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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Oct 14. 2022

엄마는 몇 살이야_001. 운동

나를 살리는 운동 vs 너를 살리는 운동




영화 부산행을 보면 임신 중인 정유미가 좀비떼를 피해 목숨을 걸고 달리는 장면이 있다.

임신 9개월 차에 접어들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저게 얼마나 죽기 일보 직전의 발악인 건지. 하지만 요즘 들어 의견이 바뀌었다 꽤 현실적이고 타당한 장면이라는 거다.

 

생각해보자. 사람이 살다가 불의의 사고를 만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 불의의 사고 속에 나와 내 아이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 말인즉슨, 비록 좀비는 아니라도 불속을 뛰던 물속을 뛰던(정말 만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지만) 아이와 함께 목숨 걸고 뛰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자, 이번엔 상상해보자. 아이를 안고 저 앞에 안전지대까지 달려야 한다. 아이를 안았다. 뛰기 시작했다. 숨이 차오른다. 아직 안전지대는 멀었고 나는 멈추지 않고 달려야 한다. 멈추면 아이가 다칠지도 모른다. 그런데 평소에 쓸모없는 팔다리의 근육들이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을 알아보고 "넵 주인님 벌크업!" 이러고 도와줄까? 그건 좀비보다 비현실적이다.


다소 과장된 상상이지만 나에게는 꽤나 효과적인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아이를 낳기 전 나의 운동은 보기 좋은 근육과 술자리를 이겨낼 체력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를 낳은 직후에는 몸의 회복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엄마인 나보다 더 팔팔하게 뛰어다니기 시작한 지금은 만약의 사태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함이다. 등과 팔에 힘을 키우고 심폐지구력을 기른다. 운동을 하는 와중에 아기자기한(?) 바람들도 생겼다. 아이 둘을 번갈아 들어도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꿈과 희망의 나라 **랜드에서 1시간 반 동안 잠든 아이를 안고 줄을 서는 것도 견뎌내고 싶다. 열감기를 앓는 아이를 간호하느라 3일 내내 육퇴 없는 밤을 보낸 후에도 아침에 짜증 하나 없이 웃고 싶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만약, 없길 바라는 그 만약의 상황 속에서 당연히 내 아이를 구해내고 싶다.


육아는 장거리 마라톤인 걸 나 역시 나중에야 알았다. 아이의 몸 안에는 멈추지 않는 에너지 생성기가 24시간 돌아가고 엄마는 어떻게든 그 수요를 맞춰줘야 한다. 엄마 체력이 받쳐준다면 상당한 수요를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목숨 건 일은 아니어도 아이의 만족이 걸린 일이기도 하니까.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지금도 엉덩이는 소파에 붙었다. 아, 엄마의 일 중에 본인 체력 관리가 제일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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