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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승 Dec 20. 2020

추위를 녹이는 순두부찌개 (feat.곱창)

 

해가 일찍 지니 저녁 시간인데도 겨울 거리는 밤처럼 어두컴컴했다. 찬바람에 코가 아리고 귀가 시려 두 손을 얼른 비벼 귀를 감싸고 발을 동동 걸으며 걸었다. ᅡᆷ의 신이 칼춤이라도 추는지 바람은 점차 칼처럼 매섭게 안으로 후벼 들어왔다. 어깨를 둥글게 말아 바람에 닿는 적을 줄였지만 추운 건 여전히 매한가지 였다. 꽁꽁 언 손을 비벼 녹이며 버스 정류장안으로 들어왔다. 버스를 타면 따뜻 할 거란 기대에 부풀어 버ᄉ 시간을 전광판에서 확인하려 고개를 돌렸다. 고개보다 빠른 건 눈이었다. 문득 정류소 뒷 편 순두부 집 간판이 먼저 눈에 띄었다.김이 펄펄 날리는 뚝배기를 떠올리며 어ᅳᆫ 문을 열고 찌게 집 안으로 들어간다


쭈꾸미 볶음과 보쌈같은 다른 요리도 있었지만, 주된 메뉴는 순두부 찌개였다. 여러가지 토핑을 순두부에 추가해 각각 8가지 종류의 찌게 메뉴들이 있었다. 시원한 해물을 넣을까 하다가 먹어보지 않은 곱창을 넣어 보기로 했다. 테이블 위에는 생계란이 올려져 있었고, 개수에 상관없이 원하는 만큼 넣어 먹을 수 있었다. 늘 순두부 찌개를 시키면 계란이 하나 올려나오는데 금새 호로록 그 노른자를 빨아 삼키면 나중에 먹을 때 계란의 고소함이 국물에 묻어나지 않아 아쉬웠던 마음이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이 집에서는 그 아쉬움을 느낄 수 없으리라 예상하니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펄펄 끓는 순두부와 반찬들이 나왔다. 오뎅 볶음, 숙주나물, 시금치 나물 그리고 김치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기본이었다. 적당한 간장에 물엿을 넣어 달달 볶은 달짝찌근한 오뎅을 씹으며 밥을 기다렸다.


두 세번 씹었나 싶을 때 왠 돌솥이 나왔다. 어라? 내가 딴 걸 시켰나 하고 계산서를 확인했다. 곱창순두부 하나 맞는데, 돌솥을 열어보니 안에 흑미가 약간 섞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이 들어 있었다. 아 반가운 마음에 얼른 뜨거운 밥을 공기에 덜어내고 따뜻한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 주었다. 훗 누룽지 국물로 입가심을 할 수 있겠군.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뜨거운 밥을 크게 한술 떠서 입에 넣었다. 밥알들이 너무 뜨거워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 상태로 후후 소리를 내며 식히면서 조금씩 먹었다. 입에 밥이 조금 남았을 때 계란 두 알을 얼른 찌개 안에 뜨려 넣었다. 뚝배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넣자마자 계란의 색깔이 연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숟가락으로 노른자만 슥 건져 입에 톡 털어 넣고,  고소함을 재빨리 혀로 느끼며 나머지는 휘휘 저어주었다.이제 순두부만 한술 크게 떠서 삼켰다. 매콤하고 칼칼한 국물 맛이 밴 순두부는 부드러우면서 매끄럽다. 씹을 여지도 없이 스리 슬쩍 목구멍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미끌한 맛이 좋아 크게 삼키기도 하고 계란과 양파에 자잘한 두부 건데기들을 모아 그 위에 곱창을 얹어 먹기도 했다.

제법 통통한 곱창을 씹으니 안에 있던 곱이 터져 나와 매콤한 국물에 적신 혀를 고소하게 했다. 씹을 때 그 졸깃한 맛은 또 어떤가. 아 찌개집이 아닌 곱창집이 아닌가, 아 내가 지금 곱창 전골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착각도 잠시 들게 할 만큼 제법 맛있는 곱창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숟가락질을 바삐 하고 나니 어느새 밥이 사라져 후식 타임이 돌아왔다. 돌솥 뚜껑을 열자 터진 밥알들이 위에 동동 떠 있었다. 그 밥알들을 살살 떠 밑에 있는 따뜻한 밥물과 함께 마셨다. 구수하고 따뜻했다. 12월의 매서운 추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따뜻한 숭늉 한사발에 녹아내렸다.


(내돈내산) 북촌순두부& 쭈꾸미(방배점): 곱창 순두부 (9천원) - ᄎ위를 녹이는 뜨겁고 매콤한 맛, 곱창의 고소함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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