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은 부산에 간다
계획은 그렇지만 두세 달을 걸쳐서 가는 게 요즘이다.
80을 넘기신 엄마와 아빠가 치매라는 낙인을 찍으신 이후로 우리 남매는 돌아가면서 부산에 가서 집 청소며 병원 모시고 가기 등을 하고 있다.
주간보호센터라는 노인 유치원에 평일에는 두 분 다 다니시기에 주말에 케어가 필요한 부모님을 부산에 있는 큰언니가 그 일을 하고 있기에 나머지 형제들은 그중 하루 정도를 하자고 얘기가 되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어린 남동생도 아직 케어가 필요한 초등학생이 엄마 막내도 직장을 막 옮겨 휴가가 줄어든 셋째도 발길이 줄어들어 큰언니의 무게가 더 커지게 됨을 느끼게 되었다.
가끔 가는 우리에게는 쓴소리 하지 않으시는 엄마 아빠는 가까이 살아 챙겨주는 언니에게 고약함을 내뱉어 내신다.
일이 바쁜 언니에게
전화 왜 안 하느냐
'네가 해야지
네가 하는 게 당연하지
너 때문에 집 팔고 이 아파트 와서 친구 도 없고 외롭다.
네가 그런 거다.'
결정은 당신들이 다 하신 건데. 우리네 부모들은 그때 네가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산다 고 투정하신다.
아무리 치매 증상이라고 해도 매일 들으면 그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5남매 중 유일하게 부산에 있는 언니와 형부가 그 많은 엄마 아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묵묵히 챙기고 있다.
맘대로 외출하시고 길을 잃어버리시는 엄마의 일탈도 곧 언니의 몫이다.
찾아내서 집에 모시고 가도 욕은. 언니에게 다해버리는 엄마를 나도 멀리 서울에서 전화 로만
만나는 이일상이 지치는데......
이번 주에 내려갈게~~
내한 마디에 언니는 항상 내 힐링을 걱정하며 스케줄을 보인다.
부산에 도착하면 일단 부모님 집의 청소를 4시간 정도 하고 버릴 것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데 물건을 버릴 때 엄마 아빠에게 내기 버렸음을 강조해 드린다.
내가 가고 나서 언니 탓을 하면 안 되니 말이다.
언니는. 늘 얘기한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듯 점심이면 밥먹듯이 나는 일상으로 엄마 아빠에게 하는 거라고~~
주말이면 쉬고만 싶은 고달픈 회사 생활에 다시금 출근하여 매주 부모님 집 청소와 끼니를 챙겨 드리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건 아니다.
나도 언니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버거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일상 일고 규정지어놓고 해 나가는 게 살아온 삶이 그래서 인 듯하다.
스무 살이 넘어서는 돈을 벌어 스스로 공부했고 엄마 아빠에게. 보태고 살았으니 말이다.
풍족하지 못한 부모님을 원망 하기보다는 생활력 있게 살 수 있게 한 지금을 만족하며 살아왔던 듯하다
우리 남매는 모두 스스로 벌어 대학을 갔고 언니와 셋째는 대학원을 마쳤다.
그 강인한 생활력으로 말이다.
그래서 스스로 가 당당하게 우린 살고 있다.
부자였던 친척들 자녀들이 지금은 변변한 직장도 못 구하고 아직도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어 사는 반면 우리 형제는 정말로 자수성가하여 다들 살고 있다. 말은 안 해도 그걸 자랑거리로 엄마 아빠는 친구들에게 자랑하신다는 것도 우린 안다.
4월의 둘째 주 부산은 덥다.
벚꽃은 이미 피었다가 지고 있었다.
청소 일과를 끝낸 나와 언니는 저녁 영화를. 보고 집으로 봄밤을 걸어왔다.
조금 오래된 목욕탕 앞에 흐드러지게 예쁜 꽃이 피어있었는데 언니가 가까이 가서 유심히 보는 모습에 나는 '벚꽃이야?'라고 물었다.
'아니, 이거 해당화야~~'
'어 ~~ 그 노래에 나오는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 '그 해당화.. 난 처음 봐~~
신기하게 바라보다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렇게 꽃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는 울 언니인데 억척스레 살아온 만큼 그 여림이 다 묻혀버린 울 언니인데~~
어느 봄밤의 해당화처럼 잘 피어서 잘 걸어가길
그래서 나도 잘 걸어가길 바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