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주사는 c-arm이라는 방사선 장비로 투시를 하면서 신경에 직접 염증 치료를 하는 약물을 주입해서 해당 부위와 방사통을 완화시키는 시술이다.
요로케 직접 주사액을 넣는다
이미 한번 맞아봤다고 겁이 나지 않았다. 1회 차 때보다 여유롭게 바지를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대기하고 있었다. 같은 방으로 들어가 엎드렸다.
'훗, 오늘은 이쁜 속옷이지, 후후훗'
벗겨진 나의 엉X이 위로 수술 천이 덮혀졌고, 예의 마취주사가 준비되었다.
"따끔하실 거예요."
주삿바늘은 무섭지 않기에, 마취주사를 양쪽에 맞으면서 이까짓 거 가소롭다는 듯이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이번엔 약물 주삿바늘 들어갑니다. 마찬가지로 따끔하실 거예요. 만약 발까지 아프시면 말씀하세요."
'어?? 왜?? 왜 아플 거라는 거지??'
순간 생각이 났다. 허리 근육이 많아서 두꺼운 바늘 쓸 거라는 말한 것을...
"앗"
이런 느낌이다
순간 움찔하며 외마디 비명이 나올 정도로, 정말 뭔가 빨대 같은 두께의 바늘이 뚫고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두껍고 긴 이불용 대바늘 같은 아니, 그 당시 느낌은 정말 빨대가 꽂힌 느낌이었다. 아팠다. 정말 아팠다.
아픈 것도 잠시 약물이 주입되면서 묘한 카타르시스적인 느낌이 허리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오른쪽 주사가 끝나고, 왼쪽을 할 차례였다.
마찬가지로 굵은 바늘이 뚫고 들어오는데, 뭔가 이상했다. 순간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허리-허벅지-종아리-발가락까지 불에 데이는 듯한 고통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마치 팔꿈치를 벽이나 의자에 잘못 맞아서 전기 오르는 듯한 느낌 같고, 불타는 듯한 느낌이 왼쪽 다리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너무 아파서 울고 싶었지만, 울지 않았다. 그냥 침대가 젖어있었을 뿐이었다. 주사 약물이 다 들어갈 때까지 불같은 통증이 계속되었고, 이것은 주삿바늘이 신경을 바로 찌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정말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체면상 애도 아닌데, 아프다고 울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기에, 참고 참고 또 참았다. 들장미 소녀 캔디처럼 말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들장미 소녀 캔듸 캔뒤
너무 용을 쓰고 참았는지, 머리와 옷소매가 땀으로 흠뻑 젖었고, 심지어 침대에 덮인 부직포마저 젓었다.
나는 워낙 땀을 잘 흘리기도 하지만, 고통을 참을 때는 더더욱 땀을 흘리는 체질이다. 특히 치과를 가면 의자가 다 젖을 정도이다.
단발머리의 의사 선생님이 잘 참았다고 칭찬을 하길래, 왼쪽은 발끝까지 너무 아팠다고 투정을 부려버렸다. 의사 선생님은 매번 바늘이 들어가는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아플 수도 있다는 건데, 그래도 오늘은 정말 신경에 바로 찔러 주사를 놓은 것처럼 아팠다. 시술이 끝나고 10여분 안정을 취하고는 출근을 했다. 축축해진 옷은 너무 창피하기도 하고, 찝찝하기도 했다.
2회 차 주사를 맞고 경과는 다음과 같다.
1일 차
걷는 거리가 늘었다. 골반 뒤쪽에 늘 달고 다니던 무거운 추가 사라진 느낌이다. 뭔가 자유를 얻은 듯하다. 꽤 걸어도 허리부터 발가락까지 저리고 감각이 없어지던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 신기하다.
2일 차
원래는 엉덩이서부터 허벅지, 종아리, 뒤꿈치, 발가락까지 이어지던 저림 증상(방사통)이 현재는 무릎 뒤쪽에만 경미하게 남아있다.
골반 뒤 가운데 부분에도 경미하게 남아있다. (원래 가장 아팠던 곳)
3일 차
통증은 거의 없었다. 걸어보았다. 100미터, 200미터, 300미터, 어?? 이상하다?? 원래대로라면 벌써 네댓 번은 주저앉았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허리, 허벅지, 종아리, 발바닥 그 어디도 저리지 않았다. 너무 희한했다. 아아 진정한 자유를 얻은 것인가? 마치 쇼생크 탈출과 같은 심정을 맛보았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희열
4일 차
무서워서 오래, 길게 걷지 못했다. 다시 아플까 봐. 지금으로 만족해야 하나? 온갖 생각이 들면서 결심했다. 그래 어디까지 걸을 수 있는지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냅다 걷기 시작했다. 100미터에 한두 번 앉았어야 했는데, 1회 차 주사를 맞고는 200미터로 늘어났었다. 이번 2회 차 주사를 맞은 뒤 최대 500미터까지 통증이 없었다. 너무 신기해하던 찰나, 500미터에서 한계를 느낀 것 같았다. 강도가 세진 않지만 은근하게 허리와 발바닥 쪽이 살짝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주저앉았다. 순간, 한계치를 느끼게 되어 한켠으론 신났지만,, 다른 한켠으론 역시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에 슬프기도 했다.
한계는 있다.
그래 첫술에 배부르랴. 2회 차만 해도 눈부신 발전이었다. 1회 차는 2배, 2회 차는 5배의 거리를 걷지 않았는가! 감탄과 아쉬움이 오고 가는 마음속에서는 3회 차 주사에 대해 갈등이 생겼다.
3회 차를 맞으면 더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야, 비싼 주사 값 대비 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아. 보이지 않는 내적 갈등으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정말 애매한 상황이다.
일단 병원은 한 달 뒤로 예약을 잡았다. 드라마틱하게 효과가 없다면 맞으나 마나인데, 효과가 전혀 없지도 않기에, 많이 망설이게 되었다. 아직 3회 차를 맞을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주삿바늘의 아픔보다는 걸을 수 있는 효율성을 따져보는 중이다. 만약 맞게 된다면 3회 차 리뷰가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