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 but 구부러지지 않는다
먹고사는 게 바빠 글 쓰는 것이 늦어졌다. 비록 핑계지만.
지난 11월 21일 강남 세브란스를 퇴원하기 위해 원무과를 가서 병원비 내역을 뽑았다.
와, 1,000만 원이 넘었다. 1인실을 사용했기에 4백여만 원은 제외하더라도 순수 수술/입원비가 그랬다.
생각보다 많이 나왔지만, 뭐 따질 수도 없는 일이기에 카드 2개로 나누어 결제를 하고 기다렸다.
간호사가 약봉지와 신청했던 서류 뭉치를 주고 안녕히 가라고 했다. 드디어 탈출이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났던 9일이었다. 돌아서면 밥 나오고, 돌아서면 밥 나오고.. 사육 아닌 사육을 당하고 온몸에는 주삿바늘자국만 남긴 채..
퇴원 전 아니 입원 전부터 재활차 추가로 입원하기 위한 병원들을 수소문했다.
입원실이 있는 정형외과는 정말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같았다.
어쩌다 찾아도 경기도 멀리 있는 곳이라 결국 한의원 쪽을 찾기 시작했다.
한의원은 교통사교 환자(나이롱도 많지만)를 위한 입원실이 있는 곳이 많았다.
동네 가까운 곳으로 서너 곳 전화해 보고 비용 물어보고, 실제 방문도 했다.
- 대부분 입원비+치료비로 하루에 4~5만 원 선이었다. -
작은 한의원에 침대를 여러 개 놓으려다 보니 거의 고시원 수준으로 쾌적하지 못했다.
그러다 발견한 한방 병원이 있었다. 집 근처에 방송인 장영란의 남편이 운영하는 규모가 큰 병원이었다. 여기도 입원실이 있다 하여 일단 예약을 해놓은 상태였다.
세브란스에서 짐을 다 챙기고는 카카오 벤티 택시를 불렀다.
운이 좋아서 마침 병원 근처를 지나가던 빈택시가 바로 왔다. 원래는 30분 전에 예약하는 시스템이었다.
일반 택시로 가기에는 뒤로 눕기가 불편할 것 같아서 (키가 9척 장신이다..) 카니발 택시를 부른 것이다. 역시 큰 차가 편하고 넓고 쾌적했다. 거의 눕다시피 해서 마치 연예인이 된 듯한 기분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정적인 병원에 고작 9일 누워있었다고, 택시를 타자마자 속이 울렁거렸다. 퇴원의 기쁨인지, 멀미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동적으로 움직이니 내 달팽이관이 적응하지 못하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찬바람을 쐬며 한강변을 달려 한방 병원으로 갔다.
도착하고 올라가 보니 규모가 좀 있었고, 한편에 달린 TV에는 장영란과 남편 한의사가 찍은 병원 홍보영상이 계속 돌고 있었다. 한의사는 3명, 양방의사는 1명이 있었다. 도착해서 수속하고는 형식적으로 양방 의사한테 진료를 봤다. 엑스레이는 덤.
엑스레이 찍고 의사에게 요양차 왔노라 선언하고 치료는 최소한으로만 받겠다고 했다.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의 통증도 없었기도 했고, 사실 비용이 많이 나올까 봐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배정된 방은 4인실. 3번째 침대였다. 시설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말 깨끗했다.
그러나 깨끗한 시설에 비해 옆자리 환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나의 입원을 축하해 주는 연주라도 하듯이 첫날밤부터 옆자리 어디선가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설치게 되었다.
'다인실은 이래서 불편하구나.' 새삼 느꼈다.
이 병원 2인실, 4인실만 운영을 했고, 내가 입원한 다음날 모든 병실이 만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침대마다 개인 티브이 모니터가 있었고, 병원 밥이 세브란스의 10배는 맛있다는 것이었다.
밥이 아무리 맛있어도 참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밤새 잘 자는데, 어디선가 개구리 소리 같은 '뽀록', '뽀록', '뽀독' 소리에 잠이 깼다.
뭐지?? 병실에 개구리가 들어온 건가? 아니었다. 같은 방 환자의 이를 가는 소리였다.
난생처음 듣는 이 가는 소리. 정말 끔찍했다. 그 소리가 너무 크고 거슬려서 아침까지 못 잤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애교다. 급기야 코 고는 환자 + 이가는 환자에 더해 더 큰 고통이 찾아왔다.
바로 옆칸에 교통사고 환자가 들어왔는데, 혼자 거동을 못할 정도로 온몸이 깁스 투성이라 마치 미라 같았다. 이 환자는 누가 봐도 정말 오랫동안 못 씻었나 보다 할 정도의 상태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말 해괴망측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방독면이 필요할 정도였다.
물론 병원 입원환자들이 제대로 씻지 못하니 냄새 풀풀 풍기고 다니는 건 일상다반사였지만, 이것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뚫고 지나가는 수준이었다.
결국 간호사실에 다른 방으로 옮겨달라고 했다. 그러나 4인실은 만실이라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마침 한 칸이 비어있던, 좀 더 비싸도 살고 싶은 마음에 2인실로 옮기게 되었다. 4인실과 동일한 크기의 방에 침대가 2개뿐이라 훨씬 넓고 쾌적했다. 탁구를 해도 될 것 같았다.
