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ggie Otis - Aht Uh Mi Hed 듣다가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다. 미니시리즈면 16회니 16시간이고, 사극 같은 경우는 50회차씩 나가니 50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집중력이 없다. 드라마덕후들을 보면 켜놓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많던데 멀티태스킹은 예능을 보는 게 한계다. 자막까지 봐야하는 해외드라마는 더욱 꺼리게 된다. 미드 열풍을 불러온 <프리즌 브레이크>는 물론이고 <왕좌의 게임>, <셜록> 같은 최근의 화제작도 모두 안 봤으니 다른 작품이야 말해 뭐하랴.
이처럼 드라마 감상이 어려운 갖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관심이 가는 게 한 작품이 있다. 영국 드라마 <스킨스>다. 영국드라마라는 것만 알고 내용이니 배우니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는데 눈길이 가는 이유는 음악산책 때문이다. 아는지 모르는지 음악산책은 2부로 구성되있다. 내맘대로 쓰는 에세이랑 음악 정보를 전달하는 ‘풍문으로 들었소’인데, 풍문을 위한 검색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드라마가 <스킨스>다. (당연히)가요를 빼고 세 번에 한 번꼴로 수록곡에 올랐다는 검색결과가 뜬다면 믿을까.
영미권 팝스타 위주로 듣고 자랐으니 피해갈 수 없는 결과인데, 하도 겹치다보니 도대체 어떤 드라마인지도 궁금하지만 더 알고 싶은 건 제작환경이다. 반세기 전의 곡이 지금도 먹힐 거라 생각해서 선곡을 한 건지, 제작진이 특단의 조치를 통해 생명력을 불어 넣은 건지. 물론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무 자르듯 어떤 쪽이다 말할 순 없겠지만 제작과정에서는 분명 방향성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음악을 잘 쓰는 드라마가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렇지만 이는 아무래도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의 개인역량이라는 느낌을 지우긴 어렵다. 사실 16부작 미니시리즈라도 고작 서너명의 작가가 집필하는 게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현실이니 해당 그룹의 취향을 뛰어넘진 못할 것이다. 어떤 장르든 마찬가지지만 음악이라는 것도 차곡차곡 쌓여야지 어느 날 롤링스톤즈 선정 올 타임 베스트 500을 몰아서 듣는다고 역량이 확 늘어나진 않는다. 감수성을 벼락치기로 키울 수는 없다.
음악을 주제로 잡은 한국 드라마 중에 크게 성공했다싶은 작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이유도 결국 인력풀의 차이에서 온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음악이란 특성상 매니악한 소수의 취향을 저격할 수는 있지만, 독특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폭넓은 공감을 얻기는 무척 어렵다. 음악뿐 아니라 장르물이 약한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은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이유도 누구나 쓸 수 있으며 보편적 감성에 소구할 확률이 높은 이유가 크다.
결국 공감대나 감수성도 자본이 키운다. 더 많은 작가와 인력이 투입되어야 다양성이 확보되고 이전에 없던 전무후무한 작품이 만들어진다. 고인 물에서 뛰어난 장르물을 만들어내라는 말은 우물가에서 숭늉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장 쌀이 없어서 21세기 한국에서 굶어죽는 일이 발생하고, 몇 달째 임금이 지불되지 않아 손가락만 쭉쭉 빠는 제작환경에 시청자인 우리가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면 막장 드라마가 지겹다고, 거기서 거기인 OST가 상투적이라고 말할 자격도 없다.
1974년 발표한 [Inspiration Informat]의 수록곡이다. 셔기 오티스(Shuggie Otis)는 미국 출신 블루스 기타 연주자다. 열두살인 65년에 데뷔해 ‘Country Girl’로 미국 R&B차트 12위에 올랐으며 19살의 나이에 프랭크 자파, 알 쿠퍼의 연주를 한 엘리트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기타리스트일뿐 아니라 작곡, 보컬, 편곡에도 능한 만능 뮤지션이지만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이후 행보를 찾긴 어렵다. 블루스와 펑크, 재즈와 R&B를 넘나들며 시대를 뛰어넘는 탈장르를 선보인 천재적 재능이 빛을 보지 못해 아쉽다.
음악듣기: https://youtu.be/avw50zY4fx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