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음악산책

우리의 배역은 왓슨이냐 존 코너냐

셜록 OST - BBC Sherlock`s Theme 듣다가

by 고요한



얼마 전 끝난 구글의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중요한 경기는 패배가 예상됐던 커제와의 대결보다 2명의 프로기사(구리, 렌샤오 九단)와 알파고가 편을 짜고 두는 2:2 페어바둑이었다. 인간과 알파고가 한 수씩 번갈아가며 두는 페어바둑은 앞으로 논리력과 판단력을 갖춘 인공지능과 인간이 어떤 식으로 협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예시였기 때문이다.

경기는 알파고B+렌샤로팀(백)이 알파고A+구리(흑)에 220수 불계승을 거뒀다. 김성룡 九단의 경기분석에 따르면 초반에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 구리가 침착하게 알파고의 의도를 따라간 렌샤오를 압박하며 기세를 잡았지만, 중반 이후 알파고B가 좌변에 착점한 백144의 힌트를 간파한 렌샤오가 백154로 경기가 넘어갔다고 한다.

페어바둑의 결과는 인간의 역할변화를 암시한다. 생산 분야에서 창조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바뀜을 의미한다. 거칠게 말하면 앞으로 기업에서 각광받을 인재상은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창의성을 간파하는 사람이 될 것이란 의미이다. 예를 들자면 셜록보다 왓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사람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IBM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에 ‘왓슨’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역할변화의 암시와 가까울 것이다.

문제는 이런 ‘왓슨 인재상’ 역시 과도기 인재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왓슨의 도움조차 필요 없는 셜록의 시대가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 5일 ‘관계형 추론을 위한 단순한 인공신경망’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는 지금 개발 중인 관계형추론 인공신경망은 지금의 딥러닝처럼 학습된 정보를 통해 이미지 음성을 인식하고, 최적의 수를 찾아내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정보를 통해 논리적 추론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논문에는 실제로 추론이 가능한 인공지능의 예시가 등장한다. "산드라가 축구공을 주웠다(Sandra picked up the football)", "산드라는 사무실에 갔다(Sandra went to the office)"라는 문장을 주고 "축구공은 어디있나?(Where is the football?)"라는 질문을 던져 사무실(office)이라는 정답을 내놓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인공지능은 20개의 질문 중 18개를 맞혀 95%의 정답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제 인간이 추론을 독점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에서 ‘만약에’라는 조건이 모두 비극으로만 전개되는 영화 시나리오가 있다면 왓슨의 역할은 어쩔 수 없이 인공지능에게 넘겨야 할 순간이 오고야 말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인간이 시나리오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 중 남아있는 건 범인 밖에 없지 않을까. 어쩌면 존 코너는 선택이 아니라 강요된 역할일지도 모르겠다.



2010년부터 방영된 영국드라마 <셜록(SHERLOCK)>의 테마곡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월드스타로 만들어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인기 작품인데 나는 시즌3 2화에서 다음 편으로 넘어가질 못하고 있다. 극중에서 왓슨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의관으로 활약한 능력자이니 현실에서는 왓슨처럼 되기도 힘들다. 알파고님 충성충성충성


음악듣기: https://youtu.be/-hncC_s6XlM

keyword
고요한 영화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디터 프로필
구독자 277
매거진의 이전글난 아직 바다끝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