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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악산책

길은 섬에서 끊긴다

Rosie Thomas - Say hello 듣다가

by 고요한

Not All those who wander are lost(방황하는 사람이 모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이번 제주여행과 함께한 문장이다.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고른이 읽는 시의 일부다. 여행을 함께 했다는 뜻은 표현 그대로다. 저 문장이 적힌 6월 알라딘 굿즈 티셔츠를 입고 다녔기 때문이다.

제주여행은 두 번째였다. 애월에서 출발해 협재와 중문을 거쳐 서귀포에서 마감한 첫 여행은 여러 관광지를 퀘스트 깨듯 찍다보니 아름다운 섬이란 기억밖에 남길 게 없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빈둥거림’에 초점을 맞췄다. 성산, 종달리, 세화리 등 제주 동쪽해안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이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빈둥거림이란 화두는 예상치 못한 대답을 낳았다.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곳에서의 삶을 상상하게 된 것이다. 하루 전에야 인스타그램에 영업여부를 공지하는 식당. 입실을 고작 밤 11시에 마감하는 게스트하우스. 자기가 읽은 책만 파는 서점까지. 1년-1주일-24시간을 꽉 채워 쓰지 않아도 어떻게든 삶은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돌담길 구석구석에 숨어있었다.

길과 방황은 각자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개념이다. 길이 아닌 곳을 걸어야 방황이고 방황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시작된다. 제주는 섬이다. 섬에는 길의 끝이 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방황도 길을 잃는다.



2006년 로지 토마스(Rosie Thoma)가 발표한 [These Freind of Mine]의 타이틀곡이다. 미시간 출신의 미국 싱어송라이터라는 것 외에 자세한 정보는 없다. 아는 사람은 아는 곡이라는데 나는 수요일 저녁과 목요일에는 쉬는 종달리의 와인바 <프렌치 터틀>에서 들었다. 점심을 먹은 뒤라 하우스와인만 한잔 시켜먹었는데 남국의 어느 술집에 온 것처럼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나른한 오후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Rosie Thomas - Say hello

If I find him
If I just follow
만약 내가 그를 찾는다면,
만약 내가 그를 따른다면,

Would he hold me and never let me go?
Would he let me borrow his warm winter coat?
그는 나를 영원히 안아줄까요?
그가 그의 따뜻한 겨울 코트를 내게 덮어줄까요?

I dont know
I dont know
난 몰라요
난 몰라요

If I see her
Standing there alone
만약 내가
저 멀리 혼자 서있는 그녀를 본다면.

At the train station three stops from her home
I have half a mind to say what Im thinking anyway
그녀의 집에서 세 정거장 떨어진 그 역에서,
내 생각을 그녀에게 말해버릴까 망설이고 있어요.

I dont know
I dont know
난 몰라요
난 몰라요

Theres an airplane in the sky
With a banner right behind
Loneliness is just a crime
Look each other in the eye
And say hello
And say hello
배너를 단 비행기가 저 하늘에 있네요.
그 배너엔 '외로움은 범죄야.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안녕이라고 말해. 안녕이라고'라고 적혀있죠.

“Hey, there. How you doing?”
"저기, 안녕하세요."


음악듣기: https://youtu.be/ViKVPDSkZX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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