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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악산책

오랜만에 빠심을 발휘해서

태연 – I 듣다가

by 고요한

SM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소속 그룹의 개인 앨범에 굉장히 인색했다. 유닛 활동도 굉장히 드문 편이었다. 타소속사 아이돌 그룹이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무수한 솔로, 유닛으로 앨범을 내고 활동반경을 넓히는 걸 보면 유난스러울 정도다. 물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아이돌의 속성을 따진다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서 원인이 없는 건 아니다. 추측하건대 이는 공들여 키워온 그룹의 해체로 쓰라린 아픔이 있는 SM의 역사 때문일 확률이 높다.


SM은 국내 아이돌 산업의 선구자답게 엔터테인먼트사가 겪을 수 있는 시련을 가장 먼저 통과해야 했다. 오래된 일이지만 1세대 아이돌인 H.O.T.의 해체 상황을 보자. 잠실 종합운동장을 하얀 풍선으로 채울 수 있는 전무후무한 아이돌은 9시 뉴스의 한 꼭지까지 차지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어 등장한 2세대 동방신기 역시 역대 최고의 완전체 아이돌이라는 별명답게 상품성과 실력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휩쓸며 갈퀴로 외화를 벌어왔지만 길고 긴 법정다툼 끝에 공중분해됐다.


물론 인세 20원 같은 어처구니없는 노예계약 문제가 가장 큰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청소년 기에 데뷔해 성인이 된 멤버들 간의 음악과 비즈니스에 대한 견해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면에는 ‘SM의 H.O.T.‘ 혹은 ’SM의 동방신기‘란 타이틀이 없어도 활동하는데 무리 없을 만한 개인의 판단 역시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SM 팬덤이 유난히 아이돌의 개인팬덤을 견제하는 것도 한 시대를 풍미하며 애정 했던 아이돌이 해체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아픔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소망과 무관하지 않다.


문희준, 강타, JTL로. 동방신기(이방신기)와 JYJ로 갈라졌음에도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H.O.T. 와 동방신기란 이름으로 뭉쳐있을 때만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재계약한 소녀시대 역시 선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을 것이고, SM엔터도 일단 그룹을 살려놓고 개인 활동을 허용하는 것이 실보다 득이 많다는 판단을 내린듯하다. 최근 들어 샤이니의 종현, 슈퍼주니어의 규현. 그리고 소녀시대의 태연처럼 이전부터 충분히 솔로 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멤버들의 개인 활동을 장려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SM 아이돌 중 누군가는 ‘우리 아이들이 제일 잘해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간 SM 아이돌의 개인 활동이 드물어 음악적 역량을 확실히 파악할 길은 없지만 온갖 풍파를 겪으며 가장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온 SM 가수들의 실력이 다른 아이돌에 비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리는 건 더욱 쉽지 않다. 나 또한 H.O.T.부터 SM을 좋아한 라이트 팬의 한 명으로, 실력파로 포장된 실력파가 아닌 끼와 재능, 오랜 연습 기간 동안 다져온 내공, 그리고 소속사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다양하며 좋은 음악을 들려주길 진심으로 기대하고 바란다.




태연의 첫 번째 솔로 미니 앨범 [I - The 1st Mini Album]의 더블 타이틀곡이다. 앨범 소개에 따르면 일렉트로닉 기타 선율과 강렬한 드럼 리듬이 조화를 이룬 미디엄 템포의 팝 곡이며, 태연이 데뷔 후 처음으로 작사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버벌진트가 피처링을 도왔다.


발라드로 승부할 거란 예상과 달리 첫 번째 곡을 모던 록을 바탕으로 한 팝을 들고 나온 게 인상적이다. 사실 태연은 예전부터 콘서트 등을 통해 록에 대한 애정을 얼핏 얼핏 드러내곤 했는데 ‘Run devil run’같은 편곡이 아닌 맞춤형 솔로 곡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다른 곡도 역시 록에 바탕을 둬서 다른 그룹들의 솔로 앨범과는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록의 인기가 바닥이라는 점은...


미니앨범이긴 하지만 앨범 전체적인 완성도는 깜짝 놀랄 정도로 높은데, 듣기는 정말 좋은 곡들이지만 따라 부르기에는 난이도가 상당하다. 고음과 저음을 넘나들기도 하고, 리듬감이 필요한 곡들로 앨범을 꽉 채웠다. 소녀시대란 그룹을 벗어나 태연의 보컬 능력을 거의 최대한으로 끌어내기로 작심한 것처럼 보인다.




태연 – I (Feat. 버벌진트)


빛을 쏟는 Sky

그 아래 선 아이 I

꿈꾸듯이 Fly

My Life is a Beauty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미운 오리와 백조

또 날기 전의 나비

사람들은 몰라

너의 날개를 못 봐

네가 만난 세계라는 건

잔인할지도 몰라

But strong girl

you know you were born to fly

네가 흘린 눈물

네가 느낀 고통은 다

더 높이 날아오를 날을 위한

준비일 뿐 Butterfly

Everybody's gonna see it soon


빛을 쏟는 Sky

그 아래 선 아이 I

꿈꾸듯이 Fly

My Life is a Beauty


잊었던 꿈 내 맘 또 그려내

움츠렸던 시간

모두 모아 다 삼켜내

작은 기억 하나 둘씩 날 깨워가

세상 가득 채울 만큼

나를 펼쳐가

길고 긴 밤을 지나

다시 Trip 길을 떠나볼래

Why not

이 세상에 내 맘을

깨워 주는 한마디

혼자였던 Yesterday

셀 수 없는 시선에

떨어지는 눈물로

하루를 또 견디고

아슬했던 Yesterday

쏟아지던 말들에

흔들리는 나를 또 감싸고


빛을 쏟는 Sky

그 아래 선 아이 I

꿈꾸듯이 Fly

My Life is a Beauty

My Life is a Beauty


꽃잎은 저물고

힘겨웠던 난

작은 빛을 따라서

아득했던 날

저 멀리 보내고

찬란하게 날아가


빛을 쏟는 Sky

새로워진 Eyes

새로워진 Eyes

저 멀리로 Fly

Fly High Fly High

난 나만의 Beauty

눈 감은 순간

시간은 멈춰가

난 다시 떠올라


음악듣기: https://youtu.be/4OrCA1OInoo

태연 -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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