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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꾸꾸 Nov 17. 2022

[도쿄] 영화 속에서 아침, 드실래요?

커피와 빵 한장의 여유, Royal Coffee Shop


그 날의 기분에 따른 여행을 하기 위해 무계획으로 떠난 도쿄 여행.

(사실 바빠서, 혹은 귀찮아서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도 있다.)


떠나는 날 새벽까지 병원에서 당직을 서고 온 뚜와

파워J 성향이지만 여행만큼은 발길 닿는대로를 추구하는 눌, 그리고 나.

이 셋의 조합은 계획 없이도 핸드폰과 돈만 있으면 즐겁게 여행할 수 있기에 제격이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즐거웠던 시간을 꼽으라면, 단연 '아침' 시간의 여유로운 식사


그 중에서도 마지막 날, 공항에 가기 전 들른

Royal Coffee Shop을 소개하려고 한다.




Royal Coffee Honten

(Royal Coffee Shop)     

1 Chome-39-7 Asakusa, Taito City, Tokyo 111-0032, Japan        

8AM open , 7PM close

함께한 메뉴 : Lunch set A (식빵, 딸기 요거트, 계란, 햄, 샐러드, 딸기잼 그리고 커피/홍차, 720엔) & 햄 토스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중년의 신사들이 느지막히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즐기러 신문과 책을 읽으러 오는 듯한 분위기의 카페.

이제와 안 사실이지만, 인터넷 홈페이지도 없는 굉장히 아날로그 감성의 카페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아사쿠사 센소지의 상점 거리를 가로질러 전철역으로 갔는데,

그때마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우아하게 담소를 나누며 토스트와 커피를 즐기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얘들아, 정말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이지 않아?"


"그러게. 아침에 정성스레 차려진 커피와 빵을 먹으며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일상이란 어떤 일상일까?"



저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보기 위해,

매일 아침 한 폭의 그림처럼 스쳐지나갔던 Royal Coffee Shop을 마지막 만찬의 장소로 정했다.




Atmosphere

feat. 검정 비니 아저씨


식사를 하는 내내 나의 눈길을 끌었던,

자켓을 툭 걸치고 느릿하게 식사를 하시던 검정 비니 아저씨.

이 카페 분위기의 5할은 비니 아저씨가 만들어냈다.



Since 1962

카페의 분위기를 봤을 땐 1800년대 일본의 근대화 직후 생겨났을 법한 느낌이었는데.

관동 대지진과 2차 세계 대전으로 센소지 주변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고, 현재의 건물들은 1960년대 이후 재건된 역사가 있었다.


센소지 주변, 신나카미세 상점가
Royal Coffee Shop



Menu


1. About Menu

오전 11시까지는 Morning set를 판매한다.

식빵과 딸기잼, 샐러드가 기본이고 Lunch set A는 곁들여 먹을 딸기 요거트와 계란샐러드, 그리고 햄 한 장이 함께 나온다.


2. Food

Bread  (feat. 두툼 겉바속촉)

기본으로 나오는 두툼한 식빵이 나오는데, 우리가 아는 식빵 3장 정도 두께에 butter base로 구워서 그런지 고소한 향이 함께 난다. 빵만 먹어도 맛있다는 뜻.


Egg

타마고산도 안에 들어가는 계란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데,

한국 편의점 계란 샌드위치와는 맛이 조금 다르다. 조금 더 버터리하고 짭쪼름한 느끼함이랄까? 일본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간이 세고 풍미가 강한데, 특히 타마고산도 계란 소스의 맛이 한국과 다른 이유는 '마요네즈'에 있는 것 같다.


일본식 마요네즈는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계란 노른자만을 사용해 만든다고 한다. 오코노미야끼 위에 뿌리는 마요네즈 소스가 왠지 모르게 크림치즈맛이 났던 이유가 이거였을까?


