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찬 - Drive 듣다가
5일 간의 도로주행연수가 끝났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땄던 면허인데 다시 핸들을 잡기까지 12년이 걸렸다. 어제 가족식사를 하며 35년 무사고 드라이버인 아버지에게 시시콜콜한 도로연수의 감상을 말씀드리자 아버지는 항상 이 사실을 기억하라고 하셨다.
“브레이크가 없으면 자동차는 달릴 수 없다.”
자동차가 100km/s를 넘게 달릴 수 있게 설계 된 이유는 언제든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 때문이며 만약 브레이크가 없다면 자동차는 20km/s의 속도도 낼 수 없을 거라고. 그러니 운전을 잘하는 요령도 브레이크를 잘 밟아서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고. 하기야 1톤에 육박하는 쇳덩이에 제어장치가 없었다면 우리는 도로연수가 아니라 승마연수를 받고 있었을 것이다.
엑셀만큼 브레이크가 중요하다는 아버지의 격언은 운전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30여 년을 살며 보고 겪은 사고의 순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속도를 내야할 때 내지 못하는 경우는 자잘한 피해에 그치지만, 멈춰야 할 때 제때 멈추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2년 만에 운전석에 앉아 다시 발견한 것은 브레이크 페달이 엑셀 페달보다 크다는 것이었다. 큰 사고를 막기 위한 자동차 회사의 설계처럼 내 삶을 무탈하게 설계하는 방법은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건 아닐까.
1996년 발표된 조규찬 3집 [The 3rd Season]의 수록곡이다. 발매된 지 20년이 지난 앨범이지만 지금 들어도 세월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련됐다. 층층이 쌓인 코러스와 세심하게 배치된 악기들의 조화로 만능 음악인 조규찬의 역량을 드러내는 명반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도 세련됨을 유지하지 않을까. 시대를 뛰어넘은 도회적인 가사도 예술. 남의 차를 얻어 탈 때면 꼭 이 곡을 트는데 반응은 그닥...
조규찬 – Drive
무감해졌어
빈틈없는 도로와 숨 막히는 Coffee shop
날 내버려두면 좋겠어
날 붙들고 있는 많은 질문들
달을 그리는 바다의 파도가 되어 큰 숨을 쉬었지
낮은 하늘 그 위를 달리고 있는 나의
또 너의 머릿결에 스며드는 이 자유
아무 말 없이도 느낄 수는 있지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꿈에서 본 모습인걸
담담해졌어
빈틈없는 계획과 숨 막히는 약속에
날 내버려 두면 좋겠어
날 가두고 있는 문과 문과 문
요람을 잃은 아기의 눈물이 되어 큰 숨을 쉬었지
낮은 하늘 그 위를 달리고 있는 나의
또 너의 머릿결에 스며드는 이 자유
아무 말 없이도 느낄 수 는 있지
바로 지금 이순간이 꿈에서 본 모습인걸
우리는 모두가 자유를 바라고 있지만
때로는 서로의 정해놓은 테두릴 강요하고
나는 사라져 이유 모르는 하루하루를 지나면서
익숙하게 되지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당연하단 일들에 대해
음악듣기: https://youtu.be/UJdxnpA048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