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 Rung 의자에 대해서
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시골 의자들 중에 상당수는 포스트앤렁(Post & Rung)의자들, 그 중에서도 사다리 모양의 등받이를 가졌다는 의미의 Ladder Back 의자들이 있다. 포스트앤렁 의자는 윈저 체어와 달리 좌판이 없고, 다리(Post)와 다리를 연결하는 가로대(Rung)으로 사각 프레임을 만드는 의자를 말한다. 뒷다리를 길게 만들어 등받이판(Back Slat)을 다리 사이에 끼우는 모양이 딱 사다리처럼 보인다. 그리고 앉을 수 있도록 좌판을 나무껍질이나 갈대, 페이퍼코드 등으로 엮어서 만드는 의자다.
윈저 체어와 다른 점은 좌판이 없고 프레임이 곧 공간이라는 점이다. 다리를 기준으로 프레임을 짜면 사각형의 프레임이 나온다. 그 자체가 하중을 견디는 구조가 되면서 동시에 앉는 공간이 된다. 뒷다리를 길게 올려서 등받이와 팔걸이를 연결하면서 의자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공간이 단조롭고 몸에 맞는 편안한 곡선의 공간을 만들기에 애초부터 제약이 있다. 그래서 몸에 잘 맞는 공간을 만들어 편안한 착석감을 주기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미국의 존경받는 체어메이커 데이브 소이어(Dave Sawyer)는 포스트앤렁 의자에 대해서 3분 의자라는 평을 남겼다. 3분 요리로 상징되는 인스턴트의 뉘앙스가 떠오르지만 그의 말은 3분 이상 앉기엔 불편하다는 다소 과장된 리뷰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앤렁 의자의 장점은 의자를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고 필요한 파트의 수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제작이 쉽기 때문에 윈저 체어보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좌판이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의자의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점이다. 가벼운 무게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키아바리(Chiaviri) 의자, 그리고 키아바리를 기반으로 더 경량화를 이룬 지오 폰티(Gio Ponti)의 수퍼레게라(Superleggera) 의자 모두 포스트앤렁 의자들이다. 포스트앤렁 의자는 등받이의 형태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눠지는데, 사다리처럼 뒷다리를 연결하는 등받이판(Back Slat)이 있으면 사다리라는 뜻의 Ladder back 의자가 되고, 윈저 체어처럼 등받이에 스핀들이 들어가면 Spindle back 의자가 된다. 등받이판(Back Slat)은 1개부터 5개 이상까지 다양하다. 두 가지 모두 유럽 전역의 시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의자들이지만 보통 Ladder back을 더 많이 볼 수 있고 포스트앤렁 의자라고 하면 Ladder back을 떠올리는 편이다.
시골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의자인 포스트앤렁 의자들 중에 가장 유명한 건 아마 반 고흐의 의자가 아닐까 싶다. 고흐는 평생을 가난하고 힘겹게 살았던 화가였고, 프랑스 시골의 하숙집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고흐는 Ladder Back 의자를 그린 작품 2개를 남겼다. 하나는 고흐 자신의 의자이며, 다른 하나는 잠시 함께 지낸 동료였던 고갱의 의자다. 고흐는 프랑스 아를(Arles)에서 12개의 의자를 샀고, 그 중에 하나가 고갱을 위한 안락의자라고 남겼다. 두 그림을 보면 고흐의 의자는 전형적인 시골의 Ladder Back의자이고, 고갱의 의자는 프랑스 제국 양식(Empire Style)의 의자다. 고흐의 입장에서는 고갱을 프랑스 아를(Arles)로 초청하면서 나름 배려를 했던 것이겠지만, 고갱이 이 의자를 썼는지는 확실하지 않고 같이 지낸 시간도 겨우 2달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에 그린 고흐의 그림 The Bedroom에도 동일한 의자들이 나오는데, 고흐에게 침실 그림은 완벽한 휴식이자 평화를 표현하는 그림이었다. 그에 비해 고급스러운 카페트 위에 놓인 고갱의 의자는 좀 더 강렬한 색상과 대비가 보이는데, 의견 대립 끝에 결국 불행으로 끝난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고흐가 그린 고갱의 의자에는 고갱에 대한 감정과 생각이 담긴 듯 하다.
포스트앤렁 의자는 서민의 삶과 밀접한 의자였기에 여러 화가들의 그림들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내게 기억에 남는 의자는 2019년 tvN 예능프로그램 ‘스페인하숙’에서 본 의자였다. 오래된 수도원이었던 건물의 일부를 빌려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 알베르게를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 세 사람이 꾸려가는 내용이다. 그 곳에서 유해진이 순례자들을 맞는 접수대 앞에 놓인 Ladder back settee 뿐만 아니라 가장 메인 공간인 다이닝 룸에 놓여있던 다양한 Ladder back, Spindle back 의자들은 스페인의 시골을 만들어주었다. 내가 의자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것들에서 작은 기쁨을 느낀다.
영국의 체어메이커 마이크 애보트(Mike Abbott)를 비롯해서 많은 체어메이커들은 지금도 포스트앤렁 의자를 만들고 수업을 한다. 좌판이 있는 윈저 체어는 나무를 깎아가면서 형태와 균형을 맞춰야 하고, 좌판에 꽂는 다리와 스핀들이 복합적인 각도로 들어가기 때문에 시각적인 균형까지 고려하면 작업의 난이도가 더 높다. 반면에 포스트앤렁은 좌우 대칭이 되는 구조만 생각하면 되기 때문에 작업이 쉬울 뿐더러 더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다. 물론 컨템포러리 Ladder Back 의자들은 브라이언 보그스(Bryan Boggs)의 의자들처럼 곡선적이고 복합적인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대단한 성취를 이루기도 했다. 너무나 유명하고 익숙해진 한스 웨그너의 위시본 체어((Wishbone chair)나 찰스 레니 매킨토시(Charles Rennie Mackintosh, 1868-1928)의 진보적인 의자들을 포함해서 모두 다 고흐의 그림에 담긴 소박한 시골 의자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