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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악산책

형제자매님들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윤종신 - 나의 안부 듣다가

by 고요한

무동학교 입학식 과제는 자기소개였다. 허락된 시간은 7분 내외로 기억한다. 자기소개를 정말 싫어하는데 안 할 수가 없어 나름 머릴 싸매며 준비했다. 그런데 입학식 당일에는 교장 선생님인 최재천 교수님의 축사 겸 특강이 길어져 학생들의 자기소개 시간은 3분으로 줄었다. 발표시간에 맞춰 내용을 짜온 탓에 준비한 내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뭘 해야 할까. 두뇌를 풀가동 시켰다.

내가 떠올린 방법은 좋아하는 걸 말하는 거였다. 키워드를 제시하면 기억하기 쉬울 거 같아서였고, 사실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취미는 음악과 영화 감상이고 윤종신과 조용필, 이창동과 스탠리 큐브릭 감독을 좋아한다. 취향이 맞는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저 네 명의 공통점이 몰라 어리둥절한 친구들이 많았다고 한다. 나만 아는 이야기를 하는 버릇을 죽을 때까지 고칠 수 있을까 걱정이다.

급하게 자기소개해야 할 때도 빼놓지 않을 정도로 윤종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하려는데 이야기가 길어졌다. 작년에는 음악을 들을 시간이 없었다. 집에서는 라디오 모니터링에 대부분의 시간을 뺏겼고, 이동시간에는 대체로 뭔가 읽고 있었다. 예전에는 멀티태스킹이 됐는데 요즘은 집중할 일이 있으면 주변소음을 제거하는 게 필수다. 나이 먹으며 왜 음악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지 절절하게 체험한 한 해였다. 한 번 흐름을 놓치니 어디서 시작할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리스너로 최소한의 끈까지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매달 꼬박꼬박 나온 [월간 윤종신] 덕분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내 삶에서 윤종신이라는 가수와의 만남이 없었다면 수많은 고민 길목에 세울 이정표도. 매번 마주치는 좌절의 순간을 지탱할 버팀목도 얻지 못했을 것 같다. 말로 어찌 이 고마움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윤종신 전도사 역할이나 열심히 해야지.



<작사가 윤종신 Part1>에 이어 나온 <작사가 윤종신 Part2>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Part1>은 다른 가수에게 줬던 곡이, <Part2>에서는 본인 앨범 수록곡이 주로 수록되어있다. 아무래도 본인이 부르려고 만든 <Part2>의 소화력이 더 좋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결혼 전에 낸 8. 9, 10집의 음악적 성취가 가장 뛰어나고 특유의 감성이 제일 강렬하다고 생각하는데 해당 앨범의 라이브가 많아서 좋다. 중견가수가 더블앨범 내는 게 쉽지 않은데 팬들에게는 정말 귀한 새해 선물이다.




윤종신 – 나의 안부

여전히 담배 나 끊지 못했어
너 싫어했던 술 더 는 것 같은데
니가 떠나갔어도 날 고치지 못했어

나의 친구들 혹시 궁금하니
아빠가 된 녀석 부자가 된 녀석
다들 너무 잘 있어 널 모른 척해주며

이사도 했어 추억 없는
낯선 이름의 마을로
더디 가던 시간은 어느샌가
날 어른으로 만들었지만

널 볼 수 있었던 다투기도 했던
그 어린 날이 부럽기도 한 걸
부질없이 내 소식 말하는 걸
처량한 후횐 줄 오해 말아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보는 세월
그중에 너를 빼놓을 수 없어서

너의 친구와 마주친 적 있지
살짝 띤 미소에 난 알 수 있었지
너의 좋은 안부를
그래 그래야 하지

여행도 했어 추억 없는
바다는 너무 파랬어
더디 가던 시간은 어느샌가
날 어른으로 만들었지만

널 볼 수 있었던 다투기도 했던
그 어린 날이 부럽기도 한 걸
부질없이 내 소식 말하는 걸
처량한 후횐 줄 오해 말아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보는 세월
그중에 너를 빼놓을 수 없어서


음악듣기: https://youtu.be/XpUnOkGiA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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