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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Oct 17. 2022

엄마는 몇 살이야_003. 운동화

밟히기 싫다면 밟혀도 되는 걸 신겠다

 


 

“어우, 발 아파서 구두 못 신겠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의 말을 듣고 곰곰 생각했다. 난 구두 때문에 발이 아픈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출산 후 한동안은 부은 다리를 위로하고 운동을 하느라 운동화를 신었다. 그리고 딸아이의 돌 사진을 찍기 위해 오랜만에 구두를 신었을 때, 나의 감상은

 “아, 좋은데 불편해.”

어쨌거나 기분은 좋았으므로 이후 외출할 때 가끔, 아주 가끔 구두를 신었다. 그러나 예상치도 못한 일 때문에 구두는 다시 신발장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이가 걷고 뛰기 시작하면서 아이에게 발을 밟히기 일쑤였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2살밖에 안 된 아이가 밟아봐야 얼마나 아프다고. 분명히 말하지만 이건 아픔의 문제가 아니다. 더러워짐의 문제가 있다. 아이들이 얼마나 여기저기 뛰어다니는지 엄마들은 안다. 비 온 후 흙탕물도 밟아보고 휘젓고 놀만한 모래가 조금이라도 있을라치면 우다다 달려간다. 잔디밭은 무조건 좋아하고 신발 앞코가 까지도록 돌아다니고 또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 신발 그대로 엄마에게 우다다 달려온다. 사랑스러운 미소와 함께 엄마의 신발을 지그시 밟으면서.


예전에 남편이 선물한 구* 스니커즈를 신고 잠시 가족 나들이를 한 적이 있다. 날씨는 좋고 바람은 선선하고 나는 후회했다. 아이를 쫓아 비 온 후의 잔디밭을 달리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옷도 비슷한 맥락이다. 흙이 묻어도 괜찮은 옷, 여차하면 바닥에 주저앉아도 좋은 옷을 찾게 된다. 애기 엄마들은 왜 티셔츠에 트레이닝 바지만 입고 다녀? 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길 바란다. 아이가 어릴수록 티셔츠 입은 엄마들이 많고, 아이가 초등학생 정도로 자라면 꾸미는 엄마들은 다시 많아진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초등학생 때는 엄마들이 나와있지도 않지만.


물론 출산 후 편한 신발에 적응이 되어서 계속 편한 신발을 찾게 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아이가 없었을 때 불편함을 감수하고 예쁜 걸 선택하는 비율이 아이가 있으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헛웃음이 나겠지만 어쩌겠나. 예전에는 본인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됐지만 이제는 세상 누구보다 먼저 안고 어르고 쫓아다녀야 할 생명체가 있는 걸.


아이와 놀이터에서 노는 건 피곤하지만 또 즐겁다. 강아지처럼 뛰는 녀석들을 쫓아가는 것도 좋고, 웃으며 달려오는 그 순간도 너무 소중하다. 그깟 운동화와 옷이 지저분해지는 거 신경 쓰느라 그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



덕분에 순발력이 제법 늘었다. 흙먼지를 묻히고 달려오는 아이를 요령껏 안아 올리는 순발력. 옷과 신발에 묻은 지지들을 빠르게 털어내는 순발력. 엄마빌리티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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