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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Oct 26. 2022

엄마는 몇 살이야_008. 시소

엄마의 허벅지 운동 끝판왕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싱싱한 간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구나 하는 걸 느낀다. 뛰어도 뛰어도 지치지 않은 이 녀석들은 몸 안에 수퍼카 엔진이라도 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날이 춥거나 궂을 때는 오히려 안쓰럽다. 넘치는 에너지를 대체 어디에 쏟아내야 하나.

어쨌거나 놀이터에 가면 엄마의 운동량도 만만치 않다. 아이가 커가면서 친구들에게 놀이터 메이트의 자리를 내어주긴 하지만 그래도 6세 무렵까지는 같이 열심히 뛰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일단 놀이기구부터. 미끄럼틀, 철봉, 그네, 시소… 그중에 운동량 끝판왕은 시소다.


시소. 양쪽에 비슷한 무게를 맞춰 오른쪽과 왼쪽이 번갈아 오르내리는 놀이기구. 문제는 아이와 엄마의 현격한 무게 차이와 길이 차이에서 시작된다. 엄마의 힘 그대로 시소에 반동을 주면 아이는 휙 날아가버린다. 위험하다. 반면 엄마의 힘을 줄이고 아이에게 맞춰 천천히 반동을 주면 10번을 채 오르내리기 전에 엄마 다리에 마비가 온다. 스쿼트 따윈 우습다.


생각해보자. 앉았다 일어났다를 10번쯤 하고 나니 허벅지 앞쪽이 묵직해온다. 눈앞에서 아이는 신난다고 엄마 한번 더를 외치고 있다. 자, 당신의 허벅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팔로 시소를 눌러서 놀아줄 수도 있긴 하다. 한동안 사용했던 나의 꼼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에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주거니 받거니, 티키타가가 있어야 재미있는 게 시소니까. 나도 나름 평소에 운동을 하던 가닥이 있어서 지구력이나 근력 하나는 자신 있는 편이다. 그런데 시소는 정말 어렵다. 내 무게를 그대로 박차고 튀어 오르는 건 스쿼트나 런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시소는 오직 “얘야, 너만 즐겁다면 엄마는 내일 못 걸어도 좋다.”의 느낌으로 놀아주는 놀이기구다.



육아는 체력과 근력이라는 걸 매일 느낀다. 그래도 아이들이 유치원으로 달려간 후에 소파에 늘어지는 몸은 어쩔 수가 없다. 누가 자동 시소 같은 걸 만들어주면 참 좋으련만.

 

아, 비슷하게 만만치 않은 녀석으로는 한 여름날의 그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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