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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Oct 14. 2022

엄마는 몇 살이야_002. 짜장면

먹는 게 예쁜 너에게 내 입맛을 양보한다



 짜장면 먹을래요 짬뽕 먹을래요? 누가 물어보면 나는 주저 없이

 "짬뽕이요."

 였다. 출산 전까지는.




 5살 딸내미는 짜장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달콤하고 짭짤하고 시커먼 그 소스가 꿈나라보다 맛있는가 보다. 아이의 입에 군침이 돌 때 엄마인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우리 둘이 먹으려면 어떻게 시켜야 하나. 어린 딸은 아직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먹지 못하는데. 내가 짬뽕을 시키면 짜장은 절반은 남아 버려지게 될 텐데. 오래지 않아 고민의 끝은 어김없이 짜장면 곱빼기가 되었다. 내 입맛보다 네 입맛이 중요하고 그보다 네가 냠냠 먹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당연한 이유로.


 굳이 떠올리자면 나의 입맛은 느끼한 짜장면을 피하는 쪽이었다. 물론 그때는 예쁘고 싶은 시절인지라 반지르르 맛 좋은, 그러나 칼로리 높은 그 녀석을 외면한 것도 있다. 한 젓가락 정도 얻어먹으면 만족했고 아 이런 맛이었지 하고는 빨간 짬뽕 국물로 다시 입맛을 닦아내던 그때. 누가 알았을까. 내가 배달 앱에서 짜장면 1그릇 곱빼기로 변경 버튼을 주저 없이 누르고 있을 줄은. 아이들과 함께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 먹으며 니 얼굴에 수염에 까맣네 내 얼굴에 수염이 까맣네 하고 웃고 있을 줄은. 엄마가 된 후 짜장의 느끼함도 칼로리도 더 이상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짜장 한 그릇을 결제하면서 곧 까만 수염을 달고 웃는 아이의 얼굴만 한가득 상상할 뿐이다.


 어느 날 남편이 그랬다.

 “예전에는 할*니 냉면도 후룩후룩 잘 먹더니, 요즘은 영 예전 같지 않네?”

 할*니 냉면 먹은 게 몇 년 전이던가. 아이들을 따라먹다 보니 내 입맛 자체도  변했는가 보다. 칼칼하고 매콤한 맛들은 잊혀지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들에 익숙해졌다.



 물론 짬뽕은 여전히 좋다. 그런데 짜장면을 보면 아이들이 생각나서 더 좋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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