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증, 티 안나는 괴로움

왜 나만 보여?

by TiNG

몇 년 전에 오른쪽 눈에 번쩍번쩍 번개가 쳤다.

'천둥번개인가?'

마른날이었다. 다시금 번쩍 번개가 쳤다.

'아 뭐지?'

상황을 넘기긴 했으나, 불안한 마음에 검색을 해봤다.

광시증. 비문증과 함께 망막박리로 이어질 수 있는 전조증상.

하늘이 노래졌다.

'아니 왜? 허리도 아픈데? 눈까지?'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눈 속에 크고 검은 먼지들이 떠다니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약간 뿌옇게 보이는 게 아닌가.

수정체 속에 핏방울이 맺혀서 시야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너무 불편한 상황이라 안과에 이른 아침부터 달려갔다.

의사는 망막 사진을 찍고 불빛으로 들여다보면서 아직 망막은 괜찮고 비문증이 생긴 건데,

노안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적응하라고만 했다.

여태껏 맑고 투명하고 자신 있게!라는 카피처럼 또렷한 세상을 보고 살아왔는데,

앞으로 한껏 방해받으면서 봐야 한다니... 그걸 또 적응해야 한다니...


호사다마.

좋은 일은 안 좋은 일을 몰고 온다는데, 어째 나는 마가 끼었는지,, 나쁜 일만 연속이었다.

그냥 그렇게 적응하고 1년여 잊고 살아갈 즈음..

이번엔 왼쪽 눈에 번개가 쳤다.

'아, 또...'

번개 치고 천둥 치듯이 눈에 까만 거미줄이 잔뜩 펼쳐졌다.

오른쪽의 검은 점들과는 수준이 달랐다.

불안한 마음에 다시 안과를 달려갔다.

예의 진료를 하고는 다시 같은 진단이었다. 노안이라 어쩔 수 없다. 적응해야 한다.

같은 말만 들었다. 하아.. 정녕 이것이 주어진 운명이란 말인가..


그러고 허리 수술을 하느라 눈앞의 거미줄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지내다가

수술하고 나서 언젠가부터 갑자기 오른쪽 눈 시력이 절반도 안 보이는 것이었다.

비문증+광시증+시력저하는 망막박리로 가는 길이라는데...

또 세 번째로 안과를 찾아갔는데,

역시나 아직 망막은 이상이 없다고 했다. 시력도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1.0, 0.9

'아닌데, 분명히 더 안 보이는데...'

체감엔 0.5도 안 되는 듯한데 말이다.


찜찜한 마음에 그 길로 영등포에 있는 대형병원인 김안과에 예약을 하고 찾아갔다.

동공을 크게 해 주는 산동검사를 포함해 다양한 기계에 눈을 찍어대고,

내 차례에 진료를 들어갔다. 큰 병원이라 역시 한 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았다.

대학병원보다 더 짧게, 내 동공을 들여다보고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안심이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걱정이 들어서 이런저런 증상을 나열하고 물었더니,

20대의 시력을 목표로 살면 안 된다고 혼났다....

그나마 라식한 사람치고 노안이 늦게 온 것이라고 했다.

다행이긴 한데, 혼나서 한껏 위축돼서 나왔다.


그래도 아직 괜찮다 하니까, 거미줄과 검은 점들과 남은 여생을 살아야 하나 보다.

다니던 안과에서 억지로 써준 처방전으로 한쪽만 도수가 들어간 안경을 맞춰야 할까.

그저 건강염려증이면 좋겠지만, 이 증상들은 어쩌란 말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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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쪽 시야와 오른쪽 시야


by 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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