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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꾸꾸 Apr 08. 2022

잠시멈춤 한달째 / 소소한 나날들

나는 글을 쓰는 걸 참 좋아한다. 좋아한다고 해서 자주 쓰는 건 아닌 걸로 봐서는 카페에 앉아 글 쓰는 나의 모습을 좋아하는 건가? 풉. 예전부터 나는 뭔가 꾸준히 '적립'되는 것에 굉장히 뿌듯함을 느꼈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의 난 성인이 되면 화장품 브랜드를 한 가지만 써서 포인트를 모아야겠다고 했던 적도 있다. 웬걸, 그게 말도 안 되는 일이란 건 사실 그 때의 나 자신도 알고 있었지 후후.


지금은 나의 글로 내 인생을, 아니 인생보다 더 작은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모으고 쌓아가는 것 같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장황한 일기를 쓰기 시작했었는데, 그 당시 문득, 아 오늘 하루 이렇게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거라는 사실이 너무 아쉽고 슬펐던 고딩의 나는 TMI로 가득한 일기를 쓰기 시작했었다. 사람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추억, 사건들을 순간순간의 장면들과 어렴풋한 감정의 덩어리 정도로 기억하기 마련인데, 과거의 내 일기를 읽어보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지나가다 한 웃긴 농담, 시험 끝나고 기분 좋아서 뛰어다니다 목에 담 걸렸는데 근육이완제를 먹을지 말지 고민하다 안 먹은 얘기부터 해서 별의별 사소한 것들이 적혀있다. 가끔 가다가 갑작스레 '나 이때까지 뭐 했지, 인생 헛살았나'하는 허무주의에 빠질 때 지난 일기나 끄적였던 글들을 읽어보면, 아 나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았었구나 하며 다시 기분좋은 동력을 얻곤 하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장소마다 미묘한 분위기가 있다. 블로그엔 조금 사적인 추억을 편하고 장난스럽게 남기고, 손으로 적는 일기에는 정말 그 날의 깊은 감정을 한 글자 한 글자에 꾹꾹 눌러담으며 풀어버리고, 사소하지만 할 말이 많은 날에는 개인 페이지에 노트북 타자로 타닥타닥 생각나는대로 마구 글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이곳 브런치는 무언가 감성적이고 정돈된 글을 써야만 할 것 같다. 마치 완벽한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은 느낌 말이다. 그런 부담은 벗어던지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요즘의 소소함/

요즘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눈코뜰새없이 바삐 돌아가는 환경이 아니다보니, 처음엔 내가 일을 하고 있는 게 맞는건가 싶었는데, 오늘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느냐보다 1년간 이 회사에서 앞으로 나의 방향성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는 감사한 팀장님.


그래서 요새는 시간이 굉장히 많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유튜버 '말많은소녀'의 한 영상에 이런 말이 나온다. '쉬니까 조바심이 나는 거. 근데 이런 불안을 불안해하지 않는게 진정한 쉼의 자세 아니겠습니까?'


요즘 좋은 것 중 하나는 피곤하면 쉴 수 있고, 굳이 시간을 쪼개고 쪼개지 않아도 충분히 운동하고 매일같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거,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거,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만난다는거?

반대로 요즘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위의 것들은 되게 바쁜 와중에 참고 참았다가 하게 되면 더 꿀맛이라는 사실, 매일 매일 예상치 못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설렘이 적다는 거?

결국 같은 걸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다. 모든 것은 양날의 검, 앞면과 뒷면이 있는 법.


이럴 때도 있으면, 저럴 때도 있는거지. 작년에 인턴을 하며 많이 했던 생각이 매일이 얼마나 바쁠지 예측가능했으면 좋겠다라는 거였다. 어떤 날은 너무 바빠서 허덕이고, 또 어떤 날은 일이 너무 없어서 늘어지게 지루하기도 하고, 매일 매일 적당히 바쁘고 적당히 쉴 순 없는걸까? 하며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놓곤 했었는데, 결국 지난 1년을 평균을 내면 적당히 바쁘고 적당히 쉬었던 한 해였다.


그러니 우리, 오늘이 어떻든지 간에, 오늘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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