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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악산책

나를 ‘Wooh-Ah’ 하게 만들어줘

Cass McCombs - Low Flyin' Bird 듣다가

by 고요한

올해 초. 친구 부부네 집에 집들이를 갔다가 자가비 고추냉이맛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과자가 있다니! 이 맛을 모르고 산 세월이 야속할 정도였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한 봉지를 순삭하자 친구 부부는 내가 가여웠던지 남아있던 두 봉지를 안겨줬다. 자가비를 안주머니에 넣고 돌아오던 겨울밤이 얼마나 따뜻하고 푸근했던지.


자가비 고추냉이맛을 발견한 것처럼 우와! 세상에 이런 맛이 있었다니!’를 외친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가족외식으로 감자탕을 처음 먹던 날. 김밥천국에서 참치김밥을 처음 주문했던 날. 반장이 피자헛 리치골드를 쐈던 날. 남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순간들일 수 있겠지만, 이런 우연한 만남들이 나란 사람의 취향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매순간이 소중하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소스라치게 깨닫곤 한다.


다만 속상한 건 우와! 세상에 이런 음악이 있었나!’라고 외치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다. 음악 찾아듣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일까. 온전히 음악에 집중할 마음의 여유 한켠이 없어서일까. 그래서 이런 곡을 만나면 반가움을 넘어 고맙기까지 하다. 나한테 아직 음악을 듣고 설레어하는 감정이 남아있구나 싶어서.




미국의 인디 싱어송라이터 캐스 맥컴스(Cass McCombs)2016년 발표한 8[Mangy Love]의 수록곡이다. 소나기를 연상시키는 기타 스트로크 사이에 잠깐잠깐 존재감을 드러내는 피아노가 잠깐 구름을 뚫고 비치는 햇살처럼 느껴진다. 제목처럼 새가 낮게 난다면 습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음악듣기: https://youtu.be/7wW9Jf64e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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