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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Oct 21. 2022

엄마는 몇 살이야_004. 잠

산타할아버지, 잠을 선물로 주세요, 제발



 집집마다 육아 스타일은 다양하고 엄마들의 마인드도 다르지만 절대적인 공통점이 있다.

 

 첫째, 육아는 잠과의 사투다

 둘째, 육아는 똥과의 사투다

 셋째, 육아는 4대 성인급 인내심을 요한다


이 중 오늘 이야기는 첫 번째 공통점 잠과의 사투.


엄빠 선배들이 갓 아이를 가진 뉴비 엄빠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태어나기 전에 많이 자 둬. 지금 아니면 못 자.”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진심 어린 조언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임신 기간 내내 들은 나의 지인은 이런 물음을 남겼다.

"왜 다들 많이 자두라고 하는 건가요. 사탄의 인형이라도 나오나요?"


수많은 육아책에 아기들의 수유시간과 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주 먹고 자주 깨고 많이 잔다는 이야기들이다.

 -약 1개월 동안 수유는 두 시간마다 이루어집니다.

신생아 시기 두 시간에 한 번씩 맘마를 먹는다는 건 표면적 표현이다. 맥락에 숨은 뜻은 ‘두 시간에 한 번씩 깰 때마다 다시 재워야 한다’이다. 아기는 맘마를 먹은 후 절대 바로 잠들지 않는다. 나의 경우는 새벽 수유 후 다시 재우는데 한 시간이 걸린 적도 많다. 당연히 아이는 한 시간 후에 눈을 번쩍 뜬다. 또 맘마 먹으려고. 이 패턴이 24시간 동안 챗바퀴처럼 돌아간다. 엄마는 한 시간 이상 연속으로 잠을 자기 어렵다.


 - 3개월~6개월 무렵부터 통잠을 자기 시작합니다.

신생아 시절이 지나가고 수유량이 늘면서 아기들은 잠도 길게 자기 시작한다. 이것도 표면적 표현이다. 아기의 잠은 천천히 는다. 3시간, 4시간, 몇 달 후 5시간… 이렇게 는다. 몇 달에 걸쳐서 말이다. 맥락에 숨은 뜻은 ‘통잠을 자긴 하는데 개인차가 심해요’이다. 100일의 기적, 100일의 기절이라는 말이 있다. 100일이 지나면 기적처럼 아기가 새벽에 안 깨든지, 그동안 버티던 엄마가 마침내 기절을 하든지 둘 중 하나란 말이다. 오죽하면 기적이란 표현을 썼을까. 나의 경우는 첫째는 100일의 기적이었고 둘째는 100일의 기절이었다. 둘째가 새벽에 일어나서 울고 보챌 때마다 나는 잠든 첫째의 눈치를 봐야 했다. 두 아이가 눈을 번쩍 뜨기라도 하면 그때부터 전쟁이니까. 다행히도 첫째는 깊이 잠이 드는 편이었다. 진정 신의 한 수였다.


또 하나. 아기들은 자기 전에 엄청나게 운다. 불안하고 무서워서 우는 거라고 배웠다. 아기들에게는 잠이 드는 것이 꼭 내일이 없는 깊고 깜깜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기분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어른에게도 너무 무서운 일이다. 뇌가 점점 자라면서 그 공포감이 안정되고 그제야 아기들은 편안히 잠든다고 한다. 물론 그때가 되면 엄마의 눈 밑에는 이미 다크써클이 시커멓게 자리 잡은 후이다.

'내 짜증보다 아이의 공포가 더 클 거야.'

이 생각 하나로 두 아이의 아기 시절을 버텼다. 그리고 둘째가 두 돌이 막 지날 무렵 내 단 하나의 간절한 소원은 ‘제발 하룻밤만 혼자 자게 해 주세요’였다. 연년생 둘과 2년 넘게 밤을 보내고 나면 잠이라는 게 얼마나 고맙고 사치스러운 본능인지 깨닫게 된다.

그렇게 소원해서 친정집에서 하루 혼자 자게 된 날이 있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간사한지. 꼬물꼬물 양쪽에서 나를 괴롭히는 그 온기가 없으니 허전해서 잠이 안 왔다. 멋지게 오후 2시까지 푹 자려던 완벽한 나의 계획은 멋지게 망해버렸다.


 

그렇게 불면의 밤을 보내며 나의 한계와 체력이 거의 바닥을 드러낼락 말락 할 그때. 수 천 시간의 노고를 한 번에 녹이던 한 방.

"엄마, 따랑해."

나란히 누워 피곤이 가득한 내 눈을 마주치며 세상 모든 사랑을 다 담은 표정으로 뱉은 그 한마디에, 난 울어버렸다.  


둘째는 아직도 밤에 한 번씩은  꼭 깬다. 꿈이 많은 아이라서 그런가 잠꼬대도 자주 한다. 잠꼬대할 때마다 깨는 나는 아이의 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귀엽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걸 특권으로 생각하며 오늘도 밤을 버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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