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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Dec 07. 2022

018. 크리스마스 트리가 준 뜻밖의 걱정

당기고 끄집어내는 게 너에게는 당연한데




시즌이 돌아왔다. 심장 박동이 소녀스러워지는 크리스마스 시즌. 도시의 랜드마크에서부터 골목의 작은 가게들까지 별처럼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시즌. 집집마다 가랜드와 트리 장식들이 칼바람을 이기고 따뜻함을 전하는 시즌. 그리고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한바탕 늘어놓는 시즌. 

"트리 장식 잡아당기면 안돼."


나도 작년부터 아이들과 밀당 중이다. 장식 떼면 안돼 vs 엄마 몰래 장식 떼기. 물론 아이들이 좀 더 자라서 손이 더 야무져지면 트리를 쓰러트리지 않고도 장식들을 떼고 달고 잘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잡아당기면 장식을 손에 넣을 수 있으려니 하는 나이이기에, 나는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수밖에. 


하긴 반짝이는 공들과 귀여운 루돌프 인형들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일까. 손으로 한 번 만져보고 싶고 잘그락 잘그락 움직여보고 싶고 같이 인형놀이도 하고 싶을 것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장식들은 약하고 부서지기 쉽다. 그리고 나무에 얽혀있기 때문에 잡아당기면. 와당탕 넘어지기 십상이다. 나무만 넘어지면 다행이지 그 밑에 서 있는 아이의 얼굴에, 손에 스크래치라도 나면 얼마나 속상할는지. 그러면 그저 호기심 가득했던 작은 아이는 엄마에게 한바탕 혼이 나고 말 것이다. 

"엄마가 트리 만지지 말랬지! 어휴!"

호기심은 잘못이 아닌데. 


아이들이 원에서 만들어 온 작은 오너먼트들도 조롱조롱 달려있는 이번 시즌 트리. 그래서인지 유난히 더 눈이 가고 나까지 만지작거리고 싶어 진다. 올해는 잔소리의 내용을 좀 바꿔야겠다. 그러면 따뜻한 거실에서 냉랭한 분위기를 좀 쫓아낼 수 있을 듯싶다. 

"말랑한 것만 끄집어낼 수 있어. 대신 엄마한테 말하면 엄마가 꺼내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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