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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Nov 22. 2022

엄마는 몇 살이야_016. 카시트

매일 우주 최강 VVIP를 모십니다



결혼 전 내 차는 쿠페였다. 앞 문짝 두 개, 뒷 좌석은 장식용인 쿠페. 늘 혼자 타는 차였기에 뒷좌석은 존재 자체가 없었다. 7년을 탔는데도 안전벨트에 비닐이 그대로 씌워져 있었으니 말이다. 결혼 후, 임신을 하면서 차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뒷문이 없으니 아이를 태우기 불편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 차를 다시 살펴보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이 차는 뒷좌석에 카시트를 장착할 수가 없어."

자동차 중에 카시트 장착 옵션이 없는 차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내 차가 바로 그런 차였다. 


카시트. 사실 내 어릴 적에는 카시트를 본 기억이 없다. 그냥 뒷좌석에서 어른들이 매는 벨트를 매고 창문 밖으로 작은 앉은 키를 극복해가며 창밖 구경을 한 기억이 전부다. 요즘은 그랬다간 미친 엄마라고 욕먹기 딱 좋다. 5살도 안 된 아기를 그냥 의자에 앉히다니?!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차의 시트 위에 단단한 카시트를 올린 후, 착석한다. 최대한 안전하게 말이다. 유아용품 광고 중 카시트 광고를 보면 아이가 얼마나 안전할지, 그리고 얼마나 편안할지를 강조한다. 하나같이 성능 좋고 튼튼한 기술이 들어간 카시트들로 보인다. 그런데 그런 카시트들도 아직 완벽하게 이루지 못한 기술이 있다. 등센서 기술이다. 당신의 아이가 카시트에 앉기 싫어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 라는 광고 카피를 자신 있게 날릴 수 있는 그 기술. 인간의 영역에서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특히 어릴수록 차에 한 번 타는 게 전쟁인 집들이 있다. 출발은 해야 되고 아이는 카시트에 앉기 싫다고 울고 엄마는 달래다가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어찌어찌 험악한 분위기에서 뒷좌석은 울음바다고 운전에 집중은 안되고. 아이도 울고 엄마도 울고. 이 울음을 참지 못하고 그냥 아기띠에 매고 운전석에 앉아 운전하는 엄마도 본 적 있다. 하긴 오죽하면 저랬을까 싶다. 극한의 카시트 적응 관문을 통과한 모든 엄빠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지금 우리 집 차에는 카시트가 두 개다. 오직 두 아이들만을 위한 뒷좌석이다. 카시트 사이 가운데 자리에는 웬만한 사람은 앉기 어렵다. 좁고 불편하고 벨트도 할 수 없다. 아이들은 뒷좌석에서 여러 가지를 요구한다. 

"장난감이 바닥에 떨어졌어요."

"목말라요."

"눈부셔요."

"음악 다른 걸로 바꿔줘요."

"장난감 또 떨어졌어요."

그래도 지금은 아이들이 4살, 5살이라서 엄마가 운전 중에는 한눈팔면 안 된다는 게 머릿속에 박혀있다. 그 전에는 엄마가 지금 장난감을 주워줄 수 없어. 라는 말에 울고 불고 난리 치는 게 일상이었다. 그놈의 장난감은 왜 맨날 바닥으로 떨어지는지. 


뒤통수에 쏟아지는 온갖 말말말들을 상대하며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조용해진다. 그때, 룸미러를 통해 슬쩍 보는 뒷좌석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양쪽에서 제각각의 모습으로 숙면을 취하는 우리 집 VVIP들이 보인다. 그러면 어김없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우리 차 뒷좌석이 너희들에겐 재미있고 편안한 것 같으니 그걸로 엄마는 오늘 일당 받은 셈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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