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점심을 먹고 졸려운 오후. 눈꺼플이 턱끝까지 내려오지만 눈을 감을 수는 없다. 회사사람들이 보고 있으므로..쩝... 성냥을 꼽으려 해보지만 어디서 구할때도 없고, 아 이 천근만근한 눈꺼플. 봄날 식곤증은 어찌한단 말이냐. 임시방편으로 저번에 허리부상에 이용했던 근육통약을 발라보기로 했다. 고등학교 시험기간에 졸려우면 눈에 물파스를 발랐던 것의 응용이다. 눈은 따갑지만 졸립지는 않으므로, 조금만 발라본다. 아주 살짝만. 효과는 완전 직통이다. 잠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눈이 따갑고 맵다. 눈물이 조금씩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눈이 '난 근육도 없는데 왠 근육통 크림'이냐며 항변하기 시작했지만, 뇌에게 '능숙하게 눈에 바른게 아니라 그 밑 애교살에 발랐자나 ㅂㅅ' 으로 처절히 응수를 당할 뿐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허나 곧 부작용이 반응이 일어난다. 눈이 너무 따가워 눈을 뜰 수가 없다. 고등학교때도 이래서 시험을 망한 기억이 났다. 왜 이런 기억은 나중에 나는 건지 탓할 사람도 없는 희극적 사건이다. 옆 직원 지수가 물어 본다. "왜그래 눈에 뭐 들어갔나봐? 내가 불어줄까?" 친절한 그녀지만 입냄새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으응, 괜차나, 물로 헹구면 괜찮을꺼야." 화장실로 뛰어간다. 눈 밑 애교살을 비누로 벅벅 문지르고 따뜻한 물로 헹군다. '휴... 이제 살았구나.."가 아니다!!! 좀 낫지만 여전히 따가웠다. 시원한 물을 종이타월에 적혀 눈 위에 놓아 두웠다. '이게 뭔 짓인지..' 스스로를 탓하며 살짝 쿵 변기위에 앉는다. 점점 주위가 깜깜해 지더니 고요가 찾아든다..... 얼마나 시간이 들렀을까.. 똑똑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선배님 거기 계세요?, 한참 안오시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서요. 괜찮으신거죠?" 이 단잠을 깨우는 지수의 친절한 목소리...지만 찰거머리같이 느껴진다.
‘날 좀 내버려 둬'라고 하고싶지만 웃는 얼굴에 침을 벹을 수는 없다. "으응.. 나 여깄어. 시간이 좀 걸렸네.. 금방 나갈께”
"다행이네요. 선배님 좀 월요일이라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서, 달다구리랑 커피 좀 시켜놨어요. 나와서 드세요."
찰거머리라는 말이 당장 머리 속에서 DELETE. 아니 영구 삭제. 마이 엔젤 지수를 외치며 사무실로 돌아간다. 여전히 눈은 따가웠지만, 멍충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격언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탓하는 수 밖에.. 지수가 시킨 오후의 달다구리는 홍콩와플과 쿠키 였다.
내가 만든 500원 동전 핫케이크를 한군데다가 다 모아놓고 찍어 낸 듯 하다. 많은 동그라미들이 튀어나와 그런지 동글동글하니 넘 귀엽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