릴 필요가 없다.

행복과 성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며 단단하게 나의 길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꿈이 얕다고, 깊다고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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