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테마 색깔은 핑크와 딥그린이다.
사방 10센티짜리 핑크와 딥그린 타일을 골랐다.
타일가게에서 이거 꽤 시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나하나 붙여야 해서.
방수 석고 보드 같은 곳에 붙이면 그나마 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타일이 왔다.
경주 타일 가게에서 그간 거래하지 않던
서울의 윤현상재.
내가 그동안 인스타 구독하며 들락거리던 곳이다.
작년 여름엔 한번 물어물어 찾아가기도 했다.
같은 색깔의 중국산과 이태리산이 있는데
섞여서 왔다.
흰색 회색 무채색은 중국산이어도 괜찮지만
핑크와 딥그린은 중국산과 이태리산의 차이가 명확해서
교환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타일을
할아버지 세 분이 오셔서 붙인다.
1층 주방 및 욕실담당 타일러는 도구가 좋다.
빨간 불빛이 나오는 수평계를 놓고 하나하나 붙이신다.
2층 공용 화장실 타일러 는 성격이 까칠하시지만
기술은 좋다.
2층 내 욕실 타일러가 문제다.
말이 많은데 까칠과 불평이다. 기술도 제일 떨어진다.
그냥 눈대중으로 막 붙여서 오와 열이 안 맞느다.
다행히 벽이 하얀색인데 하얀 타일은 중국산으로
아홉개의 타일이 한꺼번에 붙어 있다.
그래서 오와 열이 그나마 맞아졌다.
내 마음도 오와 열이 안 맞고 흐트러진다.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렇게 타일일을 오래하신 분들이
왜 오와 열이 안 맞을까요?
어떤 사람은 말했다.
소비자들의 수준때문이라고(그걸 수준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소비자들이 까다롭고 컴플레인이 많으면 기술이 좋아지거나 도태되거나
소비자들이 컴플레인을 하려면 서로 몰라야 하는데
도시가 작을수록 다 안다. 그러니 불만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기 쉽다.
지역사회의 네트워크가 대도시처럼 익명성에 기초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소비행태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기술과 서비스도 달라지는 듯
좋은 타일 여부를 떠나
내가 이 도시에 살기로 했다면
이런 부분까지 포함하여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데
쉽지 않다.
허나 내가 이제 나이가 들어서
젊은 날처럼
살고 싶은 도시를
백화점 수에 따라
선택하지 않게 되었으니 다행이랄까?