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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승 Dec 17. 2020

한우, 그 마블링의 진미

한우는 일본의 와규나 미국 검정소(블랙앵거스)보다 뛰어나다. 물론 내가 애국자여서 신토불이에 더 높은 점수를 주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내 고기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고기는, 자고로 소고기는 그 안에 지방질의 분포가 그 맛을 좌우한다. 살의 혈맥을 따라 굽이굽이 지방이 고루 펼쳐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구울 때 기름으로 육질이 코팅 되어 고소한 맛을 내며, 씹을 때 지방이 단백질을 부드럽게 해 살살 녹은 식감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미국 흑우는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한 편이라 덩어리채로 굽는 스테이크에 적합하지 숯불에 단시간 익혀 먹는 우리식 구이 법으로는 맛을 내기 어렵다. 일본 와규도 나름 그 마블링을 뽐내기로 유명하지만, 지방도 다 같은 지방이 아니다. 저가의 마가린과 최고급 버터를 우리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바로 향이다. 


기름은 저마다 고유한 향을 가지고 있다. 소고기도 예외는 아니다. 약간은 누릿한 와규향에 비해 한우는 고소한 아니 구수한 기름향을 가졌다. 5천년을 우리와 함께 살은 소인데 어찌 왜(倭)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역시 신토불이다.저번 주, 서울의 청담동 골목에서 한우1++ 등심 이벤트를 하고 있다는 고기집을 우연히봤다. 반가운 마음에 냉큼 들어가 앉았다. 안동 한우라니 예전에 하회탈 축제를 갔다 우연히 역전에서 먹은 불고기에 얻어걸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3일동안 소고기만 먹은 적이 있다. 안동 한우는 육즙이 풍부하고 고소한 감칠맛이 나는 끊기 어려운 맛이었다.특등심 한상을 시켰다. 안동 한우1++ 특등심에 냉면을 주는 셋트이다. 불꽃이 피어오르는 숯불이 나오고, 고기도 금새 따라 나온다. 하얀 지방들이 불규칙한 방향으로 가늘게 방사형으로 퍼져 있었다. 본디 살치살이 오밀조밀한 마블링으로 유명하지만, 설기 설기한 그물 형태의 지방분포를 가진 등심 마블링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정교한 작업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가위와 집게를 양 손에 쥔다. 소고기란 본디 예민하여 살짝만 그 타이밍을 늦추어도 철판에 늘러 붙고, 질겨 지기 쉽상이다. 지글지글 연기를 피워내며 고기의 핏기가 약간 위에 모였을 그때가 바로 적기이다. 얼른 뒤집어 살짝만 익혀 입안에 쏙 넣어야 한다.




고기의 본연을 맛을 위해 고기만 우선 입속에 넣었다. 눈 깜짝할 새에 녹아 버린다. 어라? 맛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다시 소금을 찍어 한점 입으로 가져간다. 먼저 터져나온 육즙이 곧바로 혀를 마주한다. 뒤따르는 육질은 부드럽고 살코기는 살살 녹아 없어 졌다. 지방과 단백질의 최고의 조합. 가히 기가 막힌 맛 이였다! 이 집에서 유명하다는 고추 절임을 고기에 얹어 본다. 절임의 짠 맛이,그리고 고추의 알싸한 향이 부드럽게 살코기를 싸고 돌아 고기의 감칠맛을 배가 되게한다.


입안의 기름은 역시 시원한 랭면으로 닦아 주어야 제 맛 아니던가. 비빔냉면을 시켜본다.



춘천 막국수 스타일이다. 살얼음이 살짝 낀 시원한 육수를 자박히 붓고 그 위에 면을 말아 올린다음 양념장을 끼어 냈다. 고명은 절임무와 자른 사태 그리고 삶은 달걀 반개가 올라 있었다. 가위로 가로 세로로 한번씩만 자른 후 면을 돌돌 말아 야무지게 한입 먹는다. 시원하면서 매콤하고 또 졸깃했다. 후루룩 후루룩 맛있는 소리가 났다.




(내돈내산) 먹은곳: 명인등심 청담점 특등심한상: 39,000: 1++안동한우 특등심(150g)+냉면 (찌게, 밥으로 대체가능)점심시간 한정 셋트메뉴로 AM 11:30ㅡPM 2 사이에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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