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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승 Mar 28. 2021

빨리 가래? 아 빨미까레

까페 공명을 방문한 건 작년 가을쯤이었다. 연남동에서 만난 한 후배가 빵순이 들에게 소문난 프랑스식 베이커리 카페가 있다고 가보자고 했다. 궁금한 마음에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해 동교동 삼거리에 이르렀다. 커다란 통유리 안으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세련된 느낌의 카페였다. 밖에서 본 카페는 책들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었고 사람들이 커피와 함께 다들 노트북이나 책을 보며 뭔가에 집중한 듯했다. 일명 ‘공부하기’ 좋은 카페 같아 보였다. 이런 곳이 디저트 맛집이라니 약간 의아한 마음이 생겨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후배는 약속시간이 늦었다며 얼른 뛰어가서 빵을 사왔다. 이것저것 담아 큰 봉투가 꽤 무거워 보였지만 맛난 디저트를 기대하고 있어서 그런지 복숭아 색으로 상기된 뺨은 설레여 보였다.


한 선배네 집에서 모인 우리는 공명에서 산 빵들과 함께 늦은 오후의 티타임을 가졌다. 눈앞에 펼쳐진 먹음직스러운 에그타르트, 브라우니, 마들렌, 까눌레, 스콘 등등 하나같이 잡지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맛있는 비쥬얼이다. 과히 소문이 날만 법하다. 디저트를 보고 벌어진 입에 침까지 흘리게 한 장본인이 있었으니, 바로 처음 본 거대한 엄마손 같은 파이였다.

마치 여러 겹의 페스츄리가 겹겹이 쌓여 있는 듯해, 부드러운 크로아상 속살을 본다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바삭바삭한 페스츄리에 진한 다크 초컬릿까지 발라져 있으니 침이 턱까지 내려와도 모를 수 밖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자, 후배는 양손으로 파이를 잡고 또각하고 뽀게 나에게 건네준다.


“언니 이거 처음 보는 구나. 이거 나 많이 먹었는데. 이게 빨미까레 하는 프랑스 과자인데, 패스츄리 처럼 반죽과 버터를 겹겹이 번갈아가며 접어 만들어서 되게 고소하면서 바삭하니 맛있어”  


후배의 친절한 설명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덥썩하고 빨리까메를 무는 순간 진한 버터의 풍미가 느껴지는 듯 하더니, 이네 촘촘하고 바삭한 페이스트리의 결들이 입안에서 부셔져 녹아 없어 졌다. 사르르도 아니고 스르르도 아니다. 이럴 시간 적 여유도 주지 않는다. 이빨로 빠삭 하는 순간 파이의 조각들이 겹겹이 혀 위로 녹아 들어 간다. 너무 빨리 없어져 초콜렛이 발라진 부분을 앞니로 다시 물어 먹어본다. 둔탁하게 바아삭 하는 소리와 함께 찌인한 초콜렛의 쌉싸름함이고소한 버터 맛과 합쳐져 아주 고급진 바삭한 파이 맛 났다.


바삭하고 부드러운면서 달콤 쌉쌀한 이 파이의 결들을 입속에서 느끼고 있노니 아 이걸 사온 후배에 대한 감사함이 마음속 깊숙히 올라왔다. “아 공명의 빨미까레를 맛보게 해주다니 고맙구나”. 이 고마움은 잠시 뿐이었다.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라고 할까. “이렇게 맛있는걸 이제서야 알려주다니, 그동안 저 혼자만 먹었던 말인가” 하는 원망이 생겨났다. “살꺼면 많이 사지 왜 고작 한 개야. 아…홍대는 멀단 말이다. 2시간도 더 걸린단 말이다.” 하며 통탄스러운 마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택배로 공명에서 빨리까메를 주문할  있게 되어 후배를 향한 마음은 감사함만이 남아 있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택배로 받은 빨리까메는 배달이여서  눅눅해질  알았는데 여전히 아니 더욱더 바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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