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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한 Mar 07. 2017

더킹(The King, 2016)

오십보백보에 갇히다

 최순실 사태 이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영화계의 걱정이 엄살이 아니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검사'에게 실망감을 안기기 위해 적나라하게 등장시킨 장치를 봐도 심드렁하고 한숨만 나오니 말이다. 충무로에 애도를 표한다.

미화영화의 흐름이 바뀜을 느낀다. 단골소재였던 민중의 지팡이 경찰에 이어 이제는 검사까지 직급이 올라왔다. 그들을 미화하지 않고는 부조리함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일까. 검사보다 윗급은 재벌 정도만 떠오르는데 조만간 재벌미화 영화가 스크린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왜 태수(조인성)와 강식(정우성)은 왜 늙지 않을까. 검사라는 조직의 속성이 변치 않아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일까. 그러나 변치않는 다는 말. '걔들은 원래 그래'라는 메시지가 얼마나 쉽게 나올 수 있는 핑계이며 얼마나 많은 작품을 망쳐왔던가.

<더 킹>은 역대 통치자들의 모습을 제작자가 걱정될만큼 보여주면서도 실제로 그들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장면은 찾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뀌어도 검사들은 오로지 줄서기에 바쁠 뿐이다. 줄서기가 원래 검찰이라는 조직의 특성인가. 그렇다면 강식이 몰락하고 안희연 검사가 그 자리를 차지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

태수가 마지막에 '더 킹'의 정체를 밝히는걸 봐선 감독은 '오십보백보'라는 무기력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했을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감독판은 오히려 극장판보다(213분) 20분 짧다는데 감독판을 보게 된다면 의문이 풀릴까.

나는 한재림 감독을 좋아한다. '똑같아 보이지만 다르다'는 이야기를 납득시키기 때문이다. <연애의 목적은>에서 '남자는 짐승이지만 아닌 사람도 있어'라고 주장했고, <우아한 세계>에서는 '조폭은 나쁜놈들이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말자'를 말했다.

<더 킹>의 메시지도 '정치인들 다 나빠보이지만 그래도 좀 나은 놈은 있어'였어야한다. 연애나 조폭만큼 중요한 정치를 다루면서 왜 본인의 장점을 잃은 걸까. '걔들은 다 똑같아'라고 말해온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 이꼴이 되고, 특히 문화계가 얼마나 핍박을 받았는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봐왔을텐데 감독일텐데...아쉽고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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