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현 감독과 전종서 배우가 해냈습니다!! 뭘 해냈냐구요? 2023년 41주차에 <발레리나>가 한국영화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랭킹에서 1위를 차지했거든요. 2019년 <페르소나>로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한국영화가 처음 선보인 이후로 4년 만입니다.
쟁쟁한 감독과 배우들이 여러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아쉽게 성공하지 못했던 글로벌 1위를 이제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 젊은 감독과 배우가 이뤘다는 점에서 더 감동적입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 관객 점수 76%의 준수한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로 시작된 K-드라마 열풍이 K-영화로까지 이어질 거란 기분 좋은 예감이 듭니다.
옥주(전종서)는 VIP 경호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일날 케이크를 사러 갔다가 중학교 친구이자 발레리나가 된 민희(박유림)을 만나게 됩니다. 자기의 케이크를 자기가 살 만큼 외로운 옥주는 민희와 재회 이후 함께 여러 추억을 쌓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죠. 하지만 발레공연으로 잠시 민희와 멀어진 어느 밤 옥주는 민희에게 집으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습니다. 옥주는 민희의 집으로 가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욕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민희입니다. 그리고 꼭 복수를 해달라며 sns 아이디를 적은 쪽지를 발견하게 되죠.
아이디의 주인은 마약조직의 일원인 최프로(김지훈)입니다. 최프로는 마약밀거래는 물론이고, 여자들에게 몰래 약을 먹여 성폭행 한 뒤 영상을 찍어 팔아넘기고 협박하며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민희도 최프로의 희생자 중 한 명이었죠. 마약조직에 발목이 잡혀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세상을 떠난 친구를 위한 옥주의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극이 <발레리나>의 기본 줄거리입니다.
<발레리나>는 대사가 별로 없습니다. 당연한 일이기도 해요. 마약을 이용해 여성들을 타겟으로 삼았던 버닝썬 게이트, 신상을 털어 협박해 노예로 부리던 N번방 사건. 이 영화의 스토리와 겹쳐 보이는 사건들이 많았고, 꾸준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기 때문이죠. 대화의 가치가 없는 쓰레기 같은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옥주가 굳이 많은 말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 시간에 존 윅처럼 한 명이라도 더 없애는 게 현명한(?) 판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