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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Oct 18. 2022

엄마는 몇 살이야_005. 뉴스

아름다운 뉴스를 보여주고 싶지만




 엄마가 되기 전에도 뉴스를 TV로 보는 편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는 음악과 동화를 들려주느라 TV는 강제 안식년이었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5살이 되고 이제 뉴스나 다큐 정도는 봐도 되겠다 싶어서 TV를 한 번 켜봤다. 그런데… 꼭지 몇 개를 보지 못하고 껐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뉴스가 없었다.



 뉴스에서 사건, 사고들을 다루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런데 따뜻한 뉴스가 1도 없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따뜻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거친 모습이 아닌 뉴스도 보이지 않는다. 싸우면서 비방하는 모습의 정치인들을 보여주며 “저 사람들이 나라 살림하는 정치인이야.”라고 말하기 민망하고, 죽어서 실려가는 돌고래를 보여주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죽어버렸네.”라고 말하기 미안하고,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도망간 사기꾼을 보여주며 “세상에 나쁜 사람이 많아”라고 말하기 속상하다.


 아이들의 질문은 굉장히 근본적이다.

 "왜 남의 물건을 훔쳐?"

 "왜 쓰레기를 그냥 버려?"

 "왜 동물들을 잡아?"

 이런 질문들을 처음 받았을 때 말문이 막혔다. 너무 익숙해져서 별 게 아닌 듯 느껴지는 것들이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심각하고 이상한 것이라는 걸 깨달아서. 동시에 사람은 욕심 많고 이기적이고 돈 냄새만 쫓는 종족인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뉴스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이런 질문들의 바리에이션이다. 사건의 경중이 있긴 하지만 맥락은 같다. 이런 뉴스들의 모습들이 당연했다. 뉴스는 늘 심각하고 쯧쯧 소리가 나는 것. 사실은 당연한 게 아닌데 말이다.


 뽀로로처럼 아이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뉴스 꼭지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어른들이 좀 더 어려졌으면 싶고, 어른들이 아이들의 질문을 잘 헤아렸으면 한다. 그리고 부끄러워했으면 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느끼는 그 감정들처럼. 그래서 올 연말에는 아이들과 뉴스를 보며 하하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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