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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꾸꾸 Mar 31. 2022

나만 다른 길로 가는 것 같아  불안할 때

어제는 병원 인턴, 오늘은 회사원


이틀 전, 친한 친구들이 있는 톡방에 이런 메세지가 갑자기 툭, 하고 올라왔다.


"힘들 때 있지, 예쁜 카페에서, 노트북 타닥타닥하면서, 달달한거 먹으면서,

그러고 싶다..."


다름 아닌 병원에서 신경과 전공의 1년차로 수련을 받고 있는 친한 언니, 동누였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언니, 그것도 맨날 하면 질릴거야"



실제로 지금의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막상 병원에서 일할 때는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며 매일 같이 혼자만의 시간을 절실하게 원했었는데, 매일 흘러넘치는 자유 안에서 현재의 나는 오히려 치열하고 매일이 새로움의 연속이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마치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끝까지 보지도 않고 다른 영화는 없나 눈을 돌리듯이, 무한한 선택의 가능성 안에 놓이게 되었을 때 우리는 선택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어쩌면, 한가지 일에 몰입하는 대신 지루함과 무력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상하게 나는 병원에 다니면서 데이터 만지는 일을 너무너무 해보고 싶었다. 나도 카페에서, 노트북 타닥타닥하면서, 달달한거 먹으면서 일하면 진짜 좋겠다 싶었던걸까? 뭔가를 내가 만들어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듯한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코딩이란 것을 꼭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헬스케어 회사 연구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회사에 들어와서 데이터를 만지는 일을 하며 문득 스쳐지나갔던 생각 중 하나가, ‘이럴 거면 데이터분석가에게 맡기는 게 훨씬 효율적이겠는데?’하는 생각이었다.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업무가 매우 세분화되어 있거나 전문화되어 있지는 않기도 하고, 어디까지가 나의 일인지,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는지에 대한 것도 매순간 고민이었다.


뭐든 직접 하는 걸 좋아해서 배우는 즐거움이 있지만, 어딘가에는 이 일을 전문적으로 굉장히 잘 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내가 이걸 조금씩 배운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너무 비효율적인 것을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들곤 했다.


그러던 중 하루는 회사에서 사용자들의 대화 내용의 키워드를 분석한 프로젝트 발표를 보고, 얼마 전에 읽었던 송길영 박사님의  ‘그냥 하지 말라'라는 책이 생각났다. 수만개의 SNS 키워드를 분석해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었는데, 그러다 그의 기사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일에 진정성을 담기 위해 무엇을 갖춰야 할까요. 첫 번째는 주체성이고요. 두 번째는 전문성입니다. 주체성은 내가 하는 거고요. 전문성도 내가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마케팅한다고 하는 분 중에 이런 분이 있어요. 일을 어떻게 실행하느냐고 물으면 '대행사가 한다'고 해요. 그 대행사는 또 아르바이트에 일을 맡기죠. 그럼 그 일은 자기가 한 게 아닌 겁니다. 업체만 관리한 거죠. 그런데 그걸 자기가 했다고 착각합니다. 이런 분들의 특징 중 하나가 이직이 안 된다는 겁니다. 본인이 (혼자) 한 게 없으니까요. 항상 누가 일을 도와줬죠."


주체성을 가져라


내 머리를 울린 말이었다.


주체성의 함정은 내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했고, 주체성을 조금 놓아도 나를 억지로 앞으로 끌고 가주는 힘이 있는 어떤 큰 줄기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불안했다. 내 선택의 결과가 내일의 나, 5년 뒤의 나, 10년 뒤의 나를 어느 곳으로 이끌어줄 것인지 전혀 상상이 안 되지만, 일단 나는 주체적으로 나만의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느려도, 지금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어도, 직접 해보는 것과 해보지도 않고 나의 영역이 아니라 단정짓는 것의 차이는 크다.



꾸's 행복


왠지 모르게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적절한 평균 속에 있어야만 마음이 놓일 것 같을 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을 디자인하고 있는 '내 삶의 디자이너'라는 것을 기억하자.

애초에 우리의 삶은 그 누구의 삶과도 같지 않고,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러니 뒤쳐진 것도, 유별난 것도, 틀린 것도 없다.


그러니 모두들 행복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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