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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한 Oct 10. 2023

<바비> 눈과 귀는 황홀하게, 머리와 가슴은 따뜻하게

Barbie, 2023


수많은 바비와 바비의 남친 켄이 사는 바비랜드. 핑크로 가득한 드림하우스에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행복한 ‘전형적 바비(마고 로비)’의 머릿 속에 갑자기 죽음이란 고민이 생겨납니다. 이후로 매끈했던 허벅지에는 셀룰라이트가 생기고 하이힐 모양으로 올라가있던 뒤꿈치는 평평해지는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죠.


전형적인 바비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상한 바비(케이트 매키넌)’를 찾아갑니다. 이상한 바비는 현실 세계의 주인을 찾아가보라고 조언하죠. 산넘고 물건너 LA로 향하는 바비와 켄(라이언 고슬링)은 과연 예전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형인 바비의 상상초월 모험담이 이제 시작됩니다.


■ 헐리우드 최고 유망주 그레타 거윅의 손길


그레타 거윅 감독은 <바비>의 첫 번째 공식 예고편에서 SF고전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오마주를 선보였습니다. 자동차, 비행기, 총, 공룡 등 다양한 놀거리가 있던 남자아이와 달리 아기 인형만 갖고 엄마놀이만 해야했던 여자아이에게 바비 인형의 등장은 그야말로 혁명이었죠. 그 역사적 순간을 영화역사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오마주한 센스가 돋보이는 예고편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오즈의 마법사>, <사랑은 비를 타고>, <이창>. <트루먼 쇼>, <대부> 등 총 33편의 고전영화를 레퍼런스 삼았다고 하니 어떤 장면이 어떤 영화에서 따온 건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겠죠. 


그레타 거윅이라는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고인물 천지인 헐리우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최고의 기대주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어요. <프란시스 하>에서 댄서라는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을 멋지게 소화하며 주목을 받았죠. 대중들을 놀라게 한 건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에요. 


<프랜시스 하>의 각본으로 가능성을 인정 받았지만 첫 연출작부터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무려 다섯 부문에 후보로 오르는 대형사고를 쳤습니다. 사춘기 딸과 엄마 사이의 갈등과 치유를 담은 <레이디 버드>가 바로 그녀의 데뷔작이죠.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은 아씨들> 역시 작품상, 각색상 등 6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대박을 쳤습니다.


<바비>는 1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인데 첫 주에만 전 세계에서 4억 달러 가까이 벌어들이며 벌써 흥행 대박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작품성과 흥행력을 증명한 그레타 거윅은 쉬지 않아요. 내년에 개봉할 디즈니의 <백설공주> 실사화의 각본을 쓰고, 드라마로 제작될 <나니아 연대기>의 감독으로 내정되었거든요. 그녀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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