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로 이사하기로 결심한 후,
시간 날 때마다 경주에 가서 집을 보았다.
한 오 년 전인 듯싶다.
막연히 황남동이 좋아서 동네 부동산에
가서 내 전화번호를 주고 집이 나면 연락 달라고 했다.
가끔가다 부동산 아저씨에게 전화가 오면 집을 보러 다녔다.
주로 황남동과 사정동이었다.
거의 낙후된 곳이었고,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세 들어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진이 났다.
지진이 나자 집값은 떨어졌고
주변 사람들은 나를 말렸다.
나는 지진이 나서 싸게 집을 구입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더 가열차게 집을 보러 다녔다.
당시 황남동은 더 비쌌고 사정동은 평당 백만 원 정도였다.
백 평정도 되는 사정동의 할머니 집을 보러 갔다.
여름 무렵이었다. 비도 조금 왔다.
그 집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부르는 가격에서 한 삼천을 깎아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일찍 혼자되셔서 딸만 키웠다고 한다. 아들이 없어서 양자를
들였는데, 그 양자가 부산에 산다고, 집 판 돈 가지고 부산 아들 집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지진에 경주 집을 살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맘 놓고 깎았다.
어느 정도 절충한 가격에 계약하기로 한 날
할머니가 다시 이천을 더 달라고 했다.
나는 거절했고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