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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한 Dec 23. 2015

내맘대로 2015년 최고의 한국영화 TOP7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부터 <사도>까지

27편의 신작 한국영화를 봤다. 그나마 평이 좋다는 영화들만 찾아봤는데도 만족스러운 작품이 굉장히 드물었다. 작년에 기획영화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는데 오히려 상황이 안 좋아진 셈이다. 천만 영화는 두 편 나왔지만 3~500만 영화가 5편도 안 된다. 모 아니면 도인 상황이 영화계에 장기적으로 어떤 작용을 할지 의문이다.

‘한국형 스릴러’라는 딱지를 달고 나온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 듀나의 표현대로 전문직 중년남성이지만 소리만 지를 줄 아는 주인공인 영화는 믿고 피하는 게 좋다. 그리고 롯데시네마가 배급인 영화도 가급 피하는 게 좋다. 이런 식이면 차라리 영화사업부를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

반면 아트하우스 영화들은 최소 본전은 쳤다. 취향과 달라 리스트에는 없지만 <소수의견>,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한여름의 판타지아>, <마돈나>, <오피스>는 충분히 돈 주고 볼만한 영화였다. 하지만 역시 상업영화와 비교했을 때 좋다는 거지 절대적인 기준으로는 역시 마음에 꼭 든다고 말하기는 부족하다.

그래서 몇 편을 베스트로 꼽아야하나 고민이 많았다. 5편은 너무 적고, 10편은 너무 많았다. 중간 값인 7편만 골랐다. 역시 왓챠에 올린 한줄평과 함께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



1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


“시각차이를 뛰어넘어 삶의 태도로까지 시선을 넓힌 홍상수”

홍상수 감독은 반복적인 서사구조와 등장인물의 미묘한 시점변화를 통해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통렬히 꼬집었지만 동시에 우려먹기라는 말이 나오며 알게 모르게 팬층의 기대감이 점점 옅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은 그간 홍상수 영화의 주제의식을 계승하면서도 진실한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유쾌하고 로맨틱하게 제시한다. 플롯을 해체해버린 <자유의 언덕>에서 살짝 느껴지기도 했지만 홍상수 감독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한층 성숙해졌으며 배우들의 행동을 통해 본인의 성찰을 필름에 담아내는 솜씨 또한 한 단계 나아갔다.



2위: 베테랑 (류승완)


“이게바로 한국식 감칠맛! 카타르시스 폭탄!”

주인공 무리가 동정심은 생기지만 극악무도한 악당을 응징하기 위한 활극이란 점에서 이 자리에 <암살>을 넣어도 무방하다. 다만 역사적 사실에 바탕한 <암살>의 답답한 닫힌 결말이 현재진행형이자 아직은 희망을 보고 싶은 <베테랑>의 열린 결말보다 카타르시스의 총량이 부족했을 뿐이다. 시대정신을 팝콘무비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예시.



3위: 무뢰한 (오승욱)


“홑이불 한장 깔지 않고 맨바닥에서 펼치는 멜로의 힘”

보통의 한국영화와는 다른 결을 가진 어떤 작품을 보고 싶을 때. 한줌 정도 남은 시네필이 추천할 수 있는 가장 적확한 영화. 사랑 받고 싶지만 속내를 들키긴 싫은 두 남녀의 미묘한 감정선을 어스름 동틀 무렵의 낮은 채도의 풍경과 서늘한 공기로 필름에 충실하게 새겼다. 아마 이 리스트에 오른 한국영화 중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 많이 언급되는 비운의 수작으로 남지 않을까.



4위: 대호 (박훈정)


“전래설화 모티프로 풀어낸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헌사”

세계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한국형 환타지의 탄생이라고 감히 말해도 될까. 전통설화의 모티프를 통해 숭고미를 이끌어낸 블록버스터를 보기는 한국영화계에서 당분간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익히 예상할 수 있는 조선 포수와 일본 제국군의 대결이라는 식상한 구도를 탈피하는 바람에 대중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2시간 40분이란 시간 동안 진중하게 이끌어온 품격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올 한해 개봉한 블록버스터 중에서 가장 큰 울림을 갖춘 영화지만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5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리얼리스트로 성장한 박찬욱 키드의 첫번째 문제작”

그야말로 르네상스였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에 청소년기를 보내며 한국어로 대사를 하는  명작을 가슴에 새기며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는 80년대생들은 축복 받은 세대다. 박찬욱 복수 3부작의 색이 고스란히 담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며 박찬욱, 봉준호 키드가 어둠이 깔린 2010년대 중반의 한국영화계에 서광을 비추고 있음을 확인했다.



6위: 검은 사제들 (장재현)


“몰아내야 할 악마는 너에게도 있고 나에게도 있다”

‘오컬트’라는 장르를 한국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신의 힘을 빌어 악마를 퇴치한다는 눈에 보이는 목표뿐 아니라, 마주하기 힘든 어두운 과거를 극복하는 인간의 선한 의지까지 설득력 있게 끌고 간 게 더욱 큰 감동을 줬다. 물론 비현실적인 소재보다 더 비현실적인 비주얼로 관객을 비현실의 세계로 초대한 강동원의 역할이 컸지만, 굳이 그가 출연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었을 것 같다.



7위: 사도 (이준익)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니...”

<검은 사제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포지션이다. ‘궁중암투’와 ‘퓨전’ 그리고 ‘격정멜로’로 삼분된 된. 혹은 셋을 적당히 섞기 바쁜 사극 영화에 ‘개인’이라는 제 4의 길을 제시했다. 다소 불친절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를 묵묵히 이끌어간 국민배우 송강호와 올 한해 가장 찬란한 행보를 밟은 유아인의 연기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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