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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한 Dec 22. 2015

내맘대로 2015년 최고의 해외영화 TOP10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더 랍스터>까지

국내 개봉을 기준으로 2015년에는 40편의 외국 신작을 봤다. 40편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영화로 꼽을 게 10편 이상이었던 풍성한 한 해였던지라 부동의 1위를 차지한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빼고는 순위를 고심했다. 여전히 드라마가 많지만 SF, 액션, 음악 영화 등 특정 장르로 치우치지 않았던 것도 인상적이다.

히어로 무비가 한 편씩은 탑10에 있었는데 그 중 한 자리를 예약할 거라 믿었던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가 기대 이하의 작품성으로 실망만 남기며 히어로 무비는 리스트에서 전멸. <엑스맨: 아포칼립스>와 <배트맨v슈퍼맨: 돈 오브 저스티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가 개봉하는 내년엔 셋 중 적어도 한편이 리스트를 채워 주리라 믿는다.

왓챠에 기록했던 한줄평과 함께 짤막한 감상평을 덧붙인다. 구하고자 하면 못 구할 영화는 없으니(...) 혹시 놓친 영화가 있다면 성탄연휴 내내 숙취에 쩔어있기보다는 문화생활을 즐기는 게 나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1위 -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
“그 얼마나 오랜 시간을 허접한 액션에서 서성거렸나”


아날로그 액션에서 느낄 수 있는 말초적 쾌감과 탄탄한 플롯에서 오는 지적 충격이란 상반된 매력을 고루 갖춘 21세기 최고의 액션영화. 시종일관 휘몰아치는 모래폭풍 속에서도 중후한 품격을 잃지 않는 위대한 걸작의 유일한 단점은 이후로 개봉한 어떤 액션 영화를 봐도 성에 차지 않게 만든다는 것.



2위 - 나이트 크롤러 (댄 길로이)
“총 대신 카메라를 쏘는 인간병기의 무자비한 도시살육전. 카메라는 총보다 무섭다”


언론학도로 경험할 수 있는 옐로우 저널리즘의 극한공포를 체험시킨 고문영화. 초점 없는 기계 같은 눈으로 사건을 촬영하는 제이크 질렌할을 보며 아담과 이브를 꼬셔낸 뱀이 있다면 저런 눈이지 않을까 싶었다.



3위 - 내일을 위한 시간 (다르덴 형제)
“'내 일=내일'인 시대에 던져진 '우리 일'에 대한 질문”


시시한 약자가 시시한 약자들과 마주했을 때의 위로와 고통, 절망, 분노를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노동의 오딧세이를 떠돌아야 하는 운명을 가진 우리가 불편하지만 마지막까지 응시해야 할 나침반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이 백미.



4위 -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드니 빌뇌브)
“여기에 들어오는 그대, 모든 희망을 버려라”


<제로 다크 서티>의 불가능한 미션, <양들의 침묵>의 정의롭지만 신참딱지를 떼기 어려운 여자 주인공,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감정 없는 악당이 한 영화에 등장해 현세에 펼쳐진 지옥에 서늘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5위 -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올리비에 아사야스)
“구름처럼 모호한 삶의 경계를 유유하고 기품 있게 타고 넘는 방법”


<버드맨>이 인파이터 스타일로 끝없이 파고들며 펀치를 퍼붓는다면, <클라우즈>는 아웃파이터처럼 빙빙 돌면서 포인트를 따가는 타입. 하지만 펀치 한방 한방은 <버드맨>보다 매서워서 한 번 걸리면 여지없이 K.O.를 외쳐야 한다.



6위 – 위플래쉬 (다미엔 차젤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


아마도 올 한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 두 주인공의 어떤 부분도 용납할 수 없는 게 정상이지만 노오오력을 강조하는 헬조선 부모들의 기가 막히는 응용사례를 보며 차라리 도미해서 귀싸대기를 맞는 게 마음은 편하겠다는 무서운 생각을 잠깐 했다.



7위 - 스파이 브릿지 (스티븐 스필버그)
“진짜 보수주의자가 보여준 비정상의 정상화”


스필버그의 최근작을 본 적이 없어서 더 놀랐던 작품. ‘미국만세! 가족만세!‘를 외치거나 동화적 전개가 이루어질거라는 상상을 여지없이 박살내며 진중하고 묵묵하게 가장 미국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설파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감독과 배우가 만들어낸 21세기 클래식을 보며 혼용무도의 중심에서 정의를 외친다.



8위 – 버드맨 (알렉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갈테면 가라지 그렇게 힘이 들면, 가다가 지치면 다시 돌아오겠지”


오늘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를 보기 전까지는 순위가 더 높았지만 현란한 카메라워크와 편집의 힘으로 확실히 보는 재미는 있지만, 두 번 보기에는 뭔가 부담되었던 약점이 <클라우즈>로 인해 부각되어 순위 하락. 하지만 ‘배우’라는 콘텐츠로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기막힌 연기와 연출력만으로도 올해 반드시 보고 넘어가야 할 영화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9위 - 러브 앤 머시 (빌 포래드)
“이게 바로 진짜배기 음악영화”


최근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가벼운 힐링으로 도배가 되어있었다면 <러브 앤 머시>는 실화를 바탕으로 30년 간 이어진 아픔과 싸워나가는 묵직한 치유의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름다운 비치보이스의 음악과 천재 뮤지션의 작업 방식을 엿보며 그 분투마저 아름다울 예술의 소재라는 이질적인 체험을 한다. 완성도에 비해 입소문이 없어서 아쉬운 영화.



10위 - 더 랍스터 (요르고스 란티모스)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판단 이후 남는 건 파랗게 질린 꽃대뿐”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두 극단을 선택했지만 꼼꼼한 설정과 섬세한 연출로 설득력을 부여했다. 영화는 ‘사랑’이란 주제만 이지선다를 강요하고, 강요당하지만 한국에서는 생존과 관련된 모든 대답을 이지선다로 나누다보니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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