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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승 Mar 30. 2021

“나, 들어가도 되요?” 양옥집 베이커리 카페-프릳츠

한낮의 쨍쨍한 햇살이 푸르스름한 기와를 짙은 코발트 색으로 물들인다. 밝고 해사한 햇살 밑으로 프릳츠라는 스틸 명패가 살짝 빛난다. 아직 아파트가 보편화 되지 않았을 80년대나 90년대 초반까지 서울 중산층들이 흔히 살았을 법한 양옥집. 명패가 걸려있으니 그 옆에 조그마한 초인종을 있어, 그걸 ‘띵동’하고 누르면 ‘누구세요’하고 누가 안에서 대문을 열어 줄 것만 같다.


누구네 집을 약속없이 방문하는 것 마냥, 조심스럽게 대문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간다. 꽤 넓직한 마당안에는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들이 마치 누가 여기서 사는 것처럼 친숙하게 놓아져 있다. 곧 가족들이 마당으로 나와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눌 것 같은 풍경들이 머리 속에 그려지면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들어간다.


한발을 안에 놓는 순간 그윽한 커피향이 코 끝을 스치고, 감미로운 커피 콩의 냄새가 온 몸을 휘감는다. 손수 콩을 감별하고 로스팅 해 프릳츠만의 이름을 내걸고 파는 프릳츠 커피. 그 브랜드 명성 대로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는 대도 감복할 정도로 깊고 풍부한 커피 향이 풍긴다.


종류별로 커피 원두를 진열해 놓은 선반과 테이블을 지나니 한쪽 구석에서는 가방이나 컵 같은 프릳츠 브랜드한 굿즈가 전시되어 있다. 마치 제과 브랜드 해태의 캐릭터와 비슷한 형상으로 레토르 감성을 좋아하는 손님들에게 제법 인기는 듯하다.


이제 곧장 주문 대 앞으로 걸어가니, 이 세상에 모든 빵들이 거기 다 있을 만큼 빵들이 넘쳐났다. 깜빠뉴부터 크루아상, 소보루빵 그리고 스콘까지 온갖 종류의 베이커리들이 자신만의 특색을 뽐내며 진열되어 있었다. 잘 굽혀진 패스츄리는 바삭바삭해 보이고, 생크림 빵과 우유 식빵은 몰랑 몰랑 부드럽고 달콤해 보였다. 깜빠뉴나  올리브 루스틱 같은 빵들은 우리는 건강식이야 하는 자부심이 가득찬 얼굴을 내 비치고 있었다.


풍기는 냄새로 보아 팔고 있는 모든 빵을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기에 다른 데서는 잘 먹지 못하는 신기한 빵인, 크림 크루 와 기본 빵중의 기본 소보루를 쟁반에 담고 커피는플랫 화이트를 주문한다.

금방 내린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기가 커피잔을 건네주는 서버의 손길에서부터 느껴진다. 자리에 앉아 한 모금 천천히 들이킨다. 입안 전체가 찰진 우유 거품으로 물들어가고 고소한 밀크의 지방이 혀 안쪽에서부터 차분하게 사근 사근 느껴진다. 카푸치노는 우유의 거품만을 올리고, 플랫화이트는 우유 거품과 우유 액체 사이의 걸쭉하고 찰진 우유 지방의 층을 에스프레소 위에 올린다. 카푸치노 우유 거품보다는 무겁고 꾸덕하며 라떼 보다는 폼이 걸쭉히 살아 있다. 라떼와 카푸치노 중간 어디의 맛이 그것이 플렛 화이트다. 프릳츠의 커피는 쌉쌀하고 약간 태운 듯한 맛과 향을 내 우유의 고소함과 아주 잘 어울렸다. 과연 커피 맛으로 정평이 날 맛 하다.


소보루 빵은 빵 자체는 달달하고 빡빡한 맛으로 본디 곰보빵의 맛을 잘 살렸지만, 크럼블이 많은 걸 원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유혹적이지 않을 듯하다. 크림 크루는 빵오 쇼콜라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안에는 슈크림과 우유크림이 합쳐진 일반 생크림보다는 고소한 크림을 품고 있다.

바삭한 패스츄리의 결을 이빨로 와삭 하고 부숴트리면, 몽글몽글하고 달콤한 크림이 혀를 포근히 감싸 안아 꽤 그럴 듯한 맛을 만들어 낸다. 프릳츠는 인생일대를 걸어 산을 넘고 바다를 헤엄쳐 일부러 찾아가서 꼭 기필코 먹어봐야 하는 그런 맛은 아니지만, 평범을 뛰어 넘는 어느 정도의 비범은 가지고 있으니 베이커리 카페의 핫플로는 손색이 없다.


프릳츠 카페 (도화점): 플랫화이트 4,800원, 베이커리 3000-5000원 사이


빵 종류별로 나오는 시간이 다르므로 원하는 빵이 있다면 미리 알아보고 가는 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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