이 날부터는 맘 편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덩달아 밥도 더 맛있고. 역시 돈이 최고다!!
이 병원에서는 입원의 조건이 오전, 오후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침 치료, 물리치료가 주된 치료였고, 원하면 비싼 약침 등의 별도 치료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딱히 아픈 곳도 없었고, 또 수술부위에는 그 어떤 것도 하면 안 되었기 때문에
한 번은 골반 양 옆쪽에 침, 부항, 전기, 찜질을 받았고, 한 번은 목덜미 (목 디스크도 있었기에) 쪽에 받았다.
침에 찔리고 부항 때문에 피도 뽑힐 때마다 따끔거림에 놀라고 아파했다.
주사는 잘 참는데, 침은 너무 따갑고 아팠다. 한 번에 십여 군데 찔리고 하니 몸이 벌집이 되는 것 같았다.
엑스레이를 보니 유합이 잘 되어 있었다. 망가진 디스크를 제거하고, 인공 대체물을 넣고 나사못으로 고정된 나의 척추를 볼 수 있었다. 나사 6개로 척추뼈 3개를 고정시킨 수술이다. 이 뼈 3개가 이제 1개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합 한 마디의 위쪽과 아래쪽의 디스크가 과부하가 걸리고 결국 또 망가지는 부작용을 감안하고 수술받았다.
당장 못 걷는데, 어찌하겠는가. 다른 방도도 없고.
그래서 최대한 허리를 조심히 관리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수술 후 10년이면 인접분절퇴행으로 다시 고생한다는데, 평생 바른 자세로 잘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다시 이 끔찍한 수술을 할 수는 없기에...'
그래도 수술로 디스크 탈출, 척추관 협착, 측만이 모두 잡혔다. 선천적으로 측만 각도가 37도로 심했는데, 휘어진 각도가 40도만 되어도 척추에 나사 십여 개 박아서 똑바로 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한방 병원에 보름 정도 누워있을 계획이었는데, 생각보다 허리 통증이 없었고, 움직임도 많이 회복이 되었다. 샤워도 혼자서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루 세끼 밥 먹고 침 맞는 게 일상이다 보니, 입원 생활이 점점 지루해졌다. 차라리 이럴 거면 혼자 집에서 생활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병원비도 아낄 겸 해서.
고민하다가 6일 만에 퇴원을 결정하고 병원비 정산하고 퇴원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일반 택시도 불렀다.
마침 축하하는 의미인지, 눈이 펑펑 내렸다. 11월 21일에 입원했는데, 23일이 내 생일이기도 했다.
가족들이 케이크를 사 와서 생일잔치도 했었고, 병원 복도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며 재활/회복했던 게 벌써 6일이 지났다.
27일에 퇴원하고 집으로 가니 강아지가 생판 남을 보듯 짖더니 이내 꼬리 치며 핥기 시작했다.
'알아보기는 하는구나, 고맙다'
한방 병원에서는 37만 원 정도 나왔다.
이제 집에서 바닥 생활은 절대 금지고, 무조건 의자와 소파, 높은 침대 생활을 해야 했다.
물론 한 달간의 재택근무하는 기간이라 하루 종일 서서 일하다가 누워서 일하다가 반복했다.
틈틈이 집안을 걸어 다녔고, 밥도 서서 먹고 모든 것을 서서 생활했다.
길고도 짧았던 한 달간의 재택을 하고 새해 1월부터는 출근을 하게 되었고, 회사에서도 서서 일하는 책상이 있어서 대부분 서서 일했다. 이후 수술 후 세브란스 외래를 주기적으로 가야 하는데, 이는 별도로 기록할 예정이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다음 병원비 정산을 했다.
집을 떠나 가출했던 15일간 총비용 1,500만 원 정도가 들었고, 실비와 여타 보험을 청구했다.
1인실을 이용했던 이유는 1인실 병실비를 주는 보험이 있었고, (하루 47만 원, 전액 보장)
간병인을 썼던 이유도 간병비를 주는 보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14만 원, 정액 15만 원 보장)
결과적으로 보험으로 받은 금액이 병원비의 약 2배가량 되어서 남는 장사?를 한 샘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방 병원에 더 누워있을 걸 하는 후회도 되기도 했다. ㅎㅎ
암튼 퇴원하고 어느덧 5개월 만에 글을 올리게 되었지만,
그동안 회복에 회복을 거듭하여 지금은 거의 정상인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통증도 전혀 없고, 5분마다 주저앉게 만들었던 방사통도 전혀 없다.
산도 오르고, 2시간도 넘게, 13,000보를 걸어도 거뜬하다.
신경차단 주사와는 다르게 정말 드라마틱하게 통증이 사라졌다.
완전히 수술이 꽤 잘 된 것 같다.
왜냐하면 활동 중인 허리 환자카페에서 사례를 봐도 수술 후에도 통증이 2개월~1년까지도 지속되는 케이스가 많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수술이 대성공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한번 강남 세브란스 박정윤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허리는 영영 아프지 말자.
by 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