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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Oct 19. 2022

엄마는 몇 살이야_006. 물티슈

청소포에서 장난감까지 무한변신 0순위 육아템




5살 딸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엄빠가 웃는 걸 좋아한다. 그녀의 개그 하나. 물티슈로 얼굴을 벅벅 문지르면서 하는 말이,

“아저씨."

빵 터졌다. 아주 예전에 물티슈로 얼굴을 닦는 아이에게 지나가는 말로 "등산하고 내려온 아저씨 같다"라고 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장난을 친 것이다.


우리 집 아이들에게 물티슈는 휴지와 동음이의어다. 지저분한 건 물티슈로 닦을 수 있다는 걸 안다. 매트에 크레파스나 사인펜이 묻었을 때도 무조건 물티슈부터 한 장 뽑는다. 엄마 청소를 돕는다고 할 때도 물티슈부터 꺼내고 응아를 하고 나서도 물티슈를 찾는다. 청소뿐 아니라 인형을 세수시킬 때도 물티슈다. 워낙 어릴 때부터 가까이에 있는 아이템이다 보니 ‘지운다, 깨끗이 한다’의 의미를 가진 대표 도구가 되었다. 우리 집뿐만이 아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집에는 물티슈가 박스로 쌓여있다. 식탁, 현관, 아이방, 거실 곳곳에 물티슈가 한통씩 자리를 잡고 있다. 가방과 자동차 콘솔에도 물론이다.


물티슈의 등장으로 크리넥스는 우리 집에서 자취를 감췄다. 아이들의 입과 손에는 왜 그리 끈끈한 것들이 많이 묻는지. 일반 크리넥스로 아이들의 끈적임을 커버하기란 여간 벅찬 일이 아니다. 사탕을 먹지 않아도 사탕 먹은 흉내를 낼 수 있는 게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과 붙어있다 보니 내 옷도 사탕 먹은 것처럼 된다. 물티슈가 없으면 그 끈적임과 사이좋게 하루를 보내야 한다. 육아에서 물티슈는 대체 불가능이다.


뽑아요 뽑아요 마구 뽑아요


육아 대표 앱인 차이의 놀이에서도 물티슈를 활용한 놀이를 여러 가지 소개하고 있다. 아주 어릴 때는 물티슈 뽑기.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 집 아이들이 뽑은 물티슈만 해도 몇 개인지 셀 수가 없다. 아이들이 뽑아 놓은 물티슈가 아까워서 비닐봉지에 꽁꽁 봉해놓았다가 청소용으로 쓰곤 했다. 항상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서 문제이긴 했지만.

다 쓴 물티슈에서 캡만 따로 떼면 멋진 ‘나 찾아봐라’ 장난감을 만들 수 있다. 딸래미 때는 열몇 개씩 모아서 열심히 만들었더랬다. 둘째 때는 게을러져서 안 했지만.


어디있더라?

 

물티슈를 쓰는 습관이 들고 나니 이제는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아이들 없이 혼자 외출할 때도 꼭 물티슈를 챙긴다. 긴급 상황에서 이처럼 유용한 아이템이 없다. 창고에 물티슈가 3개 이하로 떨어지면 불안하다.


우리 부모님 그리고 그 이전 세대에는 물티슈도 없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 맘이 찡해지다가 또 물티슈를 신난다고 뽑는 아이를 보면 다른 의미로 맘이 찡해진다. 21원 42원 63원 84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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