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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Feb 18. 2019

빈 둥지의 엄마 새

드디어 그날이 왔다.

약 25년전부터 꿈꾸던 그날

아이들에게 시달릴 때 아이들 다 커서 집에 혼자만 있을 날을 기다리며 견뎠다.

오늘이 그날이다.

둘째가 재수기숙학원으로 어제 떠났다.

전날 큰 애는 기숙사로 떠났다.

빈 둥지에 엄마새와 사이나쁘고 눈치 드럽게 없는 아빠새만 남았다.


아침에 이불속에서 늘정거렸다. 이리 돌아누웠다가 저리 돌아누워도

시간이 안 갔다. 체감상 두시는 지났을 것 같아서 일어났는데

아직

10시 경!

문자체크하고 카톡체크하는데

선배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그녀 역시 지난 새벽 두시에 세째를 두고 내려운 빈둥지의 엄마새이다.


언니도 둘째 대학보내고 빨래 개다가 옆으로 누워 울었다는데

나도 감정만 잡으면 눈물이 난다. 배우로 데뷔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머리속으로 동선을 계획하고 나갔다가 들어오는데

앞에 두 모자가 걸어간다.

엄마가 네다섯살 된 아이를 쥐어박는다. 아이가 잡은 손을 뿌리친다.

심지어 손가락으로 아이 머리를 쿡쿡 쥐어박는다. 

신호등에 서기에

쫓아가서 말했다.

"저기요. 아이한테 그러시면 안돼요!"

엄마가 멋쩍은 듯 더 멀리 신호등 밑으로 간다. 

아이가 나를 쳐다본다.


돌아서 가는데 눈물이 또 났다.

저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아이와 보낼 시간이 얼마나 안 남아있는지

그 귀한 시간에 왜 그러면 안되는지 아무나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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