Salad & Yogurt

일본식 샐러드의 특이한 점은 미역이 종종 함께 들어있는 점. 딸기 요거트는 한국 요거트에서 당도를 20%정도 뺀 맛. 하지만 버터향이 강한 토스트에 발라 먹기엔 당도를 뺀 편이 나았다. 하지만 눌과 뚜는 매번 예상을 빗나가는 음식 간 세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달아야 할 건 덜 달고, 삼삼해야 할 음식은 짜네?"


Toast & Chips

배가 고픈 뚜는 햄 토스트 단품과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토스트만 시키면 빵이 2장 나오기 때문.

뚜는 햄 에그 토스트를 먹고 싶었지만 메뉴판에는 햄 토스트와 에그 토스트 뿐이었다.


"Ham egg toast はありますか? (햄에그토스트가 있습니까?)"

"Oh! no no no no"


머리를 굴려 일본어로 여쭈어보아도 영어로 대답해주시는 일본 사람들. 일본어는 개인적으로 어감이 정말 아름다워서 꼭 배우고 싶은 언어이다.


아, 토스트도 맛있었지만 뚜는 옆에 곁들임 과자에 꽂혔다. 과자 봉지를 눈여겨보고 사오려고 했는데 결국 까먹고 사지 못했다. 사실 뭐, 나는 과자는 뭘 먹어도 다 맛있다고 생각해서, 저 과자가 그리워질 때면 매운맛 스윙칩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아쉽진 않았다.


Coffee & Tea

아메리카노는 드립 커피.

홍차를 시키면 Milk와 Lemon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홍차 물에 우유 or 레몬 물을 섞어 마시는 것.

연한 홍차 맛.



꾸's Happiness

이곳에서 찾은 행복은 무엇이었을까


1. 일상의 소소함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린 소소한 일상에서 얻는 찰나의 즐거움들이 모여 잔잔한 행복감을 건네준다. 요즘 나의 행복은 커피 한 잔과 버터를 듬뿍 바른 토스트를 먹으며 아침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는데. 이 마저도 잠깐 다이어트를 한다고 내려놓은지 1주일 째였는데, 이곳에서 다시 느꼈다. 행복을.


이제 몇 달 있으면 아침이 있는 삶에서 아침이 없는 삶으로 바빠질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와 빵 한 장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아침 시간에 잘 끼워넣어보자. 나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시간을.

단 1분이라도 괜찮다.



Epilogue


일본에서 카페를 찾으면 생각보다 '식사류'를 메인으로 함께 판매하는 카페가 많이 나온다.

특히 우리가 묵었던 아사쿠사 지역은 도쿄에서 가장 큰 사찰인 센소지(Sensoji)가 있는 곳으로,

일본의 전통적인 거리와 상점이 즐비해 있다.

이곳에 오면 카페에 따뜻한 커피와 함께 아침식사를 즐기러 온 중년, 어르신분들을 많이 볼 수 있어, 마치 일본의 근대화 시기에 앞서 나갔던 부촌 동네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외국인이 절반 이상이었다고 하는데,

오히려 한국인은 많이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일본 사람들(특히 학생들)의 관광으로 붐볐다.


일본은 Google map이 굉장히 잘 되어 있고, 실제로 일본인들도 구글맵 평점을 보고 식당을 찾아간다는 정보를 보고 구글맵과 직감을 따라 식당을 고른 덕분에


관광지로서의 일본이 아닌,

일본의 일상을 함께하고 온 4일간의 여정이었다.



Next


다음은 아사쿠사의 작은 스탠딩 초밥 노점으로 시작해 80년 간 전통을 이어온 (특히 이타마에 아저씨가 매력적이었던) Tsune Sushi


그리고 전통적인 아사쿠사 거리 속 자리잡아 북유럽의 이색적인 향을 물씬 풍기고 있는

노르웨이 푸글렌 커피를 소개하고자 한다.



고럼 안녕